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1세기형 선진국방, 통일강국의 꿈 앞당긴다! 2016년 1월호
21세기형 선진국방, 통일강국의 꿈 앞당긴다!
첨예한 이해관계로 각축전을 벌이는 현재의 동북아 안보지형 속에서 통일 이후 명실상부 강국의 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선 현대화 및 정예화 된 국방력의 건설이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추진되어 온 우리의 군사안보 전략을 검토하는 동시에 21세기형 선진국방을 구축하고 통일강국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신뢰와 자신감이 선진국방의 핵심이다”
한국이 당면한 군사안보 과제는?
“주변국 상황 급변 … 절박한 위기의식 가져야 할 때”
“부족한 국방재원 … 선진화 비전 뒷받침 어려워”
“군에 대한 사회의 다양한 요구조건 높아져”
“제한된 예산 안에서 효율적 국방경영 능력 요구돼”
오늘 논의할 큰 테마는 바로 선진국방 구축입니다. 그러나 선진국방을 향한 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할 과정일 것입니다. 군사안보 측면에서 현재 전반적으로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양 욱
한국의 국가이익과 국방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게 서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장기적인 국가전략을 세우는 출발점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구현해내고자 하는 통일이라는 것이 어떤 상태를 말하는지, 그 방향성이 현재로선 부정확하다는 점이죠. 이런 부분이 확정됐을 때 지금 수준에서 우리 국방의 과제는 무엇이고 어떠한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보다 정확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의 국방비 수준이 3%대 이상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국가적 이익과 국방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제언을 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금 사회 곳곳에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제가 봤을 땐 향후 10년 동안은 남북한의 국가적 통합을 말하기 이전에 현재의 안보적 문제, 즉 북한의 위협을 제대로 막는 방향에서 우선적으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하는 게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또 미국이 이른바 재균형 전략을 통해 아시아로 들어오고 있고 중국은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을 통한 아시아 경제권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 바, 국제정치적 차원에서도 안보적으로 고려해야 할 당면 과제가 산적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우리 국방이 가지고 있는 재화와 인력, 병력자원들이 줄어들고 있는 제약 조건을 맞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난 1970년대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시절, 당시 국가정책을 총괄하던 정책결정자들의 생각은 미군이 한반도에서 빠져나가도 어떻게든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투철했고 그런 의식을 바탕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하여 거시적인 국방전략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실 지금 우리의 국방은 당시의 정책추진 환경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만 그 안에서 제기되었던 여러 해묵은 문제들을 얼마나 해결해 왔는지에 대한 것은 깊게 고민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여러 과제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처가 되겠죠. 핵이나 장거리미사일 등을 둘러싼 현재의 전략적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며 최소한의 군사적인 대칭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이것이 우리에겐 급선무이면서도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국방 대비태세를 철저하게 재점검해야 하고 동시에 인원과 장비의 현대화를 이룩해야 하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비용 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가 놓여있다고 판단합니다.
