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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남북, 대선 앞두고 ‘강 대 강’ 대립 심화 2012년 11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남북, 대선 앞두고 ‘강 대 강’ 대립 심화

남북한의 대립은 10월 22일 탈북자의 대북전단 살포일에 최고조로 달했다. 북한은 최전방 포병부대의 견인포와 자주포 등의 포신을 열어 놓았고 방사포를 탑재한 일부 차량도 대기시킨 정황이 군 및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우리 군도 북한군의 ‘임진각 타격’ 위협에 맞서 임진각을 관할하는 부대의 포병 화력을 즉각 응사 태세로 전환했다.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의 ‘강 대 강’ 대립구도가 더 심화하고 있다. 우선 북한은 탈북자 단체들의 전단지 살포 계획에 즉각적인 ‘군사적 타격’을 위협하고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정수장학회 문제를 적극 언급하고 나섰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10월 20일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연평도 방문을 비난하고 “조선 서해에는 북방한계선이 아니라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 군사분계선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도 대변인 담화에서 “조선정전협정의 당사자인 우리와의 협의도 없이 미국이 제멋대로 그어놓은 북방한계선은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정전협정에 전면 배치되는 유령선”이라고 ‘지원사격’을 했다. 북한은 지난 9월 29일 국방위원회 정책국을 통해 NLL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뒤 주로 각종 매체를 활용해 이런 주장을 해오다가 20여 일만에 국가기관을 다시 내세운 것이다.

이 대통령 연평도 방문 … 北 국방위 “NLL은 유령선”
지난 19일에는 북한 인민군 서부전선사령부가 ‘공개통고장’에서 남한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계획에 대해 “임진각과 그 주변에서 사소한 삐라살포 움직임이 포착되는 즉시 서부전선의 경고 없는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NLL과 전단지 살포 문제에 발끈한 것은 기본적으로 남한 정부의 움직임에 맞대응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18일 연평도를 전격 방문해 NLL 사수를 강조하고 “북한이 도발할 경우 백배, 천배 보복한다는 정신을 갖고 있으면 북한이 도발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남한의 군(軍) 최고통수권자인 이 대통령이 전방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대응으로 보인다.

남북한의 대립은 10월 22일 탈북자의 대북전단 살포일에 최고조로 달했다. 북한은 10월 21일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최전방 포병부대의 견인포와 자주포 등의 포신을 열어 놓았고 방사포를 탑재한 일부 차량도 대기시킨 정황이 군 및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인민군 서부전선사령부가 지난 10월 19일 전단 살포지역인 임진각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지 이틀 만에 실제 포병 부대를 움직인 것이다.

북한군 최전방 사단급 포병 부대에는 130㎜, 152㎜ 자주포와 122㎜, 152㎜ 곡사포(견인)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차량에 설치된 발사관으로 발사하는 122㎜, 240㎜ 방사포도 일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군은 이번에 자주포와 방사포를 발포 상태로 유지했으며 포병 병력도 사격진지까지 이동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北, “경고 없이 군사타격” … 정부, 대북전단 살포 차단
우리 군도 10월 21일부터 북한군의 ‘임진각 타격’ 위협에 맞서 임진각을 관할하는 부대의 포병 화력을 즉각 응사 태세로 전환했다. 주력 화력인 K-9 자주포(사거리 40㎞)와 다연장로켓(MLRS)을 즉각 발사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하고 사격에 필요한 동력 장치도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MLRS 발사대는 8천 개의 산탄을 60초 이내에 32km 떨어진 곳까지 발사할 수 있는 위력적인 무기이다.

MLRS는 적 로켓포와 방공부대, 트럭, 경장갑차 등을 격파하는 데 동원된다. MLRS는 지대지 로켓과 사거리 300㎞의 에이테킴즈(ATACMS)를 모두 발사할 수 있다. 에이테킴즈는 야구공 크기의 950개 자탄이 들어 있어 축구장 3~4개 넓이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무기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측의 타격 위협 직후인 지난 10월 20일 중부전선 최전방 부대를 방문, “적이 만일 도발하면 몇 발이란 개념 없이 충분히 대응 사격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남북한 군 당국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탈북자 단체는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하려 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국내 탈북자 단체들은 예고했던 10월 22일 임진각에서 계획한 대북 전단 살포를 하려고 했지만 경찰의 임진각 진입 통제로 무산됐다. 경찰은 대북전단 살포를 불허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날 오전 8시40분께부터 임진각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2곳을 전면 통제했다.

경찰은 군(軍)과 협조해 자유로 당동IC, 통일로와 37번 국도가 만나는 여우고개 사거리 등 2곳에 병력을 배치해 전단 살포 탈북자 단체 회원과 취재진의 진입을 막았다. 이날 오전 10시께 당동IC 일대에 도착한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북민연) 관계자 등 탈북자 80여 명은 경찰의 제지로 이동하지 못하고 이 곳에서 발이 묶였다.

김성민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 상임대표는 “차량에서 내리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고,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 9월 27일 파주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전단 살포와 관련된 집회 신고를 했다.”며 “북한의 위협은 우리 국민의 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에 따른 안전상의 문제, 찬반 단체의 충돌 및 주민 반발 등을 우려해 인근 지역 주민의 이동과 차량 흐름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추후 진행상황에 따라 대응강도를 격상할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탈북자들은 이날 오전 11시께 북한 3대 세습 반대 등의 내용이 담긴 전단 20여 만장을 대형 풍선 10개에 매달아 북쪽으로 날리고 지난 10월 10일 제주에서 시작한 국토대행진 해단식을 열 예정이었다. 결국 탈북자 단체는 이날 저녁 북서풍이 부는 가운데 임진각이 아닌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 소재 강화 역사박물관 앞에서 대북전단 12만장을 뿌렸다. 북서풍 속에서 이들 전단은 북쪽으로 날아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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