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서울 도심 상공에 정체 모를 전투기가 출현한다면? 2012년 10월호
영화리뷰
<알투비(Return To Base)> 서울 도심 상공에 정체 모를 전투기가 출현한다면?
이번 여름 극장가에는 많은 대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반가운 일이지만 그러한 현상에 묻혀서 빛을 보지 못한 영화가 있다. 바로 <알투비>다. 영화 <알투비>는 우리 영화에서 제대로 된 항공액션을 다룬 최초의 영화다. 솔직히 공중전을 전문적으로 다룬 영화는 외화 중에서도 많지 않다.
2004년에 개봉한 다큐영화 <레드 플랙(Fighter Pilot : Operation Red Flag)>이 볼만했고 1986년작 <탑건>, 오웬 윌슨이 주연한 2001년작 <에너미 라인스>, 2005년작 <스텔스> 정도가 간신히 꼽을 만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2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파이어 폭스>도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에는 구소련 신형 폭격기 파이어 폭스가 지금 기술로도 힘든 마하 6의 속도를 넘나드는 위협적인 신형무기로 등장한다. 당시 냉전말기의 상황에서 나올 법한 소련제 무기에 대한 공포가 담겨있었다.
새로운 형태의 도발 … 공포의 상상에서 출발
영화 <알투비> 역시 새로운 형태의 도발이라는 ‘공포’의 상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태와 같은 북한의 과감한 도발에서 힌트를 얻었다. 지상과 바다에서의 도발은 이미 현실에서 목격되었기에 공중 도발이라는 재미있는(?) 상상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영화 <알투비>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에게는 혹평을, 일반인에게는 호평을 받았다.
사실 영화 <알투비>는 잘 만든 영화라고 하기는 힘들다. 일단 스토리가 소위 말해 ‘뻔’하다. 더 심하게 말하면 돼지 목에 진주라고나 할까? 90억이라는 제작비 외에 부수적으로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 주연배우 정지훈(가수 비)의 현역군인 신분 참가로 개런티 절약 등 많은 호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밀리터리에 대한 전문성이 너무 부족했다. 때문에 이 영화는 ‘밀덕’이라 불리는 군사매니아층으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했다. 충분히 좋은 소재와 여건에서도 말이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이야기했지만 전반적으로 영상자체는 괜찮은 편이었다. 공중전도 그런대로 볼만 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서울 도심 공중전 장면은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트루 라이즈, 1994>에서 헤리어 전투기가 도심에 등장하여 화력을 토해내던 웅장한 느낌을 연상시켰다. 영상이나 음향은 이 정도면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전투기의 스피디한 비행과 굉음이 주는 전율은 그동안 우리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짜릿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군지원으로 실제 F-15K, TA-50 등 실사촬영
최고 하이라이트인 공중전은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과 할리우드 팀의 참여로 가능했다. 10개월의 작업치고는 괜찮았지만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특히 밀리터리적인 상식을 벗어난 구성을 몇 가지 지적하자면, 최종 작전을 위해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공격 장면에서 TA-50이 목표 폭격을 담당하고 F-15K는 백업 역할을 맡는 부분이다.
여기서 우리 공군의 전폭적 지원에 대한 이유가 드러났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개량형인 TA-50의 성능을 은연중에 선전한 셈이다. 사실 F-15K가 전천후 전투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기능은 폭격능력이기 때문에 기지공격은 F-15K가 맡아야 했다.
또 하나는 F-15K가 원산 비행장을 공격하기 위해 구형폭탄을 떨어뜨리는 장면이다. 1, 2차 세계대전 혹은 한국전쟁에서 등장할 법한 모습이었다. F-15K의 우수한 점은 각종 첨단 공대지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고 구형 폭탄에 GPS 유도가 가능한 키트를 장착한 JDAM(통합직격탄) 투하능력도 갖추고 있다. 구형 멍텅구리 폭탄을 떨어뜨리는 장면에서는 시각적 긴장감이 확 풀렸다.
영화 <알투비>는 필자의 지적과 같은 아쉬움이 있지만 그것을 상쇄하고 있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주인공인 정지훈과 유준상은 실제 비행훈련을 소화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스틸영상으로 공개된 장면을 보면 유준상은 파일럿 테스트용 중력기에서 6G(중력의 6배)를 견디는 과정에 두 번이나 실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테스트 당일 끝까지 도전해서 시험에 통과했다. 월드스타 정지훈은 놀랍게도 9G를 통과하는 위엄을 보여줬다.
올 여름 대작들의 홍수 속에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영화 <알투비>는 공중전투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는지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30개국에 선판매되었다는 소식이다. 김기덕 감독의 쾌거도 있고 이래저래 한국영화가 진정한 의미에서 ‘진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