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조어도 中해양진출 vs 美 · 日동맹강화 양상 … 민족주의 정서 맞물려 위기 증폭 2012년 10월호
특집 | 영토갈등, 동아시아 덮치다
조어도 中해양진출 vs 美 · 日동맹강화 양상 … 민족주의 정서 맞물려 위기 증폭
동중국해 조어도(釣魚島 : 중국명 댜오위다오, 尖閣 : 일본명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 간 분쟁이 단순 양국 간 영토분쟁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안보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조어도는 동중국해상에 5개의 작은 섬과 3개의 암초로 구성되어 있다. 무인도로 일본이 등대를 세워 관리하는 등 실효적 지배를 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 측은 조어도가 원래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해 갈등이 계속되어왔으나 이번만큼 심각하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이 섬들은 1894년 청일전쟁 이후 일본에 귀속되어 일본이 지배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군정 하에서 오키나와 관할로 되어 있던 것을 미국이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하면서 다시 일본에 귀속되었다.
1969년 유엔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ECAFE)가 엄청난 석유 및 광물 자원이 매장되어있다는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양국의 영유권 다툼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1972년 중·일 수교 시 조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은 뒤로 미루자는 합의 하에 갈등을 피해왔다. 이 섬들에 대한 최근 분쟁격화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도쿄시가 조어도를 매입하겠다는 발언을 한데서 비롯되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실제 3개의 섬을 매입하여 국유화 조치를 취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일본 정부가 9월 10일 국유화 결정을 내리자 중국이 이에 크게 반발하여 조어도 및 부속도서 등 19개 부속 도서를 영해기점으로 삼는다고 선포하고 해양감시선을 파견하자 사태가 악화되면서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중·일 권력교체기 … 영토문제 양보할 수 없어
영토주권 문제에 관한한 양국의 입장은 확고하면서도 강경하다. 일본 방위성은 2010년 12월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을 확정한 직후 중국의 조어도 점령을 상정한 작전 시나리오를 작성한 바 있으며 이를 구체화한 훈련을 2011년에 실시하기도 했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이 2012년 5월 “일본 정부는 국방예산을 늘려 류큐제도에 대한 대중국 방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7월 7일에 국유화 방침을 결정하고 9월 10일에 발표하기 전 시기인 8월 24일 노다 총리가 “센카쿠 주권수호”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장은 5월 북경을 방문한 에다 일본 법무대신과의 회담에서, 조어도의 영토주권이 중국의 핵심 이익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APEC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직접 일본 노다 총리에게 9월 9일 국유화 조치가 무효이며 중국은 단호히 반대한다는 경고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10일 국유화 조치를 발표한 것은 중국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고 격분하고 있는 것이다.
“조어도, 미일동맹 대상” … 中, 대중봉쇄책으로 인식
중·일 간 해양영토 영유권 및 해양경계획정 분쟁은 오래된 이슈임에도 이 시점에 왜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된 것인가. 물론 영토 주권문제는 타협이 어렵다. 국민적 민족주의 정서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조어도 주변 해역에 매장된 엄청난 석유 및 가스자원에 대한 이권을 포기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들은 이 시점에 생겨난 것이 아니고 과거에도 있던 것이다. 에너지는 공동개발할 수도 있는 문제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는 중·일 양국의 국내정치적 요인과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미국의 아시아회귀 등 국제적 환경변화가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정치적 요인이다. 중·일 모두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어 민족주의 정서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지도자도 영토문제에 있어 양보하는 인상을 줄 경우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중국과 미·일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갈등을 빚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동맹강화와 아시아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아시아회귀 전략이 중국의 해양진출 전략과 맞물려 갈등을 빚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이후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서해에 미국 항모가 진입하려 하자 중국이 격렬하게 반대하였다. 2010년 9월에도 중국어선 충돌 사건을 계기로 조어도를 둘러싼 분쟁에서 희토류 수출 금지 등 전례 없이 강경한 자세를 보였고 남중국해에서 난사군도를 둘러싸고 필리핀 및 베트남과 갈등을 빚었다. 이러한 차제에 2010년 10월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하와이 연설에서 미국의 아시아회귀 정책을 선포한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무엇인가. 중국의 부상에 따라 해상수송로를 통한 물자의 운송, 해저 석유, 가스 등 에너지자원과 광물자원 개발 등 해양관련 이익이 증대하면서 중국은 해양진출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난사군도 해역도 통제하기 어려운데 조어도를 일본이 통제하면서 중국을 견제한다면 중국은 해양진출 확대 출구가 막힌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동중국해만이 아니라 남중국해에서도 역내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이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2011년에 서남부 방위에 중점을 둔 ‘동적방위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해양진출 확대전략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의 아시아회귀 전략은 중국을 봉쇄하는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이 조어도도 미·일동맹의 대상범위 지역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 그러한 의구심을 더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일 정부는 이러한 사안으로 인해 무력충돌까지 확대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밀리지 않고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갈등이 어느 정도 지속되겠지만 결국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부도 무력충돌을 감내할 처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전략적 조정과 이해갈등에 휘말리지 않고 한국의 전략적인 이익은 무엇인가를 잘 이해하고 대비해 나가야 할 때이다. 동시에 동중국해 평화를 위해 분쟁 방지나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태환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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