윤석준
우선 북한의 위협이 시간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고 주변 안보환경의 변화 추세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제는 북한이 해양을 도발의 주요수단으로 간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선 과연 어느 개념과 수준에서 대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북한 위협을 예측하는 임계점이 어디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변 안보환경 역시 매우 유동적입니다. 중국이 소위 ‘군사굴기’와 ‘해양굴기’를 선언하고 과거 중화주의 질서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미·일동맹을 전제로 한 집단적자위권을 내걸고 역내 군사적 역할 증대 명분을 쌓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러시아는 과거 군사강국 재기를 지향하여 북극 군사기지 건설 및 신형 핵전략잠수함 우선 배치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향후 세계 유일 분단국인 한국이 장기적으로 어떤 국방정책을 펼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국방재원 제약입니다. 세계 경기침체와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 국면 등으로 한국 경제발전이 영향 받고 있고 이에 따라 선진국방을 위한 재원 확보가 중요한데 안보 상황은 더욱 불안하고 예측불허 상황임에도 선진국방을 위한 재원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2014년 5월 발행된 ‘2014~2030 정예화 된 선진강군을 위한 국방개혁 기본계획’ 요약 공개본에 의하면 대상기간 동안 매년 7.2%의 국방재원 증가를 전제로 하나 올해 국방예산은 3.6% 수준이며, 이는 정부부처 예산 증가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이러한 재원 확보로 과연 우리 군이 달성하고자 하는 선진화 된 국방비전을 완성해 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또한 국가대전략 또는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군사력 비중입니다. 냉전 이후 국가전략 및 국가안보 위협 양상이 전통적 수준에서 비전통적이며 소프트파워 수준으로 변화되어 물리적 군사작전보다 외교적 협상과 국가 간 협력에 비중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국가의 국방정책 입안자들이 가능한 국방비를 최소화 하고 동맹과 국가 간 협력에 의해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려는 반면, 전 세계에서 직접적인 위협에 맞서 있는 국가 한국은 북한이 주적이라는 전제 하에 막대한 재래식 군사력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격차를 향후 어떻게 해소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현안입니다. 특히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는 위협이 전개되고 있어 우리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에 대한 고민이 매우 큽니다. 이제는 우리의 독단적 논리보다 우리가 지향하는 경제성장, 환경 및 보건복지 등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억제력을 발휘하기 위한 전략을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국방 문제의 전문화입니다. 우리 국방은 진정한 국방종사자와 전문가에 의해 논의되고 개념화해야지, 현안 해결을 위한 임기응변식 논리와 흐름에 따라 방향성과 목적성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됩니다. 지금처럼 여기저기 각종 매스컴을 통해 제기되는 포퓰리즘에 의거해 우리의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을 폄훼하고, 우리 국군통수권자의 국방의지와 철학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군은 제한된 재원을 갖고 국방개혁과 관련한 여러 비전과 실천과제들을 국방기본정책서, 국방백서, 합참군사전략서 및 각군 비전서 등을 통해 일관되고 계획성 있게 수립하여 추진하였습니다. 저는 우리 군이 지향해 온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이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여 만족할 만한 개념과 목표를 지향해 왔다고 확신합니다. 이 점에서 앞으로 우리 국민과 정부 그리고 국회가 우리 군이 지향하는 일련의 국방개혁을 위한 선진화 및 현대화를 지지하고 신뢰를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고로 군을 신뢰하지 않은 국가가 강대국이 된 사례가 없었던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되새겨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병구
외부의 안보적 요소와 함께 국내 국방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 제일 큰 과제상황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외부적인 요소, 즉 북한 문제와 국제환경 변화 문제는 앞에서 잘 말씀해주셨고요. 여기에 추가하자면 초국가적 위협에 대한 문제들이 우리 국방에 중장기적으로 깊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입니다. 기후 변화나 테러 같은 문제들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가시적이고 현실적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큰 과제는 국내 국방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구 국가들은 포스트모던이라고 하는, 즉 냉전이 종식된 이후 실질적으로 사회 내에서 여러 변화를 겪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다른 환경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군의 제도라든지 군 내부의 인권 문제 등으로 번지며 다양한 사회적 요구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외부의 안보적 위협은 계속 증대되는데 내부에서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을 맞게 된 것입니다. 외부적 위협이 높은 수준인데 사회적 요구는 낮었던 과거에는 군이 자체적으로 주도하는 노력이 비교적 쉬웠지만 지금은 외부적 위협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사회적 요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에 과연 우리 군이 이런 부분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큰 과제입니다.
이호령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봐야 할 것입니다. 첫째는 국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위협평가 부분이고, 둘째는 정책결정자들의 의지, 즉 자원이라는 것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정책결정자들이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추진할 것인지고요. 셋째는 능력입니다. 당면한 위협에 대해서 실제로 우리가 얼마나 역량을 가지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로 주로 군사적 대비태세나 전력화에 대한 과제가 도출될 것입니다. 먼저 국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위협평가를 보면 우리 국방정책은 향후 20년을 대비하는 계획에서 북한의 위협을 중점적으로 상정하며 다루고 있어요. 그렇지만 군사적 대비태세 등을 통한 우리의 준비가 이러한 상황에 맞춰 진행되었는지 돌이켜본다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고요.
