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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세대와 이념을 넘어 전 국민적 통일의지 모으자 2016년 1월호

시론

세대와 이념을 넘어 전 국민적 통일의지 모으자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으로 새로운 다짐을 한다. 크고 높은 비전과 희망으로 굳건한 다짐과 끈질긴 노력을 하는 민족만이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비전은 무엇인가. 말할 나위도 없이 부강한 민족통일국가를 이룩하는 일이다. 자유롭고 정의롭고 번영하는 통일조국. 그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 미래상인가. 비극과 고난으로 점철된 민족사에 종지부를 찍고 자손만대에 풍요와 영광을 물려줄 수 있는 새로운 민족사를 창조할 수는 없는가. 그 답은 우리 모두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의식·태도 변화 없이 통일과정 획기적 진전 어려워

우리의 태도가 통일지향적인가 분열지향적인가, 대공심(大公心)이 강한가 이기심이 강한가, 대의(大義)를 앞세우는가 소리(小利)만을 탐하는가, 소수집단의 독재권력 유지에 집착하는가 민족 전체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가. 북한 위정자를 포함한 민족성원 모두가 각자 스스로에게 준엄한 물음을 던져야 한다. 그리하여 자기자신이 통일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태도의 근본적 변화를 시도하여야 한다. 의식의 변화, 태도의 변화가 없이는 통일과정의 획기적 진전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독일이 평화적으로 통일된 것은 구소련의 대대적 정책변화와 동구 공산주의 정권의 붕괴 외에도 동서독 간의 수십년에 걸친 다각적이고도 폭넓은 교류협력과 개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상 큰 전쟁의 주 무대였던 유럽이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역내국가 간 전쟁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은 유럽국가 간의 통합노력이 지극히 어렵고도 복잡한 협상과정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줄기차게 경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제통합은 유럽평화를, 유럽평화는 유럽통일을 촉진시키는 선순환적 작용을 한 것이다.

20여 개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27개 EU 회원국들이 민족의 차이, 언어를 포함한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통합을 추진하는 마당에 같은 언어와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한민족이 통합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전범국이자 가해국인 일본 국민은 통일국가를 유지하고 또 다른 전범국인 독일은 이미 재통일을 하였는데 식민통치의 피해국인 우리나라는 70년이 넘도록 분단상태에 있으니 그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두말 할 나위도 없이 민주평화통일은 곧 민족의 복리와 평화를 증진하는 길이요, 인권의 사각지대인 북한에 참된 광복을 실현하는 길이다. 또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과 번영을 이룩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비록 막대한 통일비용이 든다 해도 막대한 분단비용을 생각해서나 장기적인 민족적 이익과 세계평화를 생각해서라도 결코 망설이거나 미룰 일이 아니다.

세계는 이미 통합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여러 국가를 한 단위로 하는 국제지역공동체들이 곳곳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자유무역을 첫 단계로 하는 지역경제협력체들이 유럽 이외에도 북미, 중미, 남미, 오세아니아, 동남아, 남아시아, 중동, 구소련 지역,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동북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통합수준이 가장 높은 유럽에서는 유럽연방주의자들에 의하여 오래전부터 유럽합중국 설립까지 주장되어 오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적 차원의 협력기구와 회의체제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화, 자유화, 개방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도 폭압적인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 당국도 언제까지나 이 추세를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국제조류는 우리에게 크나큰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문제는 통일에 관한 국론의 분열이다. 북한 측은 비록 강압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 한 목소리로 나오는데 한국 측이 두 목소리를 내면 북한 측의 공산화 통일전략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최대공약수를 찾을 필요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격의 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소통과 이해를 도모하고 콘센서스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념이나 정파를 달리하는 지도층 인사들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통일조국의 미래상과 통일의 방법과 절차, 남북 교류협력의 구체적 방안과 적용해야 할 원칙 등에 관하여 열린 마음으로 흉금을 터놓고 담론을 펼치는 가운데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기의 견해를 겸허하게 표명한다면 접점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수는 소수를 무시하지 않고 소수는 다수를 존중하는 가운데 좋은 절충방안을 고안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격의 없는 대화 및 토론 통해 통일 콘센서스 이뤄내야

최근에 창립된 통일한국포럼은 보수와 진보 또는 우와 좌, 여와 야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여 이를 공개토론을 통해 용해·융합하거나 제3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설사 의견의 합일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보다 발전된 통일국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폭력 평화주의자였던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모든 사람은 모든 문제에 대하여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제군주국가의 국민들이 그러하다면 선거권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의 국민은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국민경제, 환경, 평화와 통일문제 등에 대해서만은 지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책임 있는 언동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올바른 통일을 이룩하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위선을 바로 알고 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된다. 다수의 사람들이 남북한 사회의 실상과 통일노선 그리고 쟁점들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고 현명하게 판단해서 행동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통일에 관한 정론(正論)을 이끌어내는 월간 <통일한국>은 통일문제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지, 유익한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함으로써 통일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오판(誤判)을 막고 건전한 판단을 유도하는 데 크게 기여하여 왔다고 생각한다. 신영석 발행인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에게 진심어린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손재식 / 통일한국포럼 회장(제10대 국토통일원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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