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탈북자 정착지원, 낭비인가? 2012년 10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탈북자 정착지원, 낭비인가?
탈북자 정착지원을 두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심지어 탈북자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목숨 걸고 동포를 찾아온 탈북자들의 가슴에 꽂히는 또 하나의 칼날이다.
지금까지 국내입국 탈북자가 약 2만5천명이다. 많다면 많은 숫자고 적다면 적다. 6·25전쟁 이후 귀순자, 탈북자 등으로 불리며 남쪽으로 넘어 온 사람이 2007년에야 1만명을 넘어섰다. 1만명이 되는 데 무려 54년이 흘렀다. 같은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경우와 비교도 안 되는 적은 숫자다. 서독은 베를린장벽 붕괴 시까지 40만명 이상의 동독인을 받아들였다.
탈북자가 다시 1만명 증가해 2만명 시대가 열리는 데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후 2년이 채 되지 않아 5천명이 더 들어왔다. 이렇게 되자 너무 많이 들어온다고, 이제는 제발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우리도 살기 어려운데 왜 탈북자를 받아들여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느냐.”는 것이다.
“우리도 살기 어려운데 왜 지원?” … 가슴이 턱!
탈북자가 이런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래도 같은 동포라고 목숨 걸고 찾아왔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서운하고 가슴이 턱 막힌다. 그러지 않아도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사는 탈북자들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발전에 벽돌 한 장 얹은 적 없음에도 각종 지원제도를 내놓고 도와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도움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고마운 마음이 사라지고 불만이 생기는 법이다.
적절한 비교는 아니겠지만 북한의 경우, 중국의 문화대혁명으로 동북지역에서 조선족동포들이 대거 북한으로 탈출해 왔을 때 아무 불만 없이 받아주고 배려했다. 혈맹인 중국 정부가 중국 국적자를 받지도 말고 돌려보내라고 압박해도 북한당국은 절대 듣지 않았다. 같은 민족이 조국에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 시절 재중동포들이 제일 많게는 3개월 동안에만 무려 7만명이나 넘어온 적이 있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 집을 주고 일자리를 주고 대학에도 보냈다. 그래도 재중동포들 때문에 “내가 받아야 할 아파트를 뺏겼다.”고 투덜거리는 북한주민은 없었다. 오히려 재중동포의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것을 알고 자기 집을 내준 사람도 있었다. 북한사람들이 속통머리(?) 하나는 크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독일의 경우처럼 수십만의 탈북자가 넘어 온다면 남쪽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탈북자를 받지 말고 지원도 하지 말라며 촛불시위라도 벌일지 모른다. 탈북자 지원에 대해 제일 불만이 많은 사람들을 보면 대개 저소득층이거나 아주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세금을 내지 않거나 아주 조금 내는 사람들이다. 아마 자기들에게 가야 할 혜택이 탈북자에게 가는 것이 아까워서일 것이다.
“너 때문에 내 밥그릇이 낮아졌다.”고 하는 격이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받은 “떡”이 목에 걸리는 법이다. 일부 탈북자들이 자기들도 도움받아야 할 처지이면서 달동네나 독거노인, 장애인시설 등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목에 걸린 그 ‘떡’ 때문인 경우가 많다.
탈북자가 영원히 지원을 받고 사는 것도 아니다. 입국하여 아무리 길어야 5년이 보호기간이다. 그러나 불과 6개월이 지나면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2만5천명이 모두 지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제자리를 잡고 세금을 내는 사람이 더 많다.
탈북자들 처음부터 빚지고 살아
탈북자들에 대한 정착지원금 지원 역시 예전과 다르다. 지금은 사회정착교육기간인 ‘하나원’을 나온 탈북자들이 처음부터 빚을 지고 산다. 하나원에서 받고 나오는 돈은 탈북 브로커 비용을 치르기에도 모자란 돈이다. 그것을 브로커 비용으로 지불하고 나면 빚을 지게 된다.
목숨 걸고 찾아온 이 땅에서 처음부터 빚을 갚느라고 시달리는 모습이 북에 알려지면 좋아할 것은 북의 독재정권이다. 탈북자들이 남쪽에서 성공하여 잘 살면 그것은 북의 독재정권에 핵폭탄보다 더 강한 타격이 된다. 탈북자들 모두가 빚에 허덕이고 노숙자가 되어야 남으로 향하는 북한주민의 동경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것이다. 남쪽에서 탈북자들이 잘 되어 북한주민들 속에 “지난 날 벌레같이 살던 사람도 남쪽에 가서 용이 됐다.”는 소문이 자꾸 퍼지면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
탈북자들을 잘 도와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문제는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투자다. 어차피 통일을 할 거라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도 많지만 탈북자에 대한 지원은 통일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통일시대에 남북 간에 가교역할을 담당할 탈북자들을 잘 도와 육성하는 것은 결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몇 배로 보상될지 모를 무형의 이득을 생각하면 탈북자 정착지원은 약자에 대한 배려를 넘어서는 중대사라 해야 할 것이다.
도명학 /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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