또 하나는 국내 환경과 외부의 위협 간에 간극이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환경의 구조 변화에 따라 각국의 국방비가 줄고 그것이 다른 정책으로 선회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춰 순응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온 것이거든요. 그러나 한반도 구조는 바뀌지 않았는데 우리도 이러한 변화에 발을 맞춰야 한다는 관념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국제환경 구조와 한반도의 구조는 분명 차이가 있음에도 정책결정자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국방 이슈가 달라졌다는 것이죠. 그전에는 북한의 위협에 초점을 맞춰서 무기선택 등에 집중하였다면 요즘의 이슈는 복지, 인권 등으로 초점이 바뀌어진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북한의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고 생각지도 않은 비대칭 위협이 증대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와 관련해선 또 한편으로 예산의 문제나 기타 다른 문제로 제약되고 있는 상황이죠. 따라서 외부에서 볼 때에는 정책이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위협평가와 관련해선 국내의 환경 변화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이런 측면에서 정책결정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죠. 모든 요소를 다 만족시키는 정책은 있을 수 없음에도 정책결정자들이 선호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 여기에 각 시기별, 이슈별로 대응하게 되면 정책의 큰 흐름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일 수 있고요. 또 하나, 능력 부분에 대해선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자체적인 능력과 의지 측면에서 두 요소가 비례성을 갖고 함께 강화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방운영 측면에서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 중요할 것입니다. 단순히 전력 문제 수준에서 무기체계 등도 중요하겠지만 제한된 예산 안에서 창조적인 국방경영을 할 수 있는 방법 역시 깊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 위협에 대한 평가?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적 옵션 냉정하게 평가해야”
“8월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대응처럼 단호함 보여야”
“비대칭 위협과 사이버 안보에 각별히 신경써야”
노 훈
우리가 현재 처한 대내외 환경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기반으로 국가이익과 국방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여기에 맞춰 우선순위를 두어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물론 앞에서 제기됐지만 역시 현재 우리 국방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 중에선 북한의 위협이라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죠?
윤석준
그렇습니다. 최우선적으로 북한의 다양한 군사적 위협에 대해 시대성을 갖고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한반도는 기술적으로 정전 상황이며, 6·25전쟁 이후 장기간 휴전에 의한 평화가 지속되는 불안정한 상황에 있습니다. 과거 냉전 때와 같이 이념적 대결 국면에 의거, 전면전 상황을 가정한 전쟁 수준에서의 위협평가는 문제가 있으며 이는 북한을 제외한 어느 국가도 원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많은 군사 및 안보 전문가들은 이제 더 이상 지구상에 국가와 국가 간의 대규모 전쟁 발발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불행히 한반도는 지난 70년간을 그러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군사적 대결을 지속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정권 유지에 급급한 북한이 모든 군사적 옵션을 일시에 사용하는 상황, 즉 휴전선 인근의 모든 방사포를 동원한 전쟁 발발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는 외교적,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협력으로 해소시켜야 합니다. 북한은 전쟁 발발이 곧 김정은 정권 멸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국가위협에 있어 1%의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절대안보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한국의 지리·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여건을 고려할 시에 과연 가능성이 높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만을 놓고 위협평가를 하는 틀이 적합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이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구사하여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북한이 어떠한 옵션을 갖고 우리 안보를 위협할 것인가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 위협 분석을 통한 대비태세 마련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 군은 수많은 투자를 동반한 군사적 억제력을 구비하고 동원하여 북한의 군사도발을 억제하고 대응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비전통적 수단에 의해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우리 군이 준비해야 하는 군사대비태세가 무엇인가를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인기 침투, 사이버 공격 그리고 해상과 공중을 통한 국지도발 등과 같은 가능성입니다. 또한 우리 군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what to do)’보다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how to fight)’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우리 군이 갖추어야 할 군사대비태세가 한반도 여건에 맞는 개념으로 발전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 첨단 군사력을 확보하고 또는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주력하여 왔으며, 이에 따라 북한의 전면적 군사도발을 억제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의 국지도발 시에 어떻게 응징하여 도발의지를 근절시키는가에 우선순위를 두고 이를 위한 첨단전력 확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우리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어떻게 싸울 것이고, 전장을 어떻게 주도할 것이며, 여기에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인가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당면한 국방 이슈이자 과제가 될 것입니다. 국방정책에 대한 원칙과 목표, 개념과 같은 관념적 논의보다는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 집중해 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입니다.
