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대선 앞 둔 미국 대이란 군사공격 감행? 2012년 9월호
포커스
대선 앞 둔 미국 대이란 군사공격 감행?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으로 추정되는 ‘고위 관리’가 지난 8월 12일 이스라엘 언론에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끝났다.”라고 언급했다. 다니 아알란 외무부 차관도 여러 언론에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이란과의 대화가 결렬됐음을 선언해야 한다.”며 “군사공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음을 이스라엘 언론은 최근 다각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 이전 가을에 이란에 대한 공격이 감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이 핵시설을 지하 벙커로 옮기고 있다는 경고가 계속 등장하면서 빠르면 9월 공격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정부는 8월 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내각 회의 없이 이란 공격에 대한 신속 결정권을 부여했다.
미국도 지하 벙커에 위치한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기존의 것보다 중량과 파괴력이 6배 이상 강화된 레이저 벙커버스터 20기 이상을 실전 배치했다. 미 공군은 지하 표적을 공격하는 가상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을 지속적으로 주창해온 측은 공화당이다. 밋 롬니 미 공화당 대선후보는 7월 29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를 위해 필요시 군사 조치를 할 경우 이에 대해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해 “이란으로부터 핵 활동을 막는 것을 국민 안보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롬니와 동행한 단 세너 외교정책 고문관도 “롬니는 이스라엘의 권리를 인식하며 그것은 미국의 권리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 친(親) 유대 행보를 보이며 유대계 표심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롬니 후보는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온건한 외교 노선에 실망한 보수층 유권자를 겨냥해 이란에 대한 무력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며 오바마의 외교·안보 노선과의 차별화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롬니,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조치 존중”
롬니 후보는 이란 핵 문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예루살렘재단에서 연설 중 “여기 예루살렘, 이스라엘의 수도에 머무는 것은 정말 감동적인 경험”이라며 “이스라엘이 원한다면 미 대사관도 예루살렘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이곳을 수도로 선포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를 ‘불법점령’으로 규정하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 대사관도 이스라엘의 행정·경제 중심지 텔아비브에 위치해 있다.
모든 아랍 및 이슬람권 국가들을 등지고 롬니 후보가 이처럼 이란 및 이스라엘 문제에 극단적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배경은 미국 내 전통적인 3대 로비세력을 겨냥한 것이다. 군수, 에너지, 그리고 이스라엘 세력이 그것이다.
이란과의 갈등을 신속히 해결하길 원하는 에너지 로비세력, 이스라엘의 안보를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이스라엘 로비세력, 그리고 지속적인 군수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지지하는 방산 관련 로비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선에서의 승리를 차지하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대중동 ‘화해선언’ 한 오바마도 지지세 저조하면?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조지 부시 대통령과 차별화된 대중동 정책을 강조해 왔다. 무력보다는 대화를, 그리고 일방주의보다는 다자주의를 주창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2009년 6월 4일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과 전쟁을 하지 않겠다.”며 ‘화해선언’을 했다. 미국이 9·11테러 사태 이후 악화된 이슬람 사회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전 세계에 선언한 것이었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중동과의 화해’에 주력하면서 될 수 있으면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려 했다. 이란 사태에 대해선 석유수출을 봉쇄하는 강력한 경제제재로 응수해왔다. 백악관은 최근에도 이란 석유화학제품 구매를 제재하는 동시에 이란의 국영석유회사(NIOC)와 그 자회사(NICO), 중앙은행과의 거래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선에서 이겨야 하는 절박함을 안고 있는 오바마도 최근 들어 군사력 동원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오바마는 여러 차례 이란 문제에 대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며 군사 개입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8월 초 이스라엘을 방문한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도 이란 핵개발을 막도록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하며 외교 해법이나 제재가 실패하면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오바마의 입장 변화를 대변한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오바마 행정부의 속내를 보여준 것이다.
결국 이란에 대한 군사적 조치 가능성 그리고 전반적인 대중동 정책은 미 대선의 흐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후보 측도 유권자들의 지지가 저조할 경우 분위기 반전을 위해 ‘극단적 조치’를 동원할 수 있다. 대외 강경정책을 주도하는 롬니 진영을 견제하며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용인하거나 직접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여론은 이란에 대해 히스테리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중동 내 거점이었던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반미국가가 되었다. 미 대사관 직원이 444일 동안 인질로 잡혀있었다. 특수부대의 인질 구출작전도 모두 실패했고 인명피해도 컸다. 이후 미국은 현재까지 30년 이상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를 취해 왔다. ‘악의 축’이라는 가상의 적은 선거에 있어 최고의 소재로 기능하고 있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