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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 ‘통일딸기’로 이어가는 남북농업협력사업 2012년 10월호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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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석 경통협 회장이 북측 농장원들에게 온실에서의 작물 재배법을 교육하고 있다. ⓒ경통협

 ‘통일딸기’로 이어가는 남북농업협력사업

한 입 깨물면 입안을 상큼함으로 가득 채우는 채소. 장미과로 빨간 색의 이 채소 이름은 딸기다. 요즘은 비닐온실에서 재배돼 한겨울에도 달콤하고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이 딸기가 ‘통일딸기’라는 이름으로 남북 간 농업협력사업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최근 2년간 중단되기는 했지만 경남지역의 농업인들이 힘을 모아 창립한 경남통일농업협력회(이하 경통협)의 이 통일딸기 사업은 새로운 남북 간 농업협력사업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 사업이 본격 추진된 배경에는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경상남도가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 2005년 4월 도의회 임시회를 통해 ‘경상남도 남북교류협력조례’를 제정함으로써 강원도, 경기도,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에 이어 광역 지자체 중에서 7번째로 남북교류협력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어 같은 해 7월 남북교류협력위원회와 실무기획단을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2005년 9월, 경남지역의 농업인들을 중심으로 한 경통협이 창립되었다. 2004년 북한에 고추모종보내기운동을 추진했던 밀양육묘연합회 회원을 중심으로 한 경남지역 농업인들이 통일농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농업전문 민간단체가 경통협인 것이다.

남북 상호 이익 모델 창출

경통협은 창립과 더불어 경상남도에 남북농업협력사업을 제안했으며 경상남도는 도내 지역에 기반을 둔 경통협과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사업 초기 안정적인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랫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대북 협상 창구로 해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2005년 11월 경상남도와 경통협은 평양을 방문, 평양시 강남군 장교리협동농장에서 농업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이하 민화협)와 합의했다. 이 합의는 북한 협동농장을 대상으로 한 농촌개발사업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단순 농업물자 지원을 넘어서, 협동농장 단위에서 본격적인 개발지원 성격의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협의를 바탕으로 경상남도와 경통협은 2006년 1월 개성 자남산려관에서 당시 이주영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정덕기 북한 민화협 부회장,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이 공동 서명한 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를 체결하였다.

합의서의 주요 내용은 첫째, 2006년부터 벼육묘공장 건설, 농기계협력사업, 남새(채소) 비닐하우스 설치사업, 딸기묘 생산사업 등의 협력사업을 남과 북이 공동 추진하며, 둘째 북측은 시설 설치에 필요한 인력과 부지를 제공하고, 지원 물자의 통관과 관련 인사의 방문 및 각종 편의를 보장키로 한다.

세 번째로 남과 북은 북측 평양시 강남군 지역의 협동농장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며, 향후 양측의 합의에 따라 인근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부속합의서에는 남북이 기본합의서에 합의한 사업들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담았다.

북한농민 키운 딸기 모종 경남농민에게 보급

특히 주목할 부분은 딸기묘 생산사업과 관련하여 남측에서 무바이러스 딸기묘 생산을 위해 벼육묘 공장을 이용하여 재배할 경우, 북측에서 생산된 딸기묘를 남측으로 운송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조건이다. 이 조항은 추후 북한 현지에서 생산된 딸기묘를 남한으로 반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일방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생산된 농산물을 국내로 반입할 수 있는 길을 명시적으로 합의서에 담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후 경상남도와 경통협의 본격적인 남북 간 농업협력사업이 장교리협동농장에서 추진되었다. 경남과 경통협은 장교리협동농장을 매개로 종합적인 농업협력사업을 추진하되, 남측의 선진농업기술을 북측에 전수하는 한편 농업분야의 경제적 효과를 높이는 방향을 모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2006년 경남과 경통협은 장교리협동농장에 7회에 걸쳐 총 9억3,000만원 상당의 농기계와 영농자재를 지원하였다. 경통협은 특히 2006년 한 해 동안 총 14회에 걸쳐 농사 경험이 풍부한 자체 인력 60명을 현장에 수시로 방문시켜 남북공동 벼농사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육묘공장에서 딸기 모종을 생산하며, 비닐온실에서 각종 채소를 재배함으로써 남측의 농업기술과 농법을 전수하였다.

