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 시장경제요소 확대 … 성공한 기업가 나올 수도 2012년 9월호
쟁점 | 북한의 경제개혁조치 어떻게 볼 것인가
시장경제요소 확대 … 성공한 기업가 나올 수도
북한은 김정은의 이른바 ‘6·28조치’ 즉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에 따라 새로운 경제관리 개선조치들을 내놓고 부분적인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새 경제관리 개선조치의 부분적인 내용만 보면, 국가가 생산계획을 정해주지 않고 공장·기업소가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생산물의 가격과 판매방법도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농업분야에서는 생산량중 일정량을 국가가 가져가던 정량제 방식을 정률제로 바꿔 전체 수확량 중 70%는 당국이, 나머지 30%는 농민이 가져가도록 했다.
북한은 또 생산과 판매, 수익과 분배를 공장·기업소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했다. 또한 배급은 국가기관 사무원과 교육, 의료부문 종사자 등에 한해서만 제공하고, 기타 근로자들에 대한 배급제는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한 △당·군 소관이던 경제사업의 내각으로의 이관, △협동농장의 분조 인원 축소, △근로자 임금인상 등의 조치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의 생산목표량 결정 주목해야
북한은 현재 상황에서 완전배급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통해 협동농장 공출을 줄이고, 또한 공장·기업소 등 생산주체들의 생산 의욕을 고취시켜 농업 및 경공업 제품의 생산량을 늘리자는 의도를 보여주었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정권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주민생활 향상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제시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방북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경제를 발전시키고 생활수준을 증진시키는 것이 당의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새 경제관리 개선조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시적인 주민생활 향상으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의 성공 여부의 기준은 주요 공장·기업소 및 협동농장에서의 생산실적 향상과 이것이 실제로 주민생활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은 북한 당국이 생산 목표량을 어느 수준에서 결정하느냐이다.
북한 당국은 생산 계획을 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는 생산주체들과 생산 계획량을 협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때 현실을 무시한 채 계획량을 높게 책정한다면 계획초과분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더욱이 계획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한다면 농장원들에게 30%분배조차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공장·기업소의 생산주체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지난 2002년 7·1조치 때도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조치들을 취한 바 있다. 나아가 2004년에는 일부 공장·기업소를 대상으로 기업의 계획작성, 임금 결정, 노무관리 등에 대한 지배인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진전된 기업개혁조치가 시범적으로 실시되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치도 북한의 기업활동에 시장경제적 요소의 도입 확대를 통해 생산주체의 자율성 및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해 국정가격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적용하겠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시장가격이 적용되면 기업으로서는 보다 유리한 가격에 물건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적자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보다 많은 물건을 생산해 부를 축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기업과 농장의 합법적인 이윤추구 행위가 가능해지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성공한 기업가도 나올 수 있게 된다. 사실 북한에서는 이미 이런 현상이 부분적으로 있어 왔지만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가 아예 합법화된다면 이는 북한 내부 경제·사회 구조의 큰 변화를 전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새 경제관리 개선조치와 관련해 외부의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내부적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외부에서 판단하는 그런 개혁·개방은 아니라고 밝히고 나섰다. 북한은 개혁·개방이라는 표현을 민감하게 판단하고 있으며 시장기능을 일부 수용한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추진할 때도 개혁·개방이라는 등의 평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반응한 바 있다.
이런 북한의 태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협동농장에서 당국에 내는 공출 비율을 줄이고 자율(처분)을 확대하자는 취지의 6·28조치는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가자는 게 아니다.”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김영남, “베트남과 좋은 모델 공유하고 싶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8월 4일부터 베트남을 방문해 응웬 떤 중 총리와의 회담에서 베트남의 경제·사회 건설 경험과 관련해 “좋은 모델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 8월 13일부터 중국을 방문해 나선지구 및 황금평·위화도 활성화를 포함한 경제협력과 관련한 주요합의를 이끌어냈다.
북한이 중국과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하면서 두 나라의 경제발전모델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중국, 베트남의 경제모델 성공의 핵심 요소는 중국의 최고지도자, 그리고 베트남의 공산당이 개혁·개방을 주도하고, 지속적으로 개혁·개방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준 점이라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중국과 베트남 지도자와 핵심 권력집단의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 의지를 신뢰한 뒤 비로소 외국투자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국내 경제개혁을 성공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번 새 경제관리 개선조치는 일련의 후속 조치들이 수반되면 기업 및 협동농장의 생산증대로 이어져 부분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북한지도부가 확고한 주민생활 향상 및 개혁·개방 의지만이라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의 원조와 투자가 이행되면서 의외의 큰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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