양 욱
북한의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죠. 우리 군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실제 상황에서 이를 보여줄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이 있었을 때 우리의 국방 지도부가 보여준 태도는 대단한 것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과거와 비교하여 특히 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선 단호한 의지를 갖고 대응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군사력을 활용해서 북한의 정치적 의지를 꺾은 대표적 사례지 않습니까. 이것이야 말로 국방이 근본적으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일 것입니다. 물론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준비되어 온 노력 없이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현재 수준에 걸맞도록 전략과 전술, 무기체계를 꾸준히 갖춰왔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겠죠. 군사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투사할 줄 아는 국가, 이런 국가야말로 선진국이 아닌가 생각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우리 국방은 선진국적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겠죠. 앞으로도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병구
북한 위협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역시 핵과 미사일 억제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지속적으로 북한의 핵위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북한은 이를 활용해 우리에게 강압적 영향력을 투사하려 할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외교적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사이버 위협과 관련한 북한의 역량이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증대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자체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또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군사과학기술의 진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소위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이라는 것이 있는데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이나 사이버 능력은 큰 차원에서 보면 A2AD라고 명명되는 능력 중에 포함되는 기술을 증강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조금 더 확대해서 보면 한반도 주변 강국인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갖는 A2AD 능력들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 국방 역시 미래 직간접적인 위협을 상정해 보자면 주변 강국의 군사과학기술의 증대 양상까지 고려한 측면에서 대비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국방력 활용해 상대국에 국가의지 강요하는 수준되어야”
“전략전술 및 역량 증대에서 우리가 주도하는 국방이어야”
“계획성 있게 대비하고 일관성 있는 방어태세 갖춰야”
“선진적 국방외교력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 증대시켜야”
노 훈
선진국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선진국방의 개념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어 왔지만 최근 우리 국방부가 말하고 있는 개념은 합리적 부대지휘와 병영문화, 사회발전 수준에 걸맞은 복무환경, 군복무를 보람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 전투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군대, 강인한 정신력, 실전적 전투수행 능력, 우수한 첨단전력, 부대편성의 완전성, 탁월한 전투지휘 능력, 효과적인 통합 전투수행태세 등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부분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선진국방, 선진군대의 모습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양 욱
우선 걸프전이 가져다 준 충격이 컸습니다. 현대화 된 군사전술이 어떤 것인지 공개된 전쟁이었죠. 따라서 당시 군사혁신(RMA) 개념이 이슈화되고 있었는데, 문제는 오히려 그런 부분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대의 군 자체가 기술적 측면에서 집중된 군이기 때문에 어떤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이를 통해 상대에게 어떻게 투사할 수 있는지가 핵심적이긴 합니다만 결국 어떻게 싸울 것인지, 이를 정해 놓고 여기에 맞는 무기체계를 만들고 병력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 오로지 기술만이 우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기술이 우리 국방이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의 한계를 열어줄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전술적 목표들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고 강화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것이 선진국방이 갖춰야 할 요소라고 보고요. 또 하나는 국방력을 활용해서 국가의 의지를 상대국에게 강요할 수 있는 상태가 선진국방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덴만 여명작전이 선진국방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한국의 경제영토가 해외에 진출하며 넓어질 때 이런 부분을 우리의 국방력이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 결국 국가적 이익을 여러 차원과 수준에서 보장하고 확대해줄 수 있는 역량이 바로 선진국방의 기본이라는 것이죠.
