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동네 리얼스토리 | 미라 공화국 2016년 1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59
미라 공화국
북한의 전 주석 김일성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1994년 7월 8일. 평양에 ‘비공개 외국대표단’이 들어왔다. 김일성 시신보존 문제로 모스크바에서 평양으로 급파된 러시아 비공개 대표단이었다. 러시아 외무성 국장급 1명과 러시아 생물구조연구센터 연구원들로 구성된 비공개 대표단은 평양과 평성 사이에 위치한 정부초대소인 철봉초대소로 숙소가 배정되었지만 이들은 순안국제공항에 입국하자마자 짐만 초대소로 들여보내고는 김일성의 시신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직행했다.
당시 금수산의사당 경리부 서기실장이 대표단과 동행했다고 하는데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당히 많은 문제들이 비공개로 논의되었다고 고위 탈북자 A씨는 증언했다. 러시아 생물구조연구센터는 사회주의 10월 혁명의 주역인 레닌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호치민, 중국의 마오쩌둥을 비롯해 세계 유명 인사들의 시신들도 영구보존 처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연구기관이다. 구소련 시절에는 국립연구기관으로 철저히 비밀리에 운영됐던 이 연구센터는 소련이 해체된 이후인 1990년 10월에 처음으로 존재가 외부에 알려졌다.
북한에 들어간 세계 최고의 시신방부처리 전문가들
엠바밍(embalming, 시신위생처리)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시신을 방부 처리하는 기술 노하우를 독점하고 있는 러시아 생물구조연구센터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연구센터다. 시신방부 전문가들은 사체를 발삼향의 액체가 담겨진 수조에 넣고 삼투압을 이용하여 1차적으로 피부에 삼투시키는 작업을 진행한 이후 뇌와 안구, 내장 등을 빼내고 발삼액을 사체 내에 채워 넣은 다음, 생체의 수분량에 맞춰 약 80퍼센트 정도의 발삼향액을 보충해 피부가 건조되도록 공기 속에 일정 시간 노출시켜 놓는다.
발삼향액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사체 내 모든 부분을 미라처럼 가죽포대로 꽁꽁 감싼 다음 얼굴에 화장을 하고 새옷을 입히고 나면 1차 영구보존처리 작업이 완성되지만 중요한 것은 사후관리다. 일차적으로 방부 처리된 미라는 주 2회 정도 진공유리관 속에서 꺼내 다양한 방부제들을 순차적으로 얼굴과 손 등의 노출된 부위에 꼼꼼히 발라줘야 하며 2~3년에 1회 정도씩 다시 발삼향액 수조에 한 달 가량 담가 방부수액을 주기적으로 보충해 줘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관리비용이 엄청나다.
진공유리관 속에 시신을 보존하는 방법과 액체유리관 속에 시신을 보존하는 두 가지 방법 중 김정일은 두 말 없이 값이 비싼 진공유리관 쪽을 택했다. 비용이 얼마가 들든 살아있는 김일성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김정일의 선택이었다. 최대한 살아있는 듯한 김일성의 미라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 자신의 후계 명분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관리비로는 연간 약 130만 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러시아기술자들이 평양에 체류하며 먹고 입고 쓰는 비용은 계산에 넣지 않은 숫자다.
이렇게 되어 김일성은 세계 사체보존 역사에서 통상 8번째로 영구 보존된 공산주의 지도자가 되었다. 구소련의 블라디미르 일리이치 레닌(1924년), 불가리아의 디미트로프(1979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고트발트(1953년), 베트남의 호치민(1969년), 중국의 마오쩌둥(1976년), 앙골라의 네트(1979년), 가이아나의 바남(1985년) 이후 여덟 번째로 북한의 김일성(1994년)이 영구보존 처리가 된 것이다. 약 8개월간의 작업 끝에 김일성에 대한 시신보존 작업은 완료되었고 1995년 7월 7일 <모스크바통신>은 “러시아인 기술자 7인에 의해 김일성의 사체보존 작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렇게 김일성의 사체보존 작업은 일단락되었지만 이후 관리는 간단하지 않았다. 해마다 약 130만 달러가 넘는 비용이 순전히 사체를 소독하고 관리하는 데 들어갔고 러시아 생물구조연구센터에서는 지금도 3~4명 정도의 전문기술자들을 평양에 상주시켜 놓고 있다. 연구센터입장에서는 우수고객에 대한 특별서비스 차원일지 몰라도 가난한 북한 입장에서 보면 죽은 김일성의 시신보존에 들어가는 엄청난 액수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미라가 보존된 ‘금수산태양궁전’ 건립에만 약 8억 달러 이상을 썼고 김일성 사망 2주기이자 ‘조국해방전쟁승리 43주년’을 기념하여 금수산태양궁전 3층 중앙 홀에 안치된 김일성의 시신을 일반에 공개하면서 유지비용은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순수 사체 소독에 들어가는 비용만 연 130만 달러
방문자들은 소지품을 일체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며 엑스레이를 지나 보안검색 후 신발바닥의 먼지를 자동카펫 위에 털어내고 다시 젖은 카펫에 올라서서 신발에 붙어있는 박테리아를 제거한 다음에야 비로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유리관이 놓여있는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SF영화에서 나오는 기계처럼 생긴 흡입여과기에 들어가 옷에 붙은 미세먼지와 병균들을 다시 제거하는 여러 단계의 살균처리 과정을 거쳐야 마침내 ‘태양의 신’을 볼 수 있다.
현재는 김정일마저 똑같이 ‘영원한 신’으로 둔갑해 궁전에 들어갔다. 왜 막대한 외화를 쓰면서 북한에서는 이런 일을 벌일까? 북한 전역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가 남발되듯 나붙어 있다. 그들은 죽어서도 수령이란 명칭으로 북한이란 나라를 통치한다. 미라 보존은 보존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미라가 보존되는 한 독재체제는 정의이고 북한 주민이 바라는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지명 / 망명작가펜(PEN)문학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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