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맛지도 | 구수하고 시원한 평안도 전통 음식 ‘콩나물 김치’ 2012년 10월호
북한 맛지도
구수하고 시원한 평안도 전통 음식 ‘콩나물 김치’
배추파동으로 한때 배추가 금(金)배추가 되었던 적이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식탁에 양배추김치를 올리라는 지시까지 내렸고, 한동안 김치는 금(金)치가 되어 웬만한 식당에선 배추김치가 나오지 않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가끔은 배추농사가 너무 잘돼서 농민들이 아우성 칠 때도 있었다. 그럴 땐 배추를 그냥 갈아엎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갈아엎지 말고 김치를 담궈 외국에 팔면 좋을 텐데…
북한에서 배추는 쌀과 같이 기초식량에 속하는 채소이다. 그래서 북한사람들은 김장을 반년 분 식량을 준비하는 전투에 비긴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0월과 11월은 김장전투기간이다.
남한은 배추가 비싸면 다른 채소를 먹거나 다른 것으로 부식물을 대신할 수 있지만 북한은 사정이 다르다. 제철이 아니면 어떤 채소나 과일도 맛볼 수 없는 북한에선 겨울철을 나기위한 첫 번째 준비가 바로 김장이다.
남한에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언제든지 돈만 있으면 배추를 구입할 수 있지만 북한에선 배급을 주던 당시에 다니는 직장이 특별한 권력이 없으면 김장감을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집집마다 실어오는 배추의 품질과 양, 배추를 실어오는 시기를 보고 그 집 남편이나 부인의 세도를 알 수 있었고 직업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것은 어쩌면 개인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10~11월 김장전투기간 … 반년 분 식량 준비
또한 김장에 필요한 고추를 얼마나 좋은 것을 많이 가져오는가, 젓갈로 사용할 생선은 가져 오는가 등 이 모든 것이 훌륭한 남편, 능력 있는 남자의 구비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니 김장전투기간에 북한의 모든 사람들은 바쁘고 ‘부지깽이도 뛴다.’는 말이 날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닌다. 평상시에는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던 도로들에 김장전투기간이면 배추를 높이 올려 실은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달리기도 한다.
남한에선 김장을 포기수로 하지만 북한에선 김장이 t단위이다. 김장을 아주 적게 담그는 집도 대체로 300㎏ 이상 담그며, t단위로 담는 집도 상당히 많다. 겨울철에 먹을 수 있는 것이 김장김치뿐이어서 김장의 가짓수도 상당히 많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말이다.
가을철에 김장을 많이 담가야 겨울철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부끄럽지 않게 대접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주부들은 김장의 가짓수에도 상당한 신경을 쓰게 된다. 대체로 담그는 김치의 종류를 보면 통배추김치, 무채짠지, 석박지, 명태식혜 등이며 함경도 지방에선 양배추김치와 영채김치, 갓김치를 담는다. 황해도지방에선 무와 오이, 양파 등을 섞은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평안도지방에선 백김치와 동치미를 담그기도 한다. 또한 노인들이 있는 집에선 노인들이 이가 나빠 김치를 잘 씹을 수 없기 때문에 무를 익혀서 만든 숙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김치 맛은 젓갈의 종류와 맛에 따라 달라지는데 서해에 접해있는 황해도나 평안도 지방은 백하젓과 꼴뚜기젓을 많이 사용하고 동해에 접하고 있는 함경도, 강원도 지방은 멸치젓이나 명태, 또는 오징어를 젓갈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것도 저것도 없는 내륙지방에선 젓갈 없이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마른명태머리를 푹 고아서 국물을 내놓았다가 젓갈 대신 사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정어리를 잘 손질하여 젓갈로 사용하기도 한다. 젓갈은 지역적 차이도 있지만 가정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법도 있어서 어떤 집에선 소고기국물이나 돼지고기국물을 내어 사용기도 하되 기름기를 깨끗이 빼내고 사용한다.
김치는 우리 민족이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전수해오고 각 지역과 가정의 요리법에 따라 발전시켜온 민족음식이다. 음식에 대한 추억은 추억 중에 가장 깊은 추억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추억은 늘 애잔함도 있지만 따뜻함이 따른다. 그리고 음식은 우리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같이 밥을 먹으면 어느덧 정이 생기게 된다. 통일밥상에 오를 수 있는 메뉴 중에 가장 중요한 메뉴 또한 김치가 아닐까 싶다.
콩나물, 미나리, 파 마늘, 소금만으로 만들어
남한사람들이 모르는 김치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김치가 그런 김치이다. 평안도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 먹던 김치인데 배추와 달리 계절에 구애됨이 없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김치인 콩나물김치이다.
콩나물김치는 그 맛이 구수하면서도 시원해서 고기를 곁들인 음식상에 올려놓으면 좋다. 그리고 콩나물김치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으면 매우 시원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난다. 또한 콩나물김치는 콩나물과 미나리, 파, 마늘, 소금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아주 경제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콩나물김치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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