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5월 1일

Uni-Movie | 변화가 휘몰아치는 동독 속 통일을 숨겨라! 2016년 5월호

Uni – Movie <굿바이 레닌(Good bye, Lenin!)>

변화가 휘몰아치는 동독 속 통일을 숨겨라!

UE_201605_64때는 1989년. 세계사적으로 큰 변화가 몰려오던 시기였다. 기나긴 동서냉전이 끝나면서 탈출과 민주화 시위가 줄을 이었고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1990년 10월 역사적인 독일통일이 이루어졌다. 독일은 통일 이후 일자리 창출과 내수시장 확대로 유럽 최강의 국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영화 <굿바이 레닌, 2003>은 바로 그 1989년을 배경으로 동독의 한 가정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그려내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공산주의 진영에 있던 동독이 자유주의 진영의 서독에 흡수통일되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레닌이 누구던가? 바로 소련 최초의 국가 원수이자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의 중심인물로서 마르크스주의를 발전시킨 혁명이론가이자 정치가다. 레닌에 의해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하면서 이후 공산주의의 길을 걷게 되는 다른 공산주의 국가에 정치, 사상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서독 놈들은 우리를 쓰레기나 뒤지게 만들었어.”

영화의 주인공은 교수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를 두고 있는 평범한 동독의 젊은이다. 주인공인 알렉스의 아버지는 알렉스가 어린 시절 서독으로 망명한, 우리에 비추어 본다면 아버지만 탈북한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의 망명 이후 어머니는 열성적인 공산당원으로 변신하여 자식들을 키운다.

사건은 1989년, 동독 건국 40주년 열병식 즈음에 발생한다. 동독의 자유화 및 통일요구가 분출되는 시기였다. 알렉스가 자유화 요구 시위현장에서 붙잡히는 모습을 본 어머니는 충격으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8개월 후 어머니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지만 다시 한 번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는다. 하지만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8개월 동안 동독에는 엄청난 변화가 밀려왔다.

주인공인 알렉스의 내레이션을 통해 ‘노동계급 영웅들은 일자리를 잃었다’고 언급하고 있었듯이 구 공산주의 영웅들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시내 중심가의 근위대 근무교대식 앞을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 트럭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주인공인 알렉스 역시 자본주의의 상징인 위성방송의 견습생으로 일하게 되고 누나는 버거킹의 점원으로 취업했다.

이제 알렉스에게는 열혈 공산당원이었던 어머니가 서독에 의한 흡수통일을 모르게 만들어야만 하는 숙제가 주어진다. 어머니를 속이기 위한 연극의 소품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불과 8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마트에서 동독 제품은 자취를 감췄다. 어머니가 즐겨먹는 피클도 전부 네덜란드 제품이다. 동독제 스프리발 피클은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동독제 빈병을 찾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진다. 그 모습을 지나가던 노인이 보며 한 마디 한다. “서독 놈들은 우리를 쓰레기나 뒤지게 만들었어.”

통일과정에 대한 알렉스의 시선은 이중적이다. 하나는 자유화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미래는 불확실했지만 희망적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삶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우리는 가속기 속의 원자처럼 되어 버렸다.”고 하면서 변화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알렉스가 엄마에게 보여준 가상 동독의 현실은 동독의 공산주의 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손녀딸이 걷는 모습을 보고 병상에서 일어서 밖으로 나온 어머니. 8개월 만의 외출풍경은 너무도 생경했다. 이케아, BMW, 벤츠, 코카콜라… 빌딩 저편 너머에서 이 영화의 제목인 ‘레닌’이 모습을 드러낸다. 손을 내미는 모습의 레닌동상이 대형 헬기에 매달려 자신의 마지막 운명을 하소연하는 듯한 슬픈 표정으로 눈앞을 지나간다.

감상 포인트

영화에는 구 공산체제에 대한 향수와 아련함이 전해진다. 지난 동독체제가 더 나았다는 식의 시그널은 등장하지 않지만, 사회주의의 이상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지한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서 상실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살짝 묻어난다. 어머니를 변해버린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알렉스의 모습 이면에는 변해버린 불편한 현실로부터 탈출하려는 욕망이 중첩되어 있다. 알렉스는 동독인들을 비난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쏘아붙인다.

“동독 놈들은 만족을 몰라, 항상 불평불만이지. 너희 엄마도 그래.”, “그건 불평이 아니야.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거라고. 서독 놈들은 신경도 안 쓰겠지만.”

독일통일은 많은 유산을 남겼다. 사실 독일통일 이후 동서독 양측은 한 동안 서로를 오씨(ossi·동독놈)와 베씨(wessi·서독놈)라 부르며 감정적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은 눈부신 성장으로 과거의 갈등은 거의 사라졌고 동독 출신의 메르켈 총리가 독일을 이끌고 있다. 통일은 많은 인내와 시간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영화는 동독이 구 공산체제에서 벗어나 서독에 흡수되는 과정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생각해 볼 문제

  • 독일 분단과 우리나라 분단의 배경과 원인 유사점, 차이점은?
  • 한반도 통일 이후 나타나게 될 남북한 간의 갈등요인은 무엇일까?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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