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 “전기가 통하면 남(S)과 북(N)은 반드시 통합니다” 2016년 6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김효진 한국전기공사협회 기술이사
“전기가 통하면 남(S)과 북(N)은 반드시 통합니다”
Q 북한은 최근 개최한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제시한 가운데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요소로 전력을 꼽았습니다. 북한이 전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대하여 어떻게 분석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전기는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필수 기간설비로 가장 중요한 요소죠.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부족한 전기로 인하여 경제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제시하면서 전력난 해소를 정책의 상위목표로 설정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여요. 1990년을 기점으로 북한의 전력 사정은 매년 악화되어 오고 있거든요. 수력과 화력의 비중이 ‘6 대 4’로 이루어져 있으며, 더구나 북한의 발전설비 평균 이용률은 2014년 34% 수준으로 상당히 저조한 상황입니다. 또한 북한은 국내 각지에서 생산되는 석탄과 수자원을 이용하여 주로 발전을 해오고 있었고요. 원유 수입은 자금사정으로 인하여 매우 제한적이고 북한에서 생산되는 석탄은 품질이 떨어져 효율이 낮고요. 수자원은 가뭄과 산림의 황폐화 그리고 설비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또한 최근 국제사회의 전 방위적인 제재로 모든 것이 궁핍하게 된 것 같아요. 따라서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의 에너지 사정이 더욱 어려워져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와 같은 선전 전술을 계획대로 추진하기가 점점 어렵게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전력난 해결을 우선시 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주민들의 에너지 빈곤화에 대한 불만을 낮추고 최소한의 산업시설물과 군사 부문 운영을 위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외부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최소한의 선전 전술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북한의 전력 사정은 어떻습니까? 실제 북한 주민의 삶 속에서 겪는 전력난과 산업 시설에서 겪는 문제가 심각한가요?
A 위성으로 한반도를 야간촬영한 사진을 보면 남한은 섬나라로 보입니다. 북한의 전력 사정이 매우 어려워 북한 지역이 깜깜한 바다로 보이기 때문이죠. 사실상 북한에는 ‘전력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지도 모르겠어요. 도시 인근에서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배터리를 충전하여 사용하지만 그 외 농어촌 지역에서는 아직도 촛불을 사용하고 있어요. 통계에 의하면 북한 대부분 농촌의 연간 전기사용량은 약 30KWh입니다. 이는 남한 가정의 2~3일 정도 사용량인데요. 주민들의 전기 에너지 사용은 빈곤 상태로서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북한의 산업은 다양한 중공업과 경공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공제품보다는 석탄이나 광물자원 채취와 같은 원재료의 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남한의 경우는 산업시설물 전기를 한전의 전력망을 통하여 안정적으로 충분히 공급하고 있잖아요. 세계적으로도 품질이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북한은 전력의 품질이 매우 불량합니다.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수시로 예고 없이 정전이 되어 공장 가동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어요. 왜냐하면 국가가 관리하는 전력망이 심한 노후화로 낡았고, 발전소도 구소련 시대에 건설된 것이 대부분으로 오래되었기 때문에 부품 조달이 어려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진, 원산 같은 지역조차도 북한에서 공급하는 일반용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대형 발전기를 구입하여 생산 공장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Q 현재 전력 생산과 관련하여 북한이 구축하고 있는 인프라의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또한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전력난을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나요?
A 전력 인프라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과 생산된 전기를 수송하는 송배전, 그리고 수송된 전기를 사용하는 수용가설비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북한의 발전소는 주로 구소련의 기술로 건설되었으나, 1990년 초 혈맹관계이던 구소련의 지원이 중단되고 중국의 대북지원이 감소하면서 북한 전기 산업은 큰 위기를 맞게 되었죠. 이에 따라 구소련에서 건설된 발전소의 부품조달 및 신규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전 이용률이 25% 내외로 떨어진 상태예요. 또한 사회주의국가 대부분이 그러하듯 초기 전력망을 구축할 때 지중화 건설을 주로 했거든요. 우리처럼 전신주를 세워 전선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땅 속에 전선을 파묻는 형태죠. 이는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필요로 하고 있으나 제때에 유지보수를 못하면 노후화된 지중케이블의 전력손실은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심각한 전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현재 북한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은 전체의 약 20% 내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은 전기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할 수 있죠.
북한의 발전소는 수력과 화력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요. 수력발전소는 30여 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수력발전소는 다목적댐으로서 식수와 농업용수 그리고 전력생산을 하고 있는데, 북한은 주로 전력생산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북한 전역에 중소형 수력발전소가 수천 개 있으나 용량이 작고 효율이 낮아 전력생산 효과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은 총 8개의 중대형 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대부분이 러시아식 열병합 발전소입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1970년대에 건설되었고요. 이후 러시아(구소련)와 혈맹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부품 및 기술지원이 중단되어 발전기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와 같이 북한의 발전소와 송배전망의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고 노후화된 상태지만 기술과 부품공급이 어려워 유지보수를 할 수 없는 실정이에요.
북한이 전력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군사적인 부분이 크다고 생각해요. 북한은 군사 부문의 전력에 전체 전기사용량의 약 30%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 가정이나 민간 부문에 비해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죠. 또한 에어컨 사용은 극히 드물어 냉방이나 난방 부하는 거의 없다고 보여요. 중요한 것은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민생 차원보다는 군사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주로 검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각 지역의 소수력 발전을 이용하여 일부 전력난을 해소하려고 추진 중이나 빈곤한 수자원과 국제사회의 전 방위적인 제재로 인하여 앞으로도 어려운 실정이 계속 될 것으로 생각돼요. 조만간에 상황이 개선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요.
Q 전력 분야에서 과거 남북 간 이뤄져왔던 협력 사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차후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협력 사업이 재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어떠한 점을 유의해야 할까요?
A 과거 남북한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하여 전력 분야의 협력을 추진하였으나 정치적인 사안으로 인하여 중단되었죠. 최근 개성공단의 경우도 전력을 남한에서 직접 송전하여 사용하는 협력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이마저도 폐쇄된 상태입니다. 사실 북한이 그동안 필요로 한 것은 쌀과 비료 그리고 전기라고 생각하는데, 이중 전기 분야는 전략물자에 속하여 현실적으로 협력이 매우 어려운 분야로 분류되어 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남북관계가 진전되어 전기 분야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우선 남한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국제사회와 우리 국민들의 이해를 요구하는 선에서 1단계 민생분야의 지원, 2단계 산업분야 지원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기설비는 심각한 노후화로 거의 사용이 어렵거든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국내에서 추진 중인 전남 가사도 및 울릉도의 에너지 자립섬과 같은 마이크로그리드(MG) 형태로 우선 구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향후 어느 한 마을의 전기를 자급할 수 있게 되면 이웃 마을과 연계를 통하여 다시 또 이웃 마을로 점차 넓은 지역에 확장해가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통일 이후의 도로 및 철도 인프라와 연계하여 전력 계통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협력하여 총체적으로 접근하여야 합니다. 남북 협력 사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기라고 생각해요. 전기가 통하면 남(S)과 북(N)은 반드시 통하게 됩니다.
이동훈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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