윤석준
선진국방을 말하고자 할 때 네 가지 점을 검토해야 합니다. 우선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방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모범사례가 어느 것인가’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군은 사례연구를 통한 교훈과 최선의 방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식은 전사(戰史)나 교리(敎理)에 치우치기 보다는, 미국이 지향하고 전 세계에 투사하고 있는 보편적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를 적용하기 위한 측면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취해야 할 모든 옵션을 동원하는 사례입니다. 또한 유럽국가의 예를 보면 철저하게 전사의 교훈과 이를 기반으로 한 교리에 의거해 국방정책을 운용합니다. 즉 군사력 운용에 있어 신중성과 중장기적 전력 개발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 군이 지향해야 할 선진국방 사례는 장기적으로는 유럽형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입니다만,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고 증대되는 한 미국의 사례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례는 예외적이나, 미국의 절대적 지원과 신앙적 또는 인종적 우수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어렵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한국 주도의 동맹입니다. 통상 선진국방을 논하면서 이를 ‘자주국방’과 연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위험한 시각입니다. 지금 세계 어디에서도 자국의 국방을 독자적으로 해결하고 준비하겠다는 국가는 없습니다. 이는 비록 냉전 시 산물이지만 우리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에 있어 동맹 또는 군사협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직접적 적이 존재하지 않는 캐나다와 호주도 동맹을 유지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향후 미국 주도의 한·미동맹을 한국 주도의 한·미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여전히 일부 부정적 평가가 있으나, 전시작전통제권은 이 점에서 조건이 충족되는 시기에 환수하여 우리 군 주도의 한·미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실제 과거와 달리 미국이 주도하던 한·미동맹에서 이제는 한국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군의 국방정책과 군사전략 수립입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 군은 한·미동맹에 많이 의존하여 왔으며, 이제는 우리 군의 정책적 판단과 군사작전 능력에 따라 국가안보를 견지하는 방향성을 나타내야 할 시기입니다. 어느 군 구조 또는 전력배비에서든 우리의 국방부와 합참이 우리 국가안보 대비태세를 고민하는 가운데 군사전략을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에 대한 군사적 역량을 증강하는 과정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특히 이는 향후 전작권 환수와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며, 비단 북한 위협만이 아닌 미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선진국방 모습은 눈에 보이는 전력만이 아닌 첨단전력에 접목되는 첨단 군사과학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 군은 북한의 현존 위협에 긴급히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으로부터 첨단 무기체계와 장비들을 도입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군이 필요로 하는 전력이 무엇인가를 개념화하여 이를 위한 국방 분야 첨단과학 기술개발을 사전에 우리가 주도하여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할 시기입니다.
