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월 1일

북녘 배낭여행 | 추위에는 추위! 한겨울 자강도 여행 2016년 1월호

북녘 배낭여행 11

추위에는 추위! 한겨울 자강도 여행

코끝을 아리는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흔히들 무더위가 찾아오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며 오히려 뜨거운 것을 찾는 것처럼 추위에 맞서는 ‘이한치한(以寒治寒)’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어느 지역이 적합할지 찾아보니 자강도가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겨울추위가 몹시 심하다고 해서 옷을 두툼히 갖춰 입고 자강도로 향했다.

자강도는 한반도 북서부에 위치해 있는 지역으로, 광복 후 1949년에 당시의 평안북도 일부 지역과 함경남도 일부 지역을 통합해 신설한 행정구역이다. 동부는 양강도·함경남도, 남부는 평안남도·평안북도와 잇닿아 있으며 서부 및 북부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접하고 있다. 면적은 16,765㎢로 한반도 면적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강계포도주

강계포도주

강계포도주공장

강계포도주공장

강계포도술·인풍술 향미로 자강도를 느끼다

이번 자강도 여행은 자강도 소재지인 강계시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강계시에서 먼저 찾아간 곳은 강계포도술공장이었다. 자강도에서는 포도가 많이 생산된다고 하는데 공장에서는 이를 원료로 해서 포도주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강계포도술과 인풍술은 북한의 유명한 가공특산물이라고 했다.

강계포도술은 강계의 유명한 포도와 산열매를 주원료로 만든다고 하는데 주정이 10~12%, 진액은 1.5~2.5%, 글리세린은 0.4~0.6%, 포도주산은 0.7~1.5%로서 그 질이 매우 높다고 한다. 불그스름한 색이 예쁜 강계포도주는 향도 참 달달했는데 그 맛을 보니 단맛뿐 아니라 신맛, 감칠맛과 더불어 기분 좋게 톡 쏘는 탄산성도 가지고 있었다. 색도 향도 맛도 좋은 강계포도술을 적당량 마시면 혈색이 좋아지고 피부가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예로부터 강계에는 미인이 많았다고 하는데 그 비결이 강계포도술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인풍술은 강계 일대의 청포도, 보라향포도, 빨간포도 등을 원료로 만든 술인데 강계포도술이 포도주라면 인풍술은 포도주를 증류해서 만든 과일소주 품종이었다. 포도즙을 발효시켜 발효액을 얻은 다음 이것을 증류해 에틸알콜 함량을 높인 후 참나무통 안에서 1년 이상 저장한 후, 증류수와 단물 및 캐러멜색소 등을 넣고 가공해 또 다시 2개월 이상 저장했다가 제품으로 만든다고 했다. 강계포도술과 인풍술, 두 가지 술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몇 병 구입 후 발걸음을 옮겼다.

강계읍성 성벽

강계읍성 성벽

다음으로 들른 곳은 강계시 중심부를 둘러싸고 있는 강계읍성이었다. 강계읍성은 조선시대의 석성으로 북쪽에서 침입해오는 외적을 막기 위해 1436년에 축조된 것으로 남쪽으로는 남산을, 북쪽으로는 북천 기슭의 벼랑을 이용하였고 서쪽은 장자강 벼랑에 잇대어 자연지형을 이용해 축조되었다고 한다. 남북 장방형의 모양인 강계읍성은 과거에는 둘레가 약 4,500m 되었는데 지금은 209m만 남아 있다고 했다. 과거 강계읍성에는 활쏘기훈련을 하던 6개의 정자와 4개의 문루, 군사를 지휘하던 북장대·서장대·남장대·동장대 등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서장대의 인풍루와 남장대의 망미정만이 남아있었다. 그 중 서장대의 인풍루는 관서팔경 중 하나라고 해 가보니 강계시의 전경과 굽이 흐르는 장자강을 바라볼 수 있어 경치가 정말 좋았다.

강계읍성을 떠나 향한 곳은 만포시 건중리에 위치한 만포고치농장이었다. 자강도의 중요한 누에고치산지라는 만포고치농장에서는 주로 뽕 누에고치를 생산해 북한 각지의 비단공장에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농장에서 누에고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솔직히 셀 수 없이 많은 누에들이 뽕잎 위에서 꿈틀대는 모습은 징그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누에들이 만들어놓은 작은 구름 같은 누에고치들은 몽글몽글 귀여운 느낌이었다. 누에고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나니 작은 벌레 한 마리가 그 부드러운 비단실을 뽑아낸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중강군 오수덕

중강군 오수덕

칼바람 이겨낸 별미, 시원하고 알싸한 갓김치국수

중강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강군은 자강도 내에서도 북부에 위치해 북한에서 기온의 연교차가 제일 큰 지역 중 한 곳으로 되어 있는 곳이다. 중강군에 도착해 오수덕을 찾았다. 오수덕유래비에 적힌 비문을 읽어보니 오수덕은 1910년에 향래봉에서 산불이 일어나 이 고원의 밀림이 몽땅 불타버려 나무그루터기만 까마귀머리처럼 까맣게 남아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까마귀 오(烏), 머리 수(首)자와 ‘고원의 평평한 땅’을 뜻하는 ‘더기’의 준말 ‘덕’이 붙여져 지어진 이름이었다.

오수덕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쥐라기퇴적암과 백암기암층을 뚫고 올라와 덮은 제4기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그 후 융기되면서 오늘과 같은 높이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오수덕의 면적은 약 17㎢이고 높이는 800m이며 경사는 5℃ 정도로 매우 평탄하다고 한다. 또한 기후는 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보이며 바람이 세게 불고 안개가 자주 낀다고 하는데 정말 아찔한 칼바람이 불었으나 다행히도 안개가 적어 오수덕에서 압록강 너머의 중국 모습도 바라볼 수 있었다.

오수덕에서 겨울바람을 실컷 쐬고 내려와 근처의 향토음식점에 들렀다. 종업원이 갓김치국수를 추천해주었다. 자강도 지방에서는 예전부터 배추와 무 대신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자라는 갓으로 김치를 담가 먹었다고 하는데 갓김치 국물에 귀리국수나 언감자국수를 말아먹기도 한다고 했다. 갓김치국수 한 그릇을 주문해 맛을 보니 갓의 알싸함이 시원하고 개운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갓김치국수를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추위에 추위로 맞서자’는 마음으로 떠나온 이번 자강도 여행은 물론 몹시 춥기는 했지만 겨울을 한껏 만끽한 것 같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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