자세히보기 2012년 9월 1일 0

북리뷰 | 그녀가 TV에 나온 이유는? 2012년 9월호

북리뷰

그녀가 TV에 나온 이유는?

브란젤리나 부부만큼 유명한 세기의 커플이 북한에서 등장했다. 주인공은 지난 7월 7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등장한 김정은-리설주 부부. <조선중앙TV>는 전날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을 관람한 장면을 내보냈지만 리설주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7월 25일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 보도를 통해서야 그녀가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임을 밝혔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는 왜 <조선중앙TV>를 통해 갑자기 우리 앞에 등장한 것일까? 저자가 10년 넘게 <조선중앙TV>를 시청하고 공부하며 쓴 <북한의 텔레비전 방송>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북한의 방송은 언론이라기보다는 정치기관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 선전매체라고 할 수 있다. 대내, 대남, 대외라는 정치적 목표대상을 따라 북한의 방송체계가 구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북한의 가장 대표적인 텔레비전 방송인 <조선중앙TV>는 위성중계를 통해 대내외용으로 모두 활용된다. 따라서 <조선중앙TV>는 그 내용이 대내외에 “보여주고 싶어서 보여주는 자료”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이 <조선중앙TV>에 리설주를 등장시킨 것은 대내외 메시지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천명한 선전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나오고 있는 해석은 “고영희 우상화의 포석으로 리설주 우상화를 준비한다.”, “역할모델로서 군을 사랑하는 어머니상을 부각한다.”, “은둔·비밀·폐쇄·반항의 이미지를 벗고 정상국가로서 이미지 변신을 꽤한다.”, “서구적이고 차별화된 리더십을 부각한다.”, “감성적 접근으로 젊은 세대를 포섭한다.”, “안정적 이미지를 통해 어린 나이와 경험 부족을 상쇄한다.” 등이다.

어떤 의도든 김정은 자신이 중절모를 쓰고 뒷짐을 지며 김일성을 따라하는 행동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말처럼 권력은 선전수단을 필요로 하고 정당성이 취약한 권력은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조선중앙TV>, 권력자의 놀이터”

저자는 <조선중앙TV>를 북한 권력자의 놀이터로 표현한다. 김정은이 인민과 함께 즐긴다면 <조선중앙TV>는 인민에게도 놀이터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인민에게 함정이 된다고 말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리설주와 함께 등장한 모란봉악단은 그동안 북한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놀이터를 제공했다.

미국 영화 <록키>의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디즈니 만화 캐릭터 ‘미키마우스’, 짧은 원피스와 킬힐을 신은 연주자들도 출연했다. 앞으로 인민에게도 이러한 재미와 자유를 선사하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변화의 기운을 가장한 희망 고문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선전은 그것을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사람조차 넘어가게 만드는 역설을 품고 있다. 북한의 선전선동에 진저리를 내면서도 스크린에 뜨는 리설주의 이름과 사진을 보고 클릭하는 국민이 한 둘은 아닐 것이다.

<유튜브>에 검색되는 모란봉공연 실황을 보면서 북한 변화의 움직임을 읽고, 어쩌면 희망사항에 불과할지 모르는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가 마음 한편에 자리 잡는 것을 보면 선전의 역설은 이해하고 볼 일이다.

윤인주 / 평화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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