이호령
선진국방 측면에서 어떤 모델을 따를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식을 따라갈 것인지, 혹은 우리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스라엘식을 따를 것인지, 여러모로 환경적 부분을 고려하여 따져볼 필요가 있죠. 국방 선진화 과정은 우리식에 맞춰 측정할 기준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선 적합성을 들 수 있겠죠. 국내외의 환경과 사회의 환경 변화에 군이 얼마나 신속하고 적합하게 발맞추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일관성도 중요한데요. 특별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긴급하게 예산을 편성해 대처하는 방식보다는 사전에 큰 틀에서 계획성 있게 대비하고 이를 통해 일관성 있는 방어태세를 갖추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예측성 역시 중요합니다. 여기서 예측성이란 우리가 상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닌 상대가 우리의 안보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국방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가 우리의 역량이나 의지에 대해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 시쳇말로 계속해서 떠보는 행위, 즉 도발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수 있거든요. 상대가 우리의 국방력을 보는 입장에서 충분한 예측 가능성을 주고 이로 인해 도발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수준이 되었을 때 비로소 선진국방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신뢰성과 자신감입니다. 국민이 군을 바라보는 시선에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가 선진국방의 기준이 될 수 있고 군에 있는 인력들이 자신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며 상대에 대한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는지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병구
선진국방은 우선 민주적 문민통제를 재확립하는 군일 것입니다. 국방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과연 국방은 누가 하는 것이냐에 대한 개념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국방은 군이 하는 것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하는 것입니다. 군은 여기서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겠지만 국가 전체가 국방에 나선다는 점으로 보자면 국민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 등 국가의 구성원과 조직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국방에 대한 국민의 참여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확립시켜 나갈 것인지, 최근 미디어를 포함해 다양한 수준의 국방 관심도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목소리를 어떻게 군이 수용할 것인지가 과제가 될 것입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한이 있는 국가기관에 의해 군이 관리되는 것이 곧 민주적 문민통제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문민통제라는 원칙은 1990년대 김영삼 정부 이후에 많이 회자되면서 일부 왜곡된 형태로 조장된 측면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분명 경계를 해야 할 것이고요. 국민 대표들의 모임인 국회는 군을 국가가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에 대한 계획을 면밀히 세우고 충실한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4개년국방보고서(QDR)’와 같은 제도를 통해 군이 제대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국방예산을 어떤 분야에 어떻게 반영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역량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시사점을 찾을 필요가 있고요. 부족한 면은 보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선진적 국방 외교력과 이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입니다. 지금 한국은 과거에 비해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상당한 위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주도적인 국방 외교력을 가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이제는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안보 담론을 창출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개최된 여러 다자회의를 보면 미국이나 중국,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은 무엇이 중요한 문제이며 관심의 초점인지, 어떤 부분에서 협력해야 하는지 안보 담론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능력이 상당합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어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위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바로 선진국방을 갖추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또 선진적 국방운영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방개혁관리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여 각 요소마다 얼마나 연계성 있게 추진되고 있는지 통합적으로 점검해봐야 하고, 전반적인 차원에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정책적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면밀히 운용해 낼 수 있는 전담부서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창조적인 인재로 구성하여 미래지향적인 군사력 운용 개념을 가진 국방력 건설 역시 선진국방을 앞당길 과제입니다. 사실 현재 국방개혁 과정에서 예산을 들여다보면 무기체계에 집중된 소위 하드웨어 차원에서 배정된 금액이 상당합니다. 그러나 뛰어난 인재가 없는 상황에서 무기체계란 그 역할을 다할 수 없고 앞으로 점점 창의적 인재 육성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사료되는 바, 비판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창조적 사고를 가진 인재를 군의 각 요소마다 어떻게 배치할 것이며 이들이 역량을 발휘하는 토대를 어떻게 다질 것인가에 대한 부분 역시 깊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군 전문직업주의에 대한 확립에 대해선 전문성과 책임성, 단체성 요소를 기준으로 삼아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군사전문성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그 소속원인 군인들이 자부심을 갖기 위해선 전문직업인이라는 생각을 가진 군대로 육성해야 할 것입니다. 군사전문성은 당연히 갖춰야 하고 여기에 더해 왜 우리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책임의식을 갖게 하는 동시에 군의 일원으로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단체성까지 갖출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진적 군 문화 창출이 중요합니다. 토론과 소통이 있는 군이어야 합니다. 병사들에 대한 인식변화, 즉 이들은 우리의 국민이고 소중한 대한민국의 자원인데 이런 병사들을 어떤 부분에서 그 역량을 신장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심도 있게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통일준비를 위한 과정에서 국방과제는?
