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對美 미·일 방위협력지침 재개정…일본, 집단적 자위권 행사 2012년 9월호
특집 | 동북아 안보를 보는 일본의 눈
對美 미·일 방위협력지침 재개정…일본, 집단적 자위권 행사

미국을 방문한 일본 자위대의 이와사키 시게루 통합막료장(합참의장, 왼쪽)이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과 함께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4일 워싱턴 교외의 펜타곤에서 열린 미·일 국방장관회담 직후 행해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모리모토 사토시 방위상은 “미·일 방위협력의 가이드라인(미·일 방위협력지침)에 관해서는, 책정된 후 10년 이상 지난 오늘날의 안전보장 환경의 변화와 미·일협력의 형태 등을 고려하여 금후 미·일에서 연구하여 논의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쌍방의 의견은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 뒤 기자들의 질문은 현재 가장 뜨거운 미·일 간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오스프레이(미군의 신기종 비행기)’의 오키나와 배치문제에 집중되었지만, 실은 이 모리모토 방위상의 짧은 언급이야말로 미·일동맹과 일본의 안보정책, 더 나아가서 동북아 안보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대두 배경으로 지침 재개정 추진
그런데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되며, 일본에 있어서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하여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글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변천과정을 살펴보고 그와 같은 역사적 문맥 속에 놓고 보았을 때 현재의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추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본다.
일본 정부는 헌법 9조가 허용하고 있는 무력행사의 범위에 대해 ‘일본에 대한 급박하고도 정당하지 못한 침해에 대처하는 것’이며, ‘타국에 가해진 무력공격을 저지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는 위헌’이라는 공식입장을 취하고 있다.
1951년 미·일 안보조약이 체결될 당시에도, 그리고 1960년에 개정된 소위 신(新)안보조약이 체결될 당시에도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은 이와 같은 사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즉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제정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1960년 안보조약 개정과정에서 당시의 기시 수상은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자위대의 해외파병 금지를 천명했다. 즉 일본의 영역 내에서 미군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은 개별적 자위권 행사로서 설명이 되었으므로 문제가 없지만, 해외에서의 군사활동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으므로 그와 같은 문제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들어와 닉슨독트린, 사이공 함락, 주한미군 철수 움직임 등과 같은 국제환경의 변화 속에서 일본은 미·일동맹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고 미·일동맹을 공고히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방위협력의 강화를 추진하게 된다.
1975년 개시된 미·일 간의 협의는 1978년 11월 결실을 맺어 미·일 방위협력지침, 즉 구(舊)가이드라인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이 구가이드라인의 제정에 있어서도 가장 민감한 문제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관한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일 안보조약의 범위 내에서 평시, 혹은 유사시의 구체적인 미·일 군사협력의 기준 등이 기술되어 있을 뿐, 일본의 영역 외에서의 군사협력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다.
“헌법 해석 변경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적극 논의”
1997년의 미·일 방위협력지침, 즉 신(新)가이드라인 제정의 배경에는 1994년의 한반도의 핵위기가 있었다. 이 당시 미·일협력에 있어서 노정된 문제점에 대한 논의를 시발점으로 하여 1996년의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거쳐 1997년의 신가이드라인 성립, 1999년의 주변사태법 성립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신가이드라인과 주변사태법을 통하여 일본 정부는 유사시에 일본의 영역 밖에서 미군에 대한 병참활동을 하면서도 그것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해당되지 않으며, 따라서 위헌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명할 논리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만들어 낸 용어가 ‘후방지역’이라는 용어였다. ‘후방지역’은 일본의 영역 밖이지만 현재에도 앞으로도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 지역이며, 이 지역에서 미군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신가이드라인과 주변사태법에 의해 일본은 실질적으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일부 제도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역사를 돌이켜 보면, 중국의 대두라고 하는 국제환경의 변화를 배경으로 하는 금번의 신가이드라인 재개정의 추진에 있어서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해당되는 군사협력이 추진될 개연성이 더욱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2010년에 성립된 신방위대강에서 ‘전수방위’라는 기존 안보정책의 변경을 의미하는 ‘동적 방위력’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 올해 전문가 자문회의인 ‘프론티어분과회’가 헌법해석의 변경을 통하여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것을 제안하고 노다 총리가 적극적으로 그 점을 논의하겠다고 국회에서 답변한 것 등의 일련의 흐름은 모두 이 신가이드라인의 재개정과도 관련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어떠한 모습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8월 17일자 <아사히신문>은 미국 국방성 고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연구·논의’의 내용물에 관하여 정보수집·경계감시·정찰(ISR)분야의 협력강화를 비롯하여 수송·기동능력, 시설의 공동사용, 탄도미사일방위 분야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들 분야는 모두 현대전의 수행에 필요불가결한 부분으로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다 유연한 입장변화와 더불어 이들 분야에 있어서의 미·일의 방위협력이 강화된다면, 미·일동맹은 1960년 신안보조약 체결 당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며 일본은 거의 완전한 ‘보통국가’로서 동북아 안보질서의 형성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김준섭 / 국방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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