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한 · 미 미사일협정 개정 협상은 전략동맹 시험대 201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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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 미 미사일협정 개정 협상은 전략동맹 시험대
최근 한·미 간에는 ‘미사일협정’의 개정이 중요한 의제로 대두되어 있다. 이 협정은 1979년 8월 노재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한국의 탄도미사일(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구분되는데, 탄도미사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미사일로 지칭하기도 한다) 개발시 사거리 180㎞이내, 탄두 중량 500㎏이내로 제한해달라는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답변을 보냄으로써 시작되었고, 2001년 한 차례 개정되어 사거리가 300km로 늘어난 바 있다.
한국, 사거리와 탄두 중량 늘여야
미국, 확장억제 신뢰하면 문제없어
한국은 북한의 대규모 미사일 위협, 특히 앞으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사시 북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1,000km정도로 사거리를 연장하고 탄두 중량도 증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현재 상태에서도 그들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신뢰하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한국이 탄도미사일 능력을 강화할 경우 한반도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도 미국과 유사한 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
한국은 1953년 휴전 이래 북한의 전면전 위협과 다양한 도발에 대응하고자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70년대부터 자주국방을 추진하여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하여 어느 정도 균형을 달성한 셈이나, 북한의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등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상태이다.
특히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폭탄은 물론이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한국의 도시에 투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위협이 아니다.
실제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전력은 막강하다. 북한은 1980년대 초에 이집트로부터 확보한 소련제 스커드-B(Scud-B)를 역설계하여 자체 개발에 성공한 이후 계속적으로 그 사정거리와 양을 확대시켜 왔다. 북한은 현재 사정거리 300km의 ‘스커드-B’와 500km의 ‘스커드-C’를 600기 이상 보유하고 있고, 사정거리 1,300km인 ‘노동미사일’을 200기 이상 배치한 상태이며, 2006년, 2009년, 2012년에 사거리가 더 긴 ‘대포동미사일’을 시험발사하기도 하였다.
북한은 2010년 10월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서 차량에 탑재된 사거리 3,000~4,000km의 ‘무수단미사일’을 공개한 데 이어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퍼레이드에서는 그보다 직경과 길이가 더욱 큰 차량탑재 미사일을 공개한 바도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2011년 6월 국회 증언에서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하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 것처럼 북한은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심각한 위협에 대하여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에 의한 응징보복에 의존한다는 개념이었고, 이에 따라 양국 국방부 간에 ‘한·미확장억제 정책위원회’를 설치하여 필요한 사항을 협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이라서 어느 정도의 자체 방어력, 즉 유사시에 북한의 주요 표적을 공격하여 사전에 제거하거나 응징보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탄도미사일 전력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미사일협정 개정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한국이 가입한 국제사회의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서는 미사일 기술의 해외이전만 통제되기 때문에 한국 스스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국제법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미국과의 협의를 선행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정신에 부합된다고 판단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한·미 미사일협정에 제한받지 않는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의 성능 향상에 주력하여 1,500km이상을 비행하는 ‘현무-3C’를 개발하였지만, 이것은 속도가 느려서 기습공격이 어렵거나 요격당할 가능성이 높고, 탄두 중량이 제한적이라서 대규모 공격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속도가 빠르고 대규모 탄도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의 경우 한국은 사거리 180km인 ‘현무-1’, 사거리 300km인 ‘현무-2’ 수십 기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과 일본, “한반도 안정 위협할 수 있다”
다소간 진전이 있다고 보도되고 있기는 하지만, 2011년 1월부터 추진된 이 요구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것은 한·미동맹에 긍정적이지 않다.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것이 동맹이라면 미국은 한국의 요구를 더욱 비중 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에 미사일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500㎏으로 제한되어 있는 무인항공기(UAV) 탑재 중량도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가오는 10월에 워싱턴에서 열리도록 되어 있는 2012년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이 사안이 타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추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는 사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리는 것보다는 공격하는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요격미사일의 개발이나 확보가 더욱 절실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미사일의 공중요격은 미국이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추진하여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겨우 성공하였을 정도로 복잡하면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그렇지만 800~1,000기에 이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미사일 방어망의 구축이 불가피하다.
일본의 경우 2006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자극받은 후 노력하여 기본적인 미사일 공중요격망을 구성한 상태이다. 한국은 탄도미사일의 성능 향상과 더불어 미사일 방어망을 적극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고, 최소한도 패트리어트-3(PAC-3) 지상 요격미사일과 스탠더드 미사일-3(SM-3) 해상 요격미사일은 바로 확보해야할 것이다. 미사일협정 개정에 관한 논의에서 미사일 방어에 관한 사항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 한·미 미사일협정의 개정은 협정 그 자체보다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한·미 양국이 전략동맹의 위상에 부합되는 성숙된 상호신뢰를 지니고 있느냐를 시험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미사일협정 개정이 한·미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조속히 타결되기를 기대한다.
박휘락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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