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9월 1일

현장탐방 … 155마일 휴전선 따라 | 산책하듯 떠나는 역사여행 ‘인천자유공원’ 2012년 9월호

현장탐방 … 155마일 휴전선 따라

산책하듯 떠나는 역사여행 ‘인천자유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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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대표명소 자유공원. 인천광역시 중구 송학동 응봉산(鷹鳳山)에 위치한 공원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공원이며, 인천역과 차이나타운이 가까이에 있다. 조성연대는 1888년으로 서울 최초의 근대공원인 탑골공원보다 9년 앞서 세워졌다.

서울 탑골공원보다 9년 앞선 최초 근대공원

응봉산은 인천 제물포항이 개항되기 전까지만 해도 해발 69m의 야트막한 야산으로, 공원이 만들어진 것은 개항 후 이 일대에 외국인들이 조계(租界)를 설정한 이후부터다. 1883년 청국과 일본이 선린동일대에 조계를 설정하자 영국과 미국, 독일도 서둘러 해안지대와 응봉산 자락 14만평을 쪼개 각국의 조계로 만들었다. 이 조계를 A, B, C, D등급으로 나누었는데, D지구로 분할된 곳이 현재의 자유공원으로 부르는 각국공원이다.

각국공원은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신사가 들어선 ‘동공원’의 반대 방향이란 의미의 ‘서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광복 후에는 만국공원으로 바뀌었다가 1957년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는 동상을 건립하면서 자유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어느 나라의 힘이 이 땅에 미치는 가에 따라 공원이름도 계속 바뀐 것이다.

오랫동안 인천시민의 휴식처가 된 자유공원은 별명이 있는데 오정포산 또는 오포산이라고 불린다. 그 당시에는 시계가 귀한 때라 시간을 알 수 없어 생활에 불편을 겪자 인천 기상대에서 1908년 자유공원 꼭대기에 설치한 대포를 쏘아 낮 12시를 알렸는데, 정오를 알린다고 해서 오포(午砲)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러나 1924년에는 시간이 15분 늦는 사고가 생기고 오포를 쏘다가 손에 부상을 입는 일이 자주 생기자 오포제도가 폐지되고 홍예문 언덕에 세운 철탑 소방망루에서 사이렌으로 시간을 알렸다고 한다.

자유공원은 도심 속 공원임에도 울창한 숲과 산책로가 있으며, 매년 4월이면 공원으로 오르는 길은 벚꽃으로 만발한다. 이를 기념해 벚꽃축제가 매년 열린다. 정상의 팔각정에서 바라보이는 경관은 인천항과 월미도가 눈앞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특히 늦은 밤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유명하다.

팔각정에 올라 인천의 전경을 감상하고 뒤를 돌면 나무사이로 뾰족한 첨탑 같은 것이 어렴풋이 보인다. 왠지 날카롭고 차가워 보이는 그 조형물로 다가가면 한·미수교 100주년을 맞이해 제작된 기념탑이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를 틀고 있어 묘한 공간감을 주고 있는데 멀리서 지켜보고 지나가지 말고, 가까이 다가가 그 내부로 올라가 볼 것을 권장한다.

1882년 5월 22일에 체결된 한·미수호통상조약이 당시 제물포 화도진 언덕에서 체결되었기 때문에 이곳 자유공원 내에 기념탑을 세웠다고 한다. 이 기념탑은 삼각형 탑 8개의 꼭짓점이 중앙으로 모아져 있으며, 중앙 아래쪽에는 고리와 같이 생긴 예술품이 있다. 이것은 조각가 최만린이 제작한 ‘움직임 그 100년’이라는 조각작품이다.

기념탑 아래쪽으로는 연오정(然吾亭)이나 석정루(石汀樓)에 등이 있어 오가는 사람들을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데, 석정루에 올라가 보면 인천항을 좀 더 가까이서 발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다.

강대국의 한반도 간섭 역사 고스란히 간직

다음은 맥아더 장군 동상 쪽으로 가보자. 동상 앞 광장에는 여러 색깔의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장미정원과 인천상륙작전의 광경이 부조되어 있다. 그 옆에는 한국전쟁 때 학도의용대가 일어난 것을 기리는 호국기념탑이 자리 잡고 있다.

인근에는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이를 대동한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을 위해 몇 종류가 되지 않지만 커다란 새장이 설치되었으며, 나무 그늘을 찾아 쉴 수 있는 쉼터와 약수터가 있어 전쟁의 아픈 역사와 달리 공원에서는 자유와 평화를 만끽할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려오는 길에 홍예문을 보고 오는 것도 좋다. 일본인들이 자국의 조계와 축현역(현 동인천역)을 연결시키려고 응봉산 줄기를 뚫어 1905년 착공해 1908년 준공했는데 고개문의 형태가 무지개와 같아 홍예문이라고 불렀다.

볼거리가 다양한 인천 자유공원.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자유공원이 가진 역사만큼은 규모에 비할 바가 안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가벼운 산책뿐만 아니라, 조금 더 관심있게 자유공원에 대해 알아보고 자유공원으로 향한다면 뜻깊은 역사공부도 함께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방문길이 될 것이다.

취재 / 박윤식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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