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9월 1일

쟁점 | 공식경제부문 정상화가 초점 … 성과 미지수 2012년 9월호

쟁점 | 북한의 경제개혁조치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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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 앉은 이)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이 지난 8월 14일 베이징 국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나선 지구와 황금평 경제특구 공동개발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식경제부문 정상화가 초점 … 성과 미지수

최근 북한의 변화에 대한 소식과 희망이 혼재되어 회자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새로운 경제관리방식을 개선할 데 대하여’라는 이른바 6·28지침을 내놓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은 아직 정확하게 또는 포괄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고 소문만 무성할 따름이다.

그런가 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공연장으로 놀이장으로 파격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장성택 당 행정부장은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서 황금평과 나진·선봉 개발과 관련하여 중국과 개발방식에 대한 합의를 했으며, 정상급 대우를 받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의 출범 이후 약 6개월이 지나고 나서 북한은 모종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에서는 김정은이 조심스럽게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북, “계획경제 정상화되면 시장 소멸” 주장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북한의 변화는 근본적 시장개혁이 아니라 부분적 개선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북한은 거듭해서 외부세계에서 희망하는 개혁·개방은 절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한다면 굳이 부정할 일이 없다. 오히려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선전해도 부족하다.

다음으로 시장에 초점을 맞춘 개혁이 아니라 공식경제부문을 정상화하기 위한 프로세스 개선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학자들과 연계가 많은 중국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학자들의 주장, 즉 계획경제부문이 정상화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라는 점을 전한다. 이 두 가지 점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이 아직 시장중심의 개혁을 추진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근 나오고 있는 배급제 폐지나 인센티브 강화 관련 소문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연초 김정은은 인민생활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경공업 및 농업부문의 생산성 제고’를 내각에 강력히 지시했다. 아울러 각 부문의 현황 및 성과에 대한 허위보고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따라서 내각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생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부문은 물론 경공업 부문에서도 김정은의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생산성을 올리려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시장경제방식이라고 배격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했다는 설이 있다.

예전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 당시보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북한의 내각은 일단 6월 중순부터 ‘새로운 경제관리개선 지침’을 각 부문에 내려 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각 부문에서는 온갖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런 내용들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북한의 개방문제와 중국의 대북투자문제를 논의한 사항을 살펴보자. 양국은 장성택의 방중을 김정일 시대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도 양국 관계의 지속성이 유지됨을 과시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듯하다. 김정일의 사망 전 주력사업이었던 황금평 및 나선 경제지대 공동개발이 김정일 사망으로 지지부진했으나, 이를 다시 본격화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대를 이은 우의’에는 변함이 없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성택과의 면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은 북·중 경제협력 방식을 새롭게 하자고 했으며, 원자바오 총리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투자기업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중국은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북한이 황금평 및 나선지역 개발에 대한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혔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분위기다.

만일 북한이 적극적인 개혁·개방을 중국을 향해 말했다면 중국은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을 것으로 본다. 더욱이 최근 중국 랴오닝성의 시양그룹은 북한 황해남도 옹진광산과 은율광산에 투자했다가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퇴출당한 사실을 중국 인터넷에 게재함으로써 중국기업들의 대북 관심도는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희망과 현상 분석 냉정하게 분리해야

그렇다면 김정은의 파격적 활동은 무엇인가? 김정일 사후 침체된 북한주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주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파격적 행보는 김일성 시절에는 일상적인 행동이었다. 김일성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낀 북한주민들 사이에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다시 일어서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반면 북한의 고위층은 김정은에 대한 충성경쟁을 벌이면서 경제적 성과를 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결국 현재 나타나고 있는 북한의 변화 모습은 우리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그리고 성과 또한 어떨지 아직은 미지수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는 희망과 현상 분석을 냉정하게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과 함께 북한의 변화에 대한 잣대를 너무 낮게 잡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 본다. 북한은 현실타파를 위해 충분히 실용적이었으며, 지금도 부분적 개선을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한다.

인센티브도 도입해 보고, 배급방식도 바꿔보고, 원자재 조달을 위한 재원확보를 위해 자원수출도 늘려보고, 중국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적극화해보기도 하고 있다.

북한은 기존체제의 기본 골격을 유지한 채 다양한 시도들을 통한 부분적 개선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경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럴수록 북한경제에는 편법이 난무하게 된다. 이 모습을 보고 북한이 변하고 있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중국의 덩샤오핑과 같이 북한의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국제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시장개혁과 개방을 이끌어야 경제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이 하루속히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대응책이 될 것이다.

동용승 /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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