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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독일 현장을 다녀와서 | 통일 비용보다 분단 비용이 더 비싸다 2012년 9월호

통일독일 현장을 다녀와서

통일 비용보다 분단 비용이 더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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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독일 현장연수단이 슈타지 감옥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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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연방 재무부를 방문해 ‘독일의 분단비용과 통일비용’에 대해 세미나를 가졌다.

 

독일 도착 후 첫 일정은 구동독 독재청산재단에서 시작되었다. 과거사 청산은 통일독일의 몰수재산 처리, 반법치 국가적 가해자 처벌, 구동독 독재정권 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 조치, 과거사 재조명 및 구동독 재건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초기 활동이 구동독 반통일세력과 범법자의 강경한 처벌 위주로 진행되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화해와 화합을 모토로 활동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통일에 직면했을 경우 과거사 청산으로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기보다는 화합과 화해를 대전제로 해야 한다는 교훈을 시사한다.

과거 청산의 가장 상징적인 곳이 슈타지, 즉 국가안전부에 해당하는 곳으로 구동독 시민들을 억압하고 고문했던 기관이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 11월 9일 이후 1990년 1월 11일 슈타지의 해체가 공식 선언되기까지 2개월여 동안 슈타지는 구동독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고, 1월 15일 동베를린에 있던 슈타지 본부가 시민들에게 점령당하면서 슈타지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슈타지가 급격히 시민들에게 장악되면서 대부분의 기록과 문서는 소실되지 않고 보존되어 현재 연방국가 안전부 기록물보존소에서 관리되면서 과거 청산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역사적인 기록의 보존과 활용은 새로운 역사를 향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우리가 과거 친일잔재 청산에 실패하면서 오늘날까지 반목과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통일과정에서도 분단의 역사를 정리하고 청산하는 데는 기록의 보존과 올바른 활용이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기록의 보존과 올바른 활용 중요해

다음은 독일연방의회와 독일연방정부 재무부 방문으로 이어졌다. 이곳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독일연방정부 차원에서 독일 통일과정에서 소요된 이른바 ‘통일비용’이었다. 기채, 세금인상, 보험요율 인상, 재정조정 등의 몇 가지 방법이 있으나, 주로 통일세, 일명 ‘연대특별세(5.5%)’를 통해 지금까지 통일비용을 충당해 왔다. 앞으로 2019년까지(한시법) 이 세원으로 통일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다.

독일 연방정부에서 통일비용으로 2005년까지 약 1조5,000억유로 규모의 재원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후에도 통일연대협약에 의거,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총 1,565억유로를 구동독 재건을 위해 집행 중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300조원에 이르는 비용이고 우리 정부 예산이 연 300조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9년까지 우리 정부 예산의 약 10년치에 해당하는 막대한 비용이 통일비용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분단이 통일보다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엄청난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독일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통일비용 부담보다 분단비용이 더 비싸다.”라는 것이다. 독일의 통일이 예상보다 급작스러운 사태의 진전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금부터라도 더욱 치밀하고도 단계적으로 통일비용을 준비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독일의 실리콘 밸리로 일컬어지며 통일 후 가장 성공적인 발전을 이룬 구동독 도시 드레스덴이다. 독일 동부의 체코와 폴란드 접경지역 작센 주의 드레스덴은 첨단과학기술 산업을 유치해 유럽의 대표적 과학비즈니스 도시로 떠오르며 ‘실리콘 색스니’(실리콘 밸리와 작센 주의 영어명 색스니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시의 적극적인 기업 유치 전략으로 지멘스, 폴크스바겐, AMD, 인피니온 등 쟁쟁한 업체와 대학, 연구소가 들어섰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산·학·연 클러스터의 모범적인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고 정보기술(IT) 부문 유럽 1위, 기계부품과 나노소재 부문 독일 1위의 첨단과학기술도시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드레스덴은 우리 통일전략에 있어서도 북한의 지역적인 특성을 감안, 산업적인 측면에서 적절한 광역경제권 구상을 준비하여 균형적인 개발과 발전을 도모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남북한 접경지역의 특성화된 개발, 중국과 러시아 접경지역의 국제산업권역 개발과도 같은 중·장기적인 구상을 준비해야 구동독 지역이 겪었던 침체와 낙후를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할 수 있는 통일프로그램이 가능함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광역경제권 구상 준비 … 균형 발전 도모해야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나찌 전범재판의 유서를 간직한 뉘른베르크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마지막 일정으로 찾은 곳은 뮌헨대학이었다. 뮌헨대학의 굼펠 교수와 킨더만 교수를 만나 독일통일에 대한 종합적인 교훈을 정리할 수 있었다.

뮌헨대학에서 얻은 첫째 교훈은 정보력의 중요성이었다. 독일은 급작스런 통일과정에서 과거 동독에 대한 서독의 정보가 여러 측면에서 정확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독 정보기관에서 파악하고 있던 것보다 동독 국민들의 경제는 심각할 정도로 어려웠고, 통일진행과정과 통일 이후에도 이러한 부정확한 정보에 바탕, 통일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과 소모적인 비용을 낭비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통일과정에서 정보의 정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새길 수 있었다.

두 번째 교훈은 통일을 위한 주변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노력이었다. 킨더만 교수는 독일 통일의 주요 동인으로 동독에서의 무혈시위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개혁·개방 정책을 꼽았다. 그는 한 나라의 운명은 인접 국가와 관계가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시 소련에 대한 서독 헬무트 콜 수상의 주도면밀한 외교적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오늘 우리의 통일을 위해서도 6자회담을 비롯한 주변 이해당사국과의 외교적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아직까지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과의 통일외교는 당사국인 북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독일통일 현장연수 프로그램에서 얻은 교훈은 단지 독일통일에 관한 점만이 아니었다. 22년이 경과한 독일통일은 현재진행형으로 국제사회의 협력과 민간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 이후의 미래에 대해서 더욱 지속적이면서도 긴밀한 노력이 필요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명수 /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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