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취재수첩 | 北, ‘노동당 지도’ 아래 광범위한 군부 충성도 검증 2012년 12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北, ‘노동당 지도’ 아래 광범위한 군부 충성도 검증

연평도 포격도발 2년인 지난 11월 23일 육군 7사단 포병부대가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 인근의 한 진지에서 적의 도발에 대응하는 실사격 훈련을 마친 뒤 태극기를 들고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2주기. 이날 연평도에서는 2년전 상황이 재연됐다. 2주기를 맞아 열린 방어훈련은 2년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이 발생한 시각인 오후 2시33분에 시작돼 오후 5시에 종료됐다.
북한군이 황해도 개머리지역에서 연평도로 122㎜ 방사포 수십 발을 발사한 것을 가정하는 등 2년 전 포격도발 때와 유사한 상황을 상정해 훈련이 진행됐다. 연평부대는 북한군의 가상도발에 ‘선(先)조치 후(後)보고’ 개념에 따라 자위권 차원에서 응징에 들어갔고 대기포 임무를 수행 중이던 K-9 자주포가 도발원점에 대한 가상 대응사격에 들어가면서 사격훈련 중이던 K-9 자주포도 북쪽 개머리지역으로 포문을 돌렸다.
합참도 즉시 위기조치반을 소집하고 육·해·공·해병 합동전력의 투입을 준비하는 한편 경계태세 강화지시를 전군에 하달했다. 초계 중이던 KF-16 전투기가 긴급명령에 따라 연평도 인근 상공으로 이동하고 공대지 원거리미사일(슬램-ER)과 합동직격탄(JDAM)으로 무장한 F-15K 전투기도 긴급 발진했다. 서해상에서 임무수행 중인 전투함은 즉각 유도탄과 함포 사격을 할 수 있는 전투대기 태세에 돌입했다. 육군도 적의 추가 도발 및 침투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연평도 포격 2년, 南 방어훈련 … 北 자축행사
같은 시각 북한은 연평도 인근인 황해남도에서 군·민 연환모임을 열고 2년 전 연평도 포격의 승리를 자축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11월 24일 전했다. 황해남도 평화바닷가 양식사업소에서 열린 모임에서 안지용 소장(우리의 준장)은 “연평도 포사격 전투는 우리 군대의 자랑찬 승리로 결속된 정의의 격전이었다.”며 “군단 안의 장병은 기회가 또다시 온다면 조국통일 대전의 승리를 이룩할 의지로 심장의 피를 끓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군인들도 “생사를 판가름하는 전투마당에 서슴없이 달려와 친혈육의 정을 부어주던 고마운 인민들을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원민(주민을 도와주는) 기풍을 더 높이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은 전했다.
북한의 서남단 지역을 담당하는 변인선 4군단장과 리경남 황해남도 당위원회 비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모임은 현지 근로자와 학생들이 연평도 포격에 참가했던 군인들에게 꽃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는 등 자축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북한군이 연평도 포격 2년을 맞아 축하 분위기에 행사를 갖기는 했지만 현재 북한 내부 사정으로 보면 마냥 웃고만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에서 지난 4월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후 광범위하게 진행돼온 ‘충성도’ 검증에서 군부도 주요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 공고화 위한 노동당의 군부통제 본격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7월 북한 군부의 실세였던 리영호를 군 총참모장에서 해임한 것을 신호탄으로 최근 현영철 군 총참모장과 최부일 부총참모장, 김영철 총정찰국장의 계급을 강등했다.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전격 해임된 리영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김정은의 군부 후견인 역할을 부여했던 인물이었다.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 통제 강화 과정에서 리영호가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문책, 해임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고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리영호의 전격 경질 이후 군부의 다른 고위인사들에게도 검증의 칼끝을 겨눠 문제가 발견되면 계급을 낮추는 등의 조치를 이어갔다. 리영호의 뒤를 이어 총참모장으로 발탁된 현영철은 차수 진급 3개월 만에 대장으로 한 계급 강등됐다. 현영철은 지난 7월17일 대장에서 차수로 승진했지만 10월 10일 당 창건 67주년 기념행사에 대장 계급장을 달고 나타났다. 또 올 2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고사령관 명령을 통해 대장 계급장을 달아주며 힘을 실어줬던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계급이 낮아진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최부일 총참모부 부총참모장도 대장에서 상장(우리의 중장)으로 별이 하나 적어지며 작전국장으로 사실상 ‘좌천’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김격식은 2007년 4월 군 총참모장에 임명됐지만 2009년 2월 총참모장에서 해임된 뒤 황해도 일대를 관할하는 4군단장에 임명된 인물로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주도했지만 연평도 사건 이후 상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격식은 별 4개의 대장으로 복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북한에서 김정은 시대를 맞아 이른바 ‘노동당의 지도’를 내세운 군부에 대한 문민통제가 강화되는 추세로 분석된다. 김정일 체제에서는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군부가 권력을 이끄는 핵심그룹이었지만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는 당의 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노동당 정치의 부활은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출범한 김정은 체제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노동당 정치국은 작년 12월 30일 회의를 열어 김 제1위원장을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하는 결정서를 채택하고 당 구호를 심의했으며 올해 1월에는 특별보도를 통해 김 국방위원장 유해를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하는 결정을 내놓기도 했다. 또 올 4월에는 제4차 당 대표자회를 열어 김 제1위원장을 당 제1비서로 추대하고 당의 조직을 실무 위주로 재정비했다.
힘이 세진 노동당의 군부통제를 실현하는 연결고리는 군 경력이 전무한 ‘민간인’ 출신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다. 최룡해는 2010년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대장 계급장을 달더니 지난 4월 당 대표자회에서 차수로 승진하면서 북한 내 최고 요직 중 하나로 꼽히는 군 총정치국장에 발탁됐다. 군대 내 정치기관인 총정치국은 군대 지휘관이 당의 정책에 어긋나는 명령을 내리면 이를 시정할 권한도 가지고 있어 최근 북한 군부의 변화가 최룡해의 의중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러한 노동당의 군부통제와 변화는 김정은 체제 공고화에 목적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권력을 승계한 지 1년이 채 안 된 김정은으로서는 민심을 확고히 틀어쥐는 것이 체제 공고화에 중요한 만큼 당분간 군부통제를 강화해 주민생활 향상에 주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군 총정치국이 장교들에게 ‘인민을 약탈하거나 괴롭히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받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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