“통일 이후 북한 군부 관리에 대한 세밀한 계획 필요해”
“공세적 군사전략으로 전환해 적극적 통일 주도 역할해야”
“통일 진행과정에서 군이 국민적 여론 주도할 담론 만들어야”
“통일한국 위상에 맞는 해외투사력과 군사력 수준 판단해야”
노 훈
지난 시기를 되돌아보면, 우리 군은 1950년대에는 후생사업을 금지하는 조치를, 1960년대에는 영농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후생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전쟁 직후 군이 가진 장비를 민간에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것이었고 영농사업이라는 것은 군이 농사도 직접 하며 경제창출의 일원으로 활용하였던 것인데 이를 모두 금지했던 것이죠. 결국 군이 군 고유의 역할, 즉 전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준 것인데요. 전문군대화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우리는 무난히 성공적으로 안착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앞서 지적된 과제들을 극복하고 통일준비까지 고려한 차원에서 장기적인 국방목표를 추진한다면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십니까?
양 욱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 과연 지금 우리가 약한 국가냐는 것입니다. 절대 그렇지 않죠. 군사력뿐만 아니라 경제력도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군사력 측면에서 지상군만 보더라도 3세대급의 전차를 1,600여 대 갖고 있습니다. 일본도 400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거든요. 절대 약한 군사력이 아닙니다. 저는 이런 힘을 갖췄다면 이제는 이에 걸맞은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튼튼한 국방력이 있는 상황에서 역내 안에서 우리의 독자적인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 나갈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통일을 가정한다면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지역과 북한군을 어떻게 관리하고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동을 보면 이슬람국가(IS)의 창궐이 이어진 이유는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수니파를 섭렵하는 데 실패했던 부분이 있거든요. 대부분의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 인원들은 결국 알카에다 이라크지부의 일원이 됐고, 점점 흘러가 지금의 IS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된 것이죠.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있는 군부 세력들이나 장비와 같은 부분을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에 어떻게 선순환을 시켜 활용할 것인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고요. 조금 더 나아가자면 통일이 되었을 때 역시 주변강국으로 남아 있을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에 대해 강약점들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세워놓는 것도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북한의 위협이 현재까지 피로감을 줄 정도로 지속되어 온 부분이 있는데, 우선 단기적으로 2016년 올해는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단이나 능력에 대해서 말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마련해 놓아야 할 것으로 봅니다.
윤석준
한반도 통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리 군의 역할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반도 통일방식은 동맹에 의한 통일, 주변국 합의에 의한 통일, 한국 주도에 의한 통일 그리고 북한 붕괴에 의한 통일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하며, 어느 방식이든 우리 군의 역할이 결정적 비중을 갖게 될 것으로 봅니다. 우선 우리의 현재 국방정책은 한반도 분단 ‘현상유지’를 위한 역할만을 담당하는 개념에서 변화되어야 합니다. 비근한 사례로 중국 국방백서와 각종 공개된 문건을 보면 과거 중국의 중화주의 부활을 위한 중국인민해방군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목표와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방정책도 향후 한반도 통일을 위해 우리 군이 수행해야 할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임무를 제시하여 향후 도래될 통일 과정에서 우리 군의 역할을 공론화시켜야 합니다.
