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맛지도 | 쫄깃쫄깃하고 향기로운 ‘평양노치’ 2012년 9월호
북한 맛지도
쫄깃쫄깃하고 향기로운 ‘평양노치’
9월에는 추석이 있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길이 막혀 생기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로 즐겁기도 한 추석은 가족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다려지는 명절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1년을 가을은 추석, 겨울은 음력설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남쪽에선 음력설과 추석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성대하고 즐겁게 그리고 풍성하게 보내는 것 같다.
북쪽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기념한다. 늘 기근에 시달리는 북쪽 사람들에게 있어서 명절은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어서 간절히 기다려지는 날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명절이 오기를 손을 꼽아가며 기다리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이다. 물론 명절이어도 멀건 죽 한 그릇으로 때우는 가난한 집들도 많지만 그래도 명절이면 쌀밥 한 그릇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북한의 여성들과 어머니들은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평안도 지방 추석 별미음식
남쪽에선 추석과 음력설에 상차림을 상당히 성대하고 화려하게 하지만 북한에서는 제사상을 성대하게 차리는 것은 사회주의 생활문화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해서 제사상이 매우 간단하고 소박하다. 김일성이 사망한 뒤에는 제사상을 올리기 전에 김일성 동상을 참배해야 하기에 매우 바쁘다.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에는 여러 가지 행사도 하고 휴일도 2일씩 허락하지만 추석이나 음력설은 김일성·김정일 생일보다는 중요한 명절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에서 배급으로 주는 명절상품도 별로 없고 휴식도 하루만 하기 때문에 음식이 그리 풍성하지는 않다.
평양은 원래 음식이 다양하고 푸짐한 곳이었다. 그러한 평양에 지금은 가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많은 음식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려고 하는 음식도 예전에는 평양에서 아주 명성이 높았던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 돼버렸다.
남쪽에서는 한식의 세계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우리의 옛 음식을 찾아내어 복원하고 발전시키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북한은 식량난에 찌들려 많은 음식이 사라져가고 있다. 잊혀져가는 우리의 음식을 찾아내어 현대인에게 맞게 그리고 세계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음식으로 개발한다면 우리의 음식시장은 보다 확대될 것이고, 향후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주민이 먹고 살 수 있는 있는 일거리 또한 늘어날 것이다.
평양노치는 추억의 음식이다. 필자도 어렸을 때 한두 번 먹어본 적이 있다. 외할머니가 이 음식을 아주 잘 만드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는 평양에 살 때였는데 북한의 형편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기 때문에 이런 음식이 가능했던 것 같다.
평양노치는 평안도 지방에서 추석 별미음식으로 명성이 높았지만 지금은 잊혀져가고 있는 음식이다. 평양노치는 찹쌀이나 기장쌀, 조찹쌀가루를 익반죽해서 엿기름가루를 두고 삭혀서 지진 떡으로 주로 명절, 특히 추석에 만들어 명절음식상에 올리던 전통음식이다. 특히 평안남북도 지방에서 많이 만들어 먹던 음식인데 외할머니 말에 의하면 김일성이 정권을 잡기 이전부터 부잣집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소화 잘돼 식사 후 입가심에 좋아
평양노치는 아주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있고 쫄깃쫄깃 하면서도 향기롭다. 그런데다가 오랫동안 두고 먹어도 상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간식으로 좋다. 노치는 쌀가루를 삭혀서 만들기 때문에 소화도 잘되고 디저트로 매우 좋은 음식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치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효소들이 소화기능을 돕기 때문에 훌륭한 건강음식이라는 점이다.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 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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