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 WHO, 북한 보건의료의 큰 그림 그리다 2012년 9월호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WHO, 북한 보건의료의 큰 그림 그리다
1973년 북한은 WHO(세계보건기구)의 회원국이 되었다. 그 후 2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WHO의 대북지원 프로그램은 전무했다. 그러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긴급식량지원을 요청한 후 2년이 지난 1997년, WHO가 평양에 ‘긴급구호 및 인도지원 사무소(Emergency and Humanitarian Action)’를 설치하면서 비로소 북한에서의 보건의료 프로그램이 시작었다.
WHO, 2011년 평양에 정식 사무소 개소
1997년 첫 개입 이후 보건의료와 관련된 긴급구호사업에 전념하던 WHO는 2001년 11월 평양에 정식 사무소를 개설하고 중·장기 보건의료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이 시기 첫 WHO 평양사무소 대표로 임명된 이가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아이질 소렌슨 박사다.
사무소 개소 후 5년 동안 진행된 WHO 사업은 크게 ① 질병 관리, ② 기초 의료 체계 개선, ③ 의료 인력 개발로 나뉜다.
질병 관리 분야에서는 특히 결핵과 말라리아 통제가 주요 사업으로 진행됐는데, 5년 동안 꾸준히 DOTS(Directly Observed Treatment - Short Course)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2003년 말에는 전체 결핵 환자를 커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2004년 결핵 발병 52,281건 중 80%의 치료율을 보였다. 또한,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각종 말라리아 약품, 현미경 및 기타 연구 장비를 지원했으며 의료진들에게 관련 기술을 전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기초 의료 체계 개선에 있어 WHO가 특히 공을 들인 분야는 혈액 공급, 의료시설 현대화였다. 2003년에는 평양 소재 국립혈액센터를, 2004년에는 함흥에 있는 혈액센터를 개보수하였으며, 표준화된 의료 장비 키트 및 의료소모품 목록을 개발하여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총 1,525개 리(里)진료소와 74개 군(郡)병원에 이를 공급하였다. 더불어, 60여 개 병원에서 수술장 개보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의료 인력 개발사업의 경우,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해외연수프로그램, 국내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주요 연수 분야는 전염병, 모자보건, 주요 비전염성 질병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
보건의료 개선, WHO 국가협력전략으로 집대성
앞서 살펴본 것처럼 WHO는 수혜자와 직접 접촉하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했으며, 이러한 사업은 여전히 WHO 평양사무소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WHO 활동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영역은 북한 보건의료 분야의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전반적인 보건의료 역량 강화를 돕는 것이다. 이는 WHO가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보건기구라는 명성과 함께 다양한 인력풀, 전문성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북한 보건의료 체계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WHO 국가협력전략(WHO Country Cooperation Strategy)으로 집대성된다. 북한의 경우, 2003년 첫 번째 전략이 채택되었으며, 북한 보건당국과 WHO가 함께 작성한 이 전략보고서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 북한주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개입해야 하는 분야들을 적시하고 있다.
이어 2009년에는 2009년부터 2013년을 타겟으로 하는 두 번째 전략 보고서가 채택됐다. 두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는 주요 전략 방향과 세부 활동 분야는 다음과 같다.
5년의 시차를 두고 채택된 두 보고서는 큰 목표에 있어 대동소이하다. 2003년의 첫 보고서에서 ‘전략 방향 3’의 ‘의약품관리(Drug Management)’가 2009년에는 ‘필수의약품(Essential Medicine)’이란 항목으로 바뀐 정도이다. 한 국가의 보건의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참으로 오랜 노력과 꾸준한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WHO 북한 협력 전략’은 한 국가의 보건의료 상황 개선을 위한 대부분의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눈 여겨 볼 부분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성인병, 암과 같은 비전염성 질환이 부각되는 데 반해 북한에서는 전염성 질환에 대한 통제가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상정됐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여전히 수도 및 위생설비 등의 인프라가 열악하고, 백신 및 필수의약품 등 기본적인 보건 자원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보건 상황의 개선은 전반적인 시스템의 발전과 궤를 같이할 수밖에 없다.
나라마다 채택해 온 보건의료 정책과 경험이 다르고 보건의료 분야에 있어 우선 순위도 다르다. 따라서 보건의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일례로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현대적인 보건의료 체계는 여전히 도입 단계이다. 이에 비해 보건의료 체계에 있어 북한은 이미 많은 부분을 갖추고 있다.
北전염성 질환에 대한 통제 가장 중요
북한을 방문했던 남한과 외국의 의료 전문가들은 북한의 호담당의사제, 예방의학 중심의 의료, 4차 진료체계 등 이미 북한이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게다가 북한 의료 인력들의 성실함과 기본 소양은 널리 알려져 있다.
문제는 좋은 제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사회경제적 역량,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지속적인 의료 지식 습득에 있다. 결국 북한 보건의료 상황을 개선하는 열쇠는 북한 보건당국이 쥐고 있다. WHO가 계속해서 자신들의 보조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예정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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