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10월 1일

시사초점 | APEC 정상회의 “보호무역주의와 자원민족주의 반대” 2012년 10월호

시사초점

 APEC 정상회의 “보호무역주의와 자원민족주의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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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9월 9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APEC 특별회의장에서 각국 정상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8∼9일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러시아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1개국 정상 및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를 통해 각국 정상들은 무역투자 자유화 및 지역경제 통합 증진, 혁신적이고 안정적인 성장, 식량안보 강화, 부패와의 전쟁 등에 대한 합의 사항을 담은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을 채택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의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이번 선언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역투자 및 자유화와 관련하여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자제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 것이다. 최근 세계 경제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각국이 무역자유화와는 반대로 비관세 장벽이나 반덤핑제소 등 다양한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지난해 104건이었던 수입 규제가 121건으로 17건이나 늘어난 것이 이러한 경향을 방증한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공동선언문을 통해 새로운 수출제한 조치의 도입이나 교역 및 투자 활동에 대한 새로운 장벽을 설정하지 않기로 한 것은 현재 보호주의 경향이 확산되는 것이 결코 세계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동의 인식에 기초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 각국이 수입규제나 제한조치 등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일련의 행동이나 움직임은 세계 경제의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를 향해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친환경 상품 개발과 식량위기 공동대응 강조
다음으로 이번 선언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혁신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친환경 상품 개발과 거래 활성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다. 각국 정상들은 친환경 제품의 교역과 관련 제품의 생산에 대한 투자 자유화가 아·태지역의 기업과 국민들의 환경 보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이로 인해 환경 보호 기술의 활용이 확대되고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제고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정상들은 이와 관련하여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 장비, 계측 기기, 모니터링 시스템, 쓰레기 소각 장비 등 54개의 친환경제품들을 ‘환경 상품’으로 정해 2015년 말까지 실행 관세율을 5%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그만큼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회원국들의 공통의 인식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침체일로에 있지만 무작위적인 개발보다는 오히려 환경의 보전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개발 및 환경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역내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식량안보과 관련해서 각국 정상들은 식량안보의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 대해 공동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농업 생산성 증대와 농산물 무역체제의 개방성, 안정성, 예측가능성, 투명성 증대를 위해서도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곡물 수출 금지와 다른 형태의 제한이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곡물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보호주의와 자원민족주의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올해 각종 이상 기후로 인해 주요 곡창지대의 작황이 악화되면서 애그플레이션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식량의 위기를 단순히 개별 국가 차원에서 벗어나 다국적 차원에서 공동의 대응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의 국가나 동맹차원의 안보적 이해관계를 넘어 식량 위기라는 공동의 위협요인에 대해서 역내 식량안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PEC 정상들은 투자환경 개선 차원에서 부패와의 전쟁과 역내 경제의 투명성 및 책임성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부패와 관련한 범법행위 조사와 국내법에 따른 범법자 처벌, 부패 공무원의 범죄 활동을 통한 이익 추구 차단 등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각국 정상들은 부패로 획득한 금전적 이익의 환수 절차를 간소화하며 부패를 통해 획득한 자산에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국제 및 모든 개별국가 금융시장 참여자들과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의 부패한 관행을 척결하고 부패 자산을 단호히 배격함으로써 역내 국가 간 투명한 거래와 신뢰에 기반한 경제협력과 경제통합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공통의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북방진출 확대해 나가야
이상의 APEC 정상회의 주요 의제들과 관련하여 우리는 먼저 역내 자유무역의 확대와 FTA 역량강화 사업을 주도함으로써 지역경제 통합에 기여하고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FTA 로드맵을 마련하는 한편 역내 경제통합의 국내 경제적 파급영향을 분석하여 신중하면서도 효과적인 지역경제 통합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한국 기업과 수출품에 대한 무역 소송 및 수입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나가야 한다. 특히 국가차원에서 외교력을 발휘하여 우리 기업이나 수출품에 대한 각국의 규제 움직임에 사전적으로 대척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유무역의 활성화를 위해 ‘역내 통상마찰위원회’ 등과 같은 기구를 설립하여 적극적인 통상 규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 남·북·러 가스관사업 및 동북아 역내 공급망 확대 사업에 대한 사업성 검토 및 이를 통한 북방 진출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특히 가스관 사업의 북한 통과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한 러시아의 중재와 3자 협력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국가 투명성을 제고하고 부패와 관련한 국제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국가 기관의 감독과 지도를 강화하여 방만한 재정운영을 억제하는 한편 세금 탈루, 정경유착 등 부패 행위를 단호히 척결하여 투명한 사회를 이루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역내 부패방지기구 등을 설립하여 국가 간 세부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실행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환경은 대단히 도전적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반도와 아·태지역의 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는 아·태지역 내 국가들과의 공고한 협력 체계를 도모하는 한편 그 안에서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하는 국가 대전략(Grand Strategy)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성근 /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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