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남중국해 당사국 분쟁 넘어 미·중 충돌 우려 … 위기관리 메커니즘 절실 2012년 10월호
특집 | 영토갈등, 동아시아 덮치다
남중국해 당사국 분쟁 넘어 미·중 충돌 우려 … 위기관리 메커니즘 절실
남중국해 영토분쟁은 여타 동아시아 해양영토 문제와 마찬가지로 태평양전쟁의 전후처리과정과 연관되며, 1949년 중국대륙의 공산화와 1950년 6·25전쟁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전승국들로 하여금 1951년 9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제공하였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연이어 체결된 미·일 안보조약은 일본을 전범국가로 규정하되, 결과적으로 조건부 면죄부를 주는 조치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제2장 2조 f항에서 “일본은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청구권을 포기한다.”로 명시하였으나 이 두 군도의 귀속국을 명문화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남중국해 영토갈등은 현재의 유엔 해양법협약체제 하에서도 합리적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이 바다가 힘에 의하여 수차례 주인이 바뀐 역사를 가짐으로써 주권과 관할권 역시 힘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는 관념이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 중반까지는 프랑스가, 태평양전쟁 기간에는 일본이, 1946년 이후에는 프랑스와 중화민국(대만)이 이곳의 주도권을 행사하였다. 1949년 이후에는 중공(중국)이 영유권 주장에 가세하였고, 프랑스가 철군한 1956년 이후에는 베트남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였다. 1958년 9월에는 중국이 영해 12해리를 선포하고 스프래틀리 군도와 파라셀 군도에까지 적용됨을 공표하였다.
‘무주지 선점’,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대세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 10년간은 미국이 월남전 점령지역으로 남중국해를 장악하였다. 1970년대에 필리핀이 영유권 주장에 참여하고, 1980년대에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가 이 문제에 합류함으로써 ‘무주지(無主地)에 대한 선점’이 영유권 주장의 대세가 되었다.
그 후 중국은 1992년 ‘영해 및 접속수역법’, 1998년 ‘배타적경제수역(EEZ) 및 대륙붕법’ 제정으로 EEZ를 영토화하여 외국군 활동금지와 자유항행에 허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EEZ 국제화를 추구하는 미국과 대립하는 원인이다. 필리핀은 2007년 ‘해양경계법’, 2009년 ‘군도기준선법’ 제정으로 관할지역을 확장하였다.
베트남은 2011년 남중국해 우발사태에 대비한 ‘비상시 징병법’을 제정하여 군사대비를 강화하고, 말레이시아는 실효지배를 중시하고 있다. 2009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의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른 대륙붕확장 신청에 대하여 중국의 반대는 강경하며 2012년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중국과 필리핀 간 갈등 고조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남중국해는 연간 세계물동량의 절반이 이동하고 풍부한 어족자원과 함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도 카스피해 지역에 버금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남중국해는 중동으로부터 인도양을 거쳐 동북아로 연결되는 주요 해상교통로이자 전략적 요충지이다. 나아가 G2로 성장한 중국과 기득권을 가진 미국, 미·중 사이에서 양면이득을 추구하는 아세안(ASEAN) 국가들 그리고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EU 등이 경제 및 군사안보 이익을 가진 곳이다.
미국은 2012년 ‘동아시아 중심정책’을 통하여 남중국해 문제에 사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괌과 다윈으로의 군사력 이동이 이를 대변한다. 미국과 중국 간에는 2001년 EP-3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사건, 2002년 이래 EEZ 내 미국 군사력의 활동 비난, 2009년 중국 해공군에 의한 해양관측함 임페커블호 축출로 확인된 것처럼 중국의 반접근 전략과 미국의 공해전투 개념이 대립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만해협으로부터 싱가포르까지 350만㎢에 달하는 남중국해에서 주요 관심사는 1995년에 필리핀이 관할하던 팡가니방 산호초(Mischief Reef)를 중국이 강제점령 하였듯이 점령지의 고수와 탈취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동사군도(Pratas Islands)는 대만이, 중사군도(Macclesfield Bank)는 중국이 점령하고, 서사군도(Paracel Islands)는 중국이 1974년 베트남을 완패시킨 후 확실히 지배하고 있다. 스카보러섬(Scarborough Shoal, 황옌따오)은 필리핀이 함정순찰로 우세를 점한 가운데 금년 4월 이래 중국이 무력으로 탈취를 노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 가능성이 높은 곳은 24만㎢에 달하는 남사군도(Spratly Islands)이다. 중국·대만·베트남은 남사군도 전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는 일부 영유권을 주장한다. 현재 섬, 암초 등 55개 지형물을 베트남(26개), 필리핀(10개), 말레이시아(9개), 중국(8개), 대만(2개), 브루나이(0개) 순으로 분쟁당사국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매우 불만족한 상황이며,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의 강제점령을 우려하여 비행장, 항구 등 시설물을 구축하여 장비와 병력을 배비하고 관광지로 개발하는 등 실효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 등 서방의 보호를 염두에 두면서 동맹관계와 파트너십을 증진하고 해·공군 군사력 증강을 추진 중이다.
동남아국, 균형 위해 대미 편승?
따라서 남중국해에서 역사적 또는 국제법적 영유권 주장은 명분에 불과하고 분쟁국들은 군사력에 기반한 실효지배에 몰두함으로써 ‘현상유지(status quo)’가 분쟁예방책이 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이 ‘견제와 균형’으로부터 미국에 ‘편승’하는 전략으로 돌아섬에 따라 중국의 정책은 보다 강경해졌다.
이로써 남중국해 영토분쟁은 당사국 간 대립을 넘어 미·중 충돌이 우려되며, 지역국가들이 분쟁예방과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강구하지 못할 경우 열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남중국해 문제는 동중국해와 한반도 갈등과 연계되고, 종국적으로 전쟁예방을 위해 관련국들 간 실질적 타협과 병행하여 “미국의 힘에 기반한 균형”이 향후 상당기간 절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원우 /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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