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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더 위험해진 북한, 적극적 간여가 필요하다 2016년 6월호

기획 | [제 3차 통일한국포럼] 7차 당 대회로 본 북한의 미래는?

더 위험해진 북한, 적극적 간여가 필요하다

 

사회주의 체제는 일반적으로 무력에 의해 혁명을 하고 체제를 유지하며, 무력에 기반해 정치를 하고 외부의 반혁명을 저지하는 군사화된 체제이다. 그러나 혁명의 일상화가 진행되며 체제 전환, 혹은 개혁·개방, 현대화 과정에서 군사화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정확히 이런 추세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우선 김일성 자신이 군대를 먼저 장악하고 군대로 당을 장악하는 순서를 밟았고, 4대 군사노선으로 발전하면서 북한 전체를 병영화했다. 이런 군사화는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라는 새로운 통치 방식을 가능케 하는 토대와 환경을 제공했다. 이것이 다시 김정은 시대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으로 귀결되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북한의 관점에서 볼 때, 김정은 시대의 핵 우선 정책은 즉흥적 모험이나 갑작스러운 노선 전환이 아니다.

36년 만에 개최된 당 대회를 북한은 ‘승리자의 대회’라고 칭했다. 이는 핵, 수령, 자주 측면에서 승리를 선언한 것이다. 먼저 핵 우선 정책은 북한의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중공업 우선 건설-국방 건설 우선-선군-핵무력 우선이라는 일관된 경로를 거쳐 오랜 숙원이자 과제인 핵보유를 달성했다. 또한 1인 통치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다. 당 위원장이란 이름을 제도화 하여 수령에 맞는 제도로 정착하고 핵을 이용해 통치할 절대 1인자를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자강력 제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자주를 강조했다. 외부에서는 실패 혹은 퇴행이라고 평가했지만 북한의 관점에서는 사회주의 체제 붕괴 속, 국제적 고립 속에서 홀로 살아남았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북한이 당 대회를 개최한 이유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승리로 보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생존 전략은 정치적 통제는 강화하되 경제적 유연성은 부분 허용하는 일종의 정경분리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김정은은 여러 가지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취했으며, 시장화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봉주 총리는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정치국 상무위원직은 물론 당 중앙군사위원으로서 군대를 지휘하는 권한까지 부여받았다. 박봉주에게 경제 정책에 관한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 내부 통치기반 공고화가 우선이었던 듯

김정은으로서는 대외관계 발전을 통해 경제 여건을 개선하는 것보다 내부 통치기반을 공고하게 구축하는 작업이 우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고립이 외부 세계의 북한 내 영향을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체제 생존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권력의 안정성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대외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체제 전환은 압박과 제재를 통해서가 아닌, 대화와 교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체제 안정과 지도력 공고화를 과시했다. 대북제재로는 북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으며 붕괴론에 기댄 대북정책 역시 무용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무엇보다 불가역적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로는 불가역적 평화가 적절하다. 불가역적 평화를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물론 평화를 위한 제도, 정책, 외교 전략도 필요하다. 북한이 변하면 평화를 준다는 방식이 아니라 평화를 줄 테니 북한이 변하라고 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대근 / <경향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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