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선물에 눈이 어두워진 오징어 2016년 8월호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오징어의 뉘우침>
선물에 눈이 어두워진 오징어
<오징어의 뉘우침>은 1984년 조선과학교육영화촬영소 아동영화창작단에서 제작한 18분 분량의 만화영화다. 선물에 눈이 멀어 호되게 당할 뻔 했던 오징어의 이야기다. 오징어의 이야기지만 주인공은 오징어가 아닌 낙지다. 북한에서 말하는 ‘오징어’는 남한의 ‘낙지’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북한에서 말하는 ‘낙지’는 우리의 ‘오징어’다. 분단의 시간 동안 남북의 언어가 바뀐 것이다.
어느 한 물고기 마을에 도미, 낙지, 우레기(우럭), 복아지(복어), 성게, 게들이 모여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망챙이(망치)와 날개고기(날치)는 멀리 바위에 숨어서 이들을 지켜보다가 어린 도미를 잡아먹으려고 순식간에 덤벼들었다. 도미는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도망쳤지만 그 과정에서 머리에 상처를 입었다. 도미를 쫓던 망챙이도 창틀에 끼는 바람에 머리를 다쳤다.
도미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낙지(남한의 오징어)가 약을 가지고 있는 오징어(남한의 낙지)를 찾아갔다. 오징어의 약으로 도미의 상처는 금방 치료되었다. 물고기 친구들은 오징어의 약을 신기해하면서 상처를 치료해준 오징어를 칭찬했다. 신이 난 오징어가 말했다. “이제 이 약을 한 번만 더 바르면 상처가 싹 나을 거야.” 도미의 엄마는 오징어에게 고마워하면서 답례로 거울을 주었다. 처음에는 선물을 사양하던 오징어도 고마워하는 도미의 모습을 보고 거울을 기쁘게 받았다.
“상처를 치유해주니 선물이 들어오네?”
한편 오징어의 약이 상처에 제일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망챙이도 날개고기에게 약을 가져오도록 시켰다. 날개고기는 도미를 치료한 오징어가 거울을 받고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한 가지 꾀를 생각했다.
오징어의 집으로 낙지가 찾아왔다. 낙지는 도미를 치료해줘서 고맙다며 오징어에게 굴치를 선물로 주었다. 굴치를 받고 좋아하는 오징어를 보면서 낙지는 오징어가 남에게 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 질까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오징어는 “누가 달라고 그랬나요? 형님도 참 별 걱정을 다 하네.”하면서 무시해버렸다.
낙지가 돌아간 다음이었다. 날개고기는 상처를 치료하는 약을 얻어내기 위해 오징어가 좋아하는 굴치를 들고 찾아갔다.
“오징어야, 안녕? 나는 굴치마을에 사는 날개고기야.” 어리둥절해 하는 오징어에게 날개고기는 “우리 마을에는 굴치가 많아서 굴치마을이라고 한단다.”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는 “망챙이한테 우리 오빠가 머리를 다쳤는데 네가 좋은 약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찾아왔어.”라고 말했다. 망챙이가 다쳐서 약을 구하러 왔다고 하면 오징어의 의심을 살 수도 있어 일부러 속인 것이다.
유혹에 넘어간 오징어, 망챙이의 꾀에 빠지다
한편 망챙이의 공격으로 다친 어린 도미는 상처가 다 낫지 않아 머리가 아팠다. 도미는 다시 오징어를 찾아가서 치료를 부탁했다. 오징어도 “알겠어요. 집으로 가서 기다리시면 제가 곧 뒤따라 갈게요.”하고는 도미를 돌려보냈다. 도미와 오징어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날개고기가 끼어들었다. “도미는 정말 염치도 없구나. 남의 귀한 약을 얻으러 오면서 빈손으로 온단 말이야?”하면서 가지고 온 굴치를 선물로 주고 약을 받아갔다.
오징어는 낙지의 말이 생각났다. “낙지형이 이런 걸 받는 버릇을 들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잠시 고민했지만 받은 굴치를 맛있게 먹으면서 생각했다. ‘내 약이 그렇게 좋나. 이웃마을에서도 올 정도면…, 이러다가 부자되겠네.”하면서 내심 다른 물고기들도 선물을 들고 오기를 기대했다.
상처가 나은 망챙이는 오징어의 약으로 다른 동물들을 유인해서 잡아먹으려는 계획을 꾸몄다. 그리고는 오징어의 약을 빼앗기 위해 날개고기를 다시 오징어 집에 보냈다. 날개고기는
“우리 오빠가 맛있는 굴치와 멋진 보석이 가득한 집으로 너를 초대해서 은혜를 갚고 싶대.”라고 하면서 오징어를 유인했다. 오징어는 날개고기의 말에 속아서 따라갔다가 망챙이를 만났다. 망챙이에게 약을 빼앗기고 위험해진 순간 오징어는 먹물을 뿌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징어가 날개고기를 따라가는 것을 본 우레기는 다른 물고기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함께 오징어를 찾던 물고기들은 망챙이에게 쫓기는 오징어를 보고 힘을 모아서 망챙이를 물리쳤다. 오징어의 약도 찾을 수 있었다. 오징어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후회했다. “나를 속이려는 줄도 모르고 물건에 눈이 어두워져서 그만….” 다시 마을로 돌아온 오징어는 물속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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