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동네 리얼 스토리 | 조선의 심장에 도둑이? 2012년 12월호
윗동네 리얼 스토리22
조선의 심장에 도둑이?
2011년 3월 말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정치적 대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현지는 만경대의 김일성 생가였다. 그날 100여 대에 달하는 중앙당 차량이 만경대 고향집에 들이닥쳤다. 생가를 돌아 본 일꾼들은 입을 딱 벌렸다. 설마 하던 것이 현실로 눈앞에서 증명되자 가슴이 조여 들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도대체 누가?
만경대 생가는 북한에서 ‘조선의 심장’으로 불리는 신성한 곳이다. 누구나 평양을 방문하면 그가 외국인이든 아니든 모두 이곳을 참관한다. 어려서부터 서민적이고 애국적인 가정에서 성장한 김일성 우상화를 위해서다.
그런데 생가의 문 하나가 어젯밤 도난당했다. 부엌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사이 문이다. 사실 방안에 비치된 책상이나 물레 독 같은 기물들은 다 유사하게 만든 모조품이었지만 뜯어간 문짝은 옛것 그대로 보존된 ‘진품’이었다. 돌쩌귀로 연결된 문이어서 뽑아가기도 한결 쉬웠을 것이었다.
김일성 유물로 떼돈 벌어보려다…
그렇지만 준비된 경비병들이 24시간 보초를 서고 있는 곳에서 이와 같은 도난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잡히면 3대를 멸하는 역적행위였다. 북한판으로 말하면 ‘체제에 도전하는 반정치적 행위’일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내렸다. 국경을 차단하고 해역을 봉쇄한 후 군과 보위부 보안성이 총동원돼 범인체포에 총력을 다했다. 어느 권력기관에서 잡아들이는가에 따라 그 공로가 평가될 것이었다. 사실 몸이 단 것은 보안성이었다. 보안성 경비관 아래서 일어난 도난사건인 만큼 반드시 제 손으로 범인을 잡아야 조금은 면목이 설 수 있었던 까닭이다.
보안성은 즉시 전국 각지의 인민반들에 문을 그려서 돌리며 그것을 본 사람은 즉각 해당 보안서에 신고하라는 지시를 비밀리에 돌렸다. 말 그대로 공개수배다. 일주일 후인 4월 초 문제의 범인이 황해남도 해주시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체포됐다. 범인은 북한에서 일류 대학으로 손꼽히는 김일성종합대학교 물리대학의 김 아무개라는 학생이었다. 왜 그랬냐는 물음에 대답한 범인의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대학에서 노골적으로 전개되는 뇌물강요와 그로부터 초래되는 학생 초급간부들의 시달림에 못 견뎌 학교를 중퇴한 그는 가난한 집 형편을 보며 어떻게 하면 목돈을 벌어볼까 궁리하던 끝에 그런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24살 난 이 청년은 누군가로부터 만경대에 있는 김일성의 생가에서 유물을 하나 가지고 대한민국으로 가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그만 정신이 확 돌았다.
그래서 ‘진품’으로 하나뿐인 문짝을 뜯어 가지고 남포시 강서구역 태평리의 시골집에 숨어 있으면서 수사가 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그 다음 황해남도 해주에서 중국 다롄으로 가는 배를 이용해 탈북할 수 있다는 누구 말을 듣고 몸을 움직였다가 그만 보안서 숙박검열에 걸려 체포되었던 것이다.
정말 김일성 생가의 오래된 문짝을 들고 대한민국에 오면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보다도 잡히면 본인은 물론 일가식솔 친척까지 모두 멸살한다는 것쯤은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 사건으로 처형을 면치 못한 것은 김 아무개 청년의 가족뿐이 아니었다. 처형이 끝나자 문을 도난당한 책임을 따지기 위해 중앙당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책임자로 하는 중앙당 검열조가 그해 4월 중순 인민보안부에 내려갔다.
문짝 하나에 시골 늙은이 전락한 인민보안부장
당시 인민보안부장을 맡고 있던 인물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안부 전체를 검열하지 말고 연관부서인 경비훈련국만 검열하면 안 되는가’ 하고 한 마디 했다고 한다. 그 한마디가 큰 화를 불렀다. 사실을 보고받은 김정일은 대노하여 ‘감히 중앙당검열에 이의를 달아?’ 하며 그를 상장에서 상좌로 강직시키고 보안부장에서 해임시켜 평안남도 대동군 보안서장으로 철직시켰다고 했다.
한 달이 지난 2011년 5월 말 그는 다시 모든 직무에서 해임되었다. 김정일의 특명으로 인민군 3군단장을 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인민보안부장이라는 큰 권력을 얻었지만, 결국은 문짝 하나 때문에 시골 늙은이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후임 인민보안부장으로 인민무력부 작전국장으로 있던 인물이 임명되긴 했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 그도 추락할지 불안하긴 매한가지일 것이다.
이지명 / 계간<북녘마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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