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10월 1일

북한인권을 말한다 | 北 수해지원 거부는 국가보호책임 부정 2012년 10월호

<연간기획> 북한인권을 말한다

北 수해지원 거부는 국가보호책임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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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촬영한 평안남도 안주시의 침수피해 현장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평양시와 평안남북도, 남포시, 황해남북도, 자강도의 일부 지방에서 7월 29일 오전 6시부터 30일 오전 6시까지 하루 동안 폭우가 내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수해지원 제안에 대해 수용과 거부를 반복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올 7~8월 잇단 큰비와 태풍으로 큰 인명피해와 함께 농경지 유실과 가옥 파괴 및 침수 피해도 상당하다고 한다. 식량 생산량도 평년보다 60만t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북측은 지난 9월 10일 지원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작년과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했던 영유아용 영양식, 과자, 초코파이, 라면 등 대신 쌀과 자재 장비의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 큰 지원’ 아니면 받지 않는다?
북측은 지난해 식량, 시멘트, 복구장비 등을 통 크게 지원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9월 11일 전화통지문에서 밀가루 1만t과 라면 300만개, 의약품 및 기타 물품 등을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보내겠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은 대다수 북한주민들의 안정적 삶과 인간존엄을 위협하는 심각한 인권적 문제다. 북한은 식량난의 원인을 자연재해,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 등 외부적 요인으로 둘러대고 있다. 그러나 북한 식량난이 비록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라 해도 만성적이고 구조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은 국가의 정책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구시대적인 집단농장제도, 자원의 군사부문 집중, 시장기능의 억압 등 정책적 대응의 미비와 오류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또한 이번 남측의 수해지원 거부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국제사회의 인도지원에 대한 이해부족과 투명성 보장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북한의 남측 수해지원 거부는 국가의 인권보호 책무를 부정하는 행태다. 인권적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의 지원거부는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국가의 보호책임 부정이다. 북한의 식량난이 어떠한 이유에 근거하든지 현재 북한주민들이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극심한 조건에서 식량권과 건강권이 크게 침해받고 있다. 국제인권규약은 이러한 조건에서 해당국가의 보호책임을 묻고 있다. 즉 일차적으로 인권보호책임은 주권국가에 주어지는 것이다. 만약 해당국가가 보호책임을 회피하는 경우이거나 대응능력이 없는 경우, 국제사회가 지원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난민보호의 책임이나 인도적 개입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당국은 보호책임의 능력이 없음에도 국제사회의 식량지원과 배분의무 행사를 통제하고 있다. 북한당국이 진정으로 자국 주민에 대한 식량권보호 책임을 이행하려 한다면 남측의 수해지원을 거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식량권 보장 위한 자유권조차 박탈
둘째는 식량권 보장을 위한 자유권 보호의 필요성이다. 국제인권규약은 내용적으로 자유권규약(B규약)과 사회권규약(A규약)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유권규약은 주로 서구 자유민주주의 발전과정에 따라서 나타난 천부인권설, 자연권 사상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사회권규약은 소련을 비롯한 구공산권 국가들의 주장에 의해서 도입된 권리로 노동권을 핵심으로 가족권, 건강권, 문화향유권 등 다양한 권리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 국제사회는 두 개의 인권카테고리가 내용적으로 서로 상반되거나 적용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은 어느 정도의 경제적 욕구와 자유를 동시에 충족해야 존엄한 존재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당국의 정책실패가 지속되는 동안 북한주민들은 자력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일상적으로 장마당을 폐쇄하거나 억압하고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국경을 넘은 탈북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식량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자유권조차 박탈하는 것이다.

북한당국이 진정으로 자국 주민들의 존엄한 삶을 고려하고 있다면 국가의 보호책임을 이행해야 할 것이며, 국제사회의 지원과 ‘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적 자유권을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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