다음으로 보다 적극적인 군사전략 구현입니다. 현재의 정전 상황을 넘어선 통일은 북한 위협이 사라지고 주변국 등 다양한 잠재위협이 표면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현상유지를 전제로 하는 기존의 방어위주 군사전략에서 벗어나 공세적 군사전략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방어전략 아래에서는 통일을 위한 우리 군의 역할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육·해·공 3군이 합동성을 발휘하는 공세적 군사전략을 채택하여 어느 과정의 통일이든 우리 군이 공세적 군사전략을 구사하고 적극적으로 통일 과정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북한의 국지적 군사도발에 우리 군이 보다 공세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즉 이스라엘처럼 ‘이에는 이’ 전략을 펼쳐야죠. 수세적이고 방어적 군사대응으로는 북한을 넘어 주변국 개입이 예상되는 통일 과정에서 우리 군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미동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는 가운데 주변국에서 우려하는 북한의 군사도발을 우리 군이 주도적으로 관리한다는 인식을 주어야 합니다. 지난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 시 우리 군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기선을 제압하여 8·25합의를 도출한 것은 정말 잘한 조치입니다. 이외에도 통일한국의 국방에는 많은 논점들이 드러날 것입니다. 어떠한 성격의 억제력을 가질 것인지, 유럽에서 보이고 있는 집단안보체제 같은 환경에서 통일한국의 군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일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올해는 북한이 가능한 모든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를 압박하려고 할 것입니다. 최근 모란봉공연 사건으로 북·중 간 관계개선에 불협화음을 나타내고 있어 북한이 국면전환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국내외 관심사입니다. 북한이 올해 다시 ‘벼랑끝 전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비무장지대(DMZ)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동해에서 SLBM 발사 등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도발을 자행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우리 군이 주의해서 이에 대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병구
통일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환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통일 이후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통일의 중간 단계와 통일 이후 한국군의 모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한·미동맹의 역할분담을 포함해 다양한 문제가 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급한 것은 비록 논쟁적 주제가 되겠지만 통일 과정에서의 국방 비전과 전략 및 우리 군의 구체적 역할에 대해 빨리 설계에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냉전이 끝나는 상황을 맞아 전략적인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갑작스레 당면한 탈냉전 시기에 미국은 군사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했던 것입니다. 당시 미국 국민이나 국회에서는 약 40%의 국방비 삭감 주장이 나오곤 했습니다. 대항할 위협이 사라졌으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 판단한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콜린 파월 합참의장은 기반전략 구상을 내세우며 주도적인 담론을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미군의 구조는 재설계되었습니다. 우리도 이러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통일 과정에서 국민의 여론과 국회의 논의 방향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도전과 위협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호령
통일한국의 군사력을 어떤 방식으로 가져갈 것인지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도 한국은 중견국가라고 할 수 있는데 통일이 되면 통일한국의 군사적 모델은 캐나다나 호주 방식이 될 수도 있고, 미국과 가장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국제사회 안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영국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다자주의 틀 안에서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며 역할을 다하는 독일 방식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통일한국이 되었을 때 우리가 맞닥뜨릴 위협에 대해 통일한국의 위상에 맞게 얼마만큼의 효과적인 해외 투사력을 가질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이 적정 군사력인지를 판단해 봐야 합니다. 한편 영향력 범위를 글로벌 수준으로 할 것인가, 지역 차원으로 갈 것인가에 따라서도 그 규모와 능력이 달라질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수준도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철저한 역량 평가와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2016년 한해로 한정하기에는 지금 국방의 이슈는 너무나 큰 것입니다만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녹록지 않습니다. 지금 정부의 대북정책은 튼튼한 안보의 바탕 위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북한의 선택 여하에 따라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중요한 국면이 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군은 지난해 8월처럼 튼튼한 안보태세 구축을 기초로 위협이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이에 대한 능력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새해를 맞아야 할 것입니다.
| 총평 | 노 훈
오늘 국방과 안보 측면에서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부터 출발하여 이를 해결하면서 국력의 신장에 따라 그 다음에 도달해야 할 국방의 모습, 즉 선진국방을 그려보고 더불어 이러한 선진국방의 개념 아래서 미래, 특히 통일한국을 향해 준비해야 할 국방과 안보의 과업들을 논의해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요약은 어렵겠지만, 미래 또 통일한국 준비를 위한 과정에서 우리의 국방에는 대외적 또 대내적으로 산적한 도전과제들이 있어 지금은 물론 향후에도 한 축으로는 현재의 국방을 튼튼히 유지하면서 또 다른 한 축으로는 이러한 도전적 과업들을 늘 되새기면서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고 봅니다.
사회자 노 훈 | 한국국방연구원 부원장
이병구 | 국방대 군사전략학과 교수
윤석준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국제협력실장
양 욱 |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이호령 |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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