이 기간 경남과 경통협은 앞서 언급한 부속합의서에 근거하여 장교리협동농장에서 재배한 딸기 모종 1만주를 국내에 반입하고, 이를 경상남도 내 농가에서 재배케 하는 새로운 농업협력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경남은 이렇게 생산된 딸기를 ‘경남통일딸기’라고 이름 붙였는데, 중국에서 수입하는 딸기 모종을 대체할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2010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북에서 재배된 딸기 모종을 국내에 반입하여 농가에 보급하였다. 이러한 경남통일딸기 모종의 국내 반입은 경남 농민의 소득 향상에도 기여하여 남북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남북협력사업이 창출되었다.

경남과 경통협의 통일딸기사업은 그러나 2008년엔 큰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북에서 반입된 딸기묘 5만주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전량 폐기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딸기묘는 2008년 4월 경남에서 무균 배양된 모주 6,000주를 평양의 삼석농장에서 육묘한 것으로, 같은 해 9월 인천항에 도착했으나 검역과정에서 담배괴저바이러스(Tobacco necrosis virus)가 발생, 전량 폐기될 수밖에 없었다.

전문 농업인들의 전문성 십분 발휘

2009년 경남과 경통협은 삼석농장에서 다시 평양시 순안구역에 위치한 국영농장인 천동농장으로 사업 대상지를 이전하여 처음부터 다시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남통일딸기 사업을 위한 모종은 적기에 북한 현지로 반출되어 식재되었고, 국내 반입 등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10만주의 모종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한편 천동농장에는 경남통일딸기 모종 재배를 위한 육묘장용 하우스 5동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고 과수원 조성사업, 오이·고추·토마토 등 남새온실조성사업 등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방북 제한 조치로 현지 농장에서의 모니터링 활동과 기술 이전 등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2010년엔 천암한 사건과 이로 인한 우리 정부의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경남통일딸기 사업은 확대되어 역대 최고 수량인 15만주를 국내에 반입하여 농가에 배포하였다. 그러나 역시 현지에서의 기술 이전은 진행되지 못하였고,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사업 추진이 중단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경통협이 추진한 남북 간 농업협력사업은 전문 농업인들의 전문성이 십분 발휘된 사업으로 평가될 수 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경통협 소속의 전문 농업인들은 기술 이전 및 역량 구축 과정에서 남쪽에서의 지원과 기술 이전에 대한 북측 농장원들의 거부감과 배타적인 태도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슷한 내용의 남북 간 농업협력사업을 추진했던 다른 지자체의 경우 전문 농업인보다는 해당 지자체 산하의 농업기술원 등의 연구자들을 통해 농업기술 지도를 실시하였는데, 북한 현지 농장원들은 이를 다소 어렵게 느끼는 사례들이 발생하였다. 예컨대 연구자들은 농업 기술지도 과정에서 북한 농장원들에게 1ha당 200g의 비료를 살포하라는 식의 설명을 한다면, 전문 농업인들은 1ha당 한 포씩 사용하면 된다는 식의, 현지 농장원들의 입장에서 훨씬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접근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 농업인의 입장에서 서로의 현장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북한의 현지 농장원들과 단기간 신뢰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효과적인 기술 지도와 농업 기술 이전이 가능하였다. 이러한 점은 결국 농업 협력사업의 생산력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남과 경통협의 통일딸기사업은 결국 남과 북의 협력 과정에서 서로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는 현재 대부분의 남북협력사업이 실제 사업의 진행과정과 결과물에 있어 일방적인 지원사업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한에서 생산한 딸기 모주를 북한에 보내 그쪽의 협동농장에서 배양하고, 이를 다시 국내에 반입하여 농가에 공급함으로써 남과 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농업협력사업의 모델. 경남과 경통협의 통일딸기 사업이 재개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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