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인터뷰 | “중국의 보호무역 조치 예의주시 해야” 2016년 8월호
통통 인터뷰 |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중국의 보호무역 조치 예의주시 해야”
Q. 현재 한·중이 경제적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무역 측면에서 개략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의존도가 수출과 수입을 더하면 23.6% 정도입니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11.8% 정도 되니 두 배죠. 그만큼 우리 경제가 중국에 많이 의존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전체 수출만 떼어놓고 봤을 때도 중국과의 거래 비중은 26%입니다. 굉장히 높은 수치죠. 그 중에서도 반(半)제품이나 부품의 경우 대중국 의존도가 훨씬 높게 나타나고, 우리의 대중국 수출에서 이러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5%나 돼요. 중간재라고 하면 의류 원단이라든지 휴대전화를 포함한 전기전자 부품, 자동차 부품 등이 모두 포함되죠. 한국이 전기·전자나 반도체 분야에서 상당히 발달하지 않았습니까. 한국의 수출 제품 4개 중 3개는 중국으로 향한다는 것이죠. 그러니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국가가 자국의 산업 등 중요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간 무역관계에 있어서 정부 차원의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호무역이라고 하잖아요. 중국의 보호무역 방식은 어떻습니까?
A. 보호무역 조치 중 대표적인 것이 반(反)덤핑 조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A라는 제품을 100원에 팔고 있는데, 타국에서 수입해 온 동일한 제품인 B의 가격이 70원이라고 해봅시다. 그러면 시장에서는 당연히 70원짜리 제품이 더 많이 팔리겠죠.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잖습니까. 이러한 경우에 B제품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반덤핑이라는 조치를 취하는 겁니다.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죠. A와 B 사이에는 30원의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보통 그 이상의 관세를 B제품에 부가하는 식의 조치가 바로 반덤핑입니다.
또 한 가지는 SPS라고 하는데 위생검역과 관련한 조치죠. 중국을 예로 들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제조식품이라든지 가공식품을 보면 해당 제품에 대한 위생기준이 모두 다르지 않겠어요? 요구르트의 경우 세균이나 발효적 부분, 프로바이오틱의 개수 같은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기준이 모두 다른 점을 이용해서 허용기준을 보다 까다롭게 적용하는 방식이 되겠습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 화장품, 마요네즈 같은 가공식품 등이죠. 화장품을 예로 들면, 우리가 중국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관련된 인증서류를 받으려면 보통 6개월, 길게는 15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화장품은 특히 시기성 측면에서 매우 민감한 제품이잖아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유통기한 측면에서도 그렇고, 유행에도 민감한 품목이니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인증 기간이라는 것이 행정적 절차에 해당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는 겁니다. 비록 ‘보복’이라는 말을 내걸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절차적 부분에서 중국이 대응할 요지는 충분히 있다는 것이죠.
기술장벽(TBT)과 관련한 조치도 있는데요. 중국에서 통용되는 ‘CCC’, 즉 강제인증제도라는 것이 있죠. 쉽게 말하면 제품의 품질에 대해 상세한 조건을 제시한 뒤 여기에 부합해야만 중국 내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중국이 기술장벽 조치를 발동할 때 보통 CCC를 근거로 삼아요. 우리 입장에서는 전자 제품, 자동자 부품이나 기타 기계장비 등을 중국에 많이 수출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해서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고요.
2009~2015년 누적 기준으로 중국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한 것이 1,597건입니다. 이 중에서 SPS, 즉 위생검역 조치에 해당되는 경우가 887건이니 절반 정도 되죠. 그 다음으로 기술표준이나 제품표준 등 무역장벽 조치가 681건이고요. 두 가지를 합치면 전체 보호무역 조치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덤핑 조치는 매우 낮은데 이는 중국이 우리보다 가격경쟁력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죠.
Q. 최근 한·미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를 공식 결정한 이후 일각에서는 한국의 주요 경제 파트너인 중국과 마찰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요?
A. 우선 지난 사례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한·중 간의 관계에서 외교적인 것보다는 경제적인 마찰로 인해서 ‘보복’을 당한 경우가 있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도의 ‘마늘 파동’입니다. 우리가 중국산 냉동마늘에 대해서 315%의 관세를 부여하였고 이에 대해 보복성 조치로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 폴리에틸렌 등을 포함해 다양한 품목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직까지도 우리에게는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죠. 또 하나는 2005년도에 우리가 중국산 김치에 대해 검역한 결과 기생충이 발견되었다는 결과에 따라 중국이 보복성 조치로 한국산 김치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하여 결과적으로 양국이 서로 피해자가 된 적이 있죠.
중·일 간 무역 분쟁은 대표적으로 외교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사례로 볼 수 있는데요. 2010년도에 센카쿠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라고 하는 지역의 영토 분쟁이 양측 간에 표면화될 때, 일본이 중국 어선을 나포하면서 중국이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잠정 중단한 사례가 있었죠. 2012년도에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서 이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필리핀에 대해 중국이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의 검역을 상당한 수준으로 강화했고 그만큼 필리핀산 바나나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어쨌든 한·중 간에는 지난 ‘마늘 파동’의 경우 실제로 농민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처럼 중국 농가에 직접적인 피해를 가져 온 사례였습니다. 마늘의 경우 1년에 기껏해야 1모작인데, 갑자기 판로가 끊기면 사실상 대체 판로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거든요. 그런데 ‘마늘 파동’으로 촉발된 한·중 간의 무역 분쟁이 재현될 것인지에 대해선 살펴봐야 할 것이 있어요. ‘마늘 파동’ 사건이 발생한 것은 중국이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전의 일입니다. 그렇다 보니 중국이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할 때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는, 이른바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것이 비교적 쉬웠죠. 굳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WTO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중국이 국제적 무역 기준과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때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아직은 가정의 단계지만, 향후 중국이 기존보다 강한 수준으로 한국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를 시행한다면 어떤 분야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요?
A. 우선 중국에 완제품 형태로 수출하는 소비재 분야가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여러 보호 조치들을 당국이 직접적으로 취할 요지가 상당히 큰 분야이기 때문이죠. 중국 입장에선 자국 시장에 대한 피해가 가장 낮으면서 한국에는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조치겠죠. 또 한·중 FTA와 관련해 현재 상품 분야는 발효됐지만 투자나 서비스 부분은 2년 내 후속 협상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소극적으로 나가는 것, 즉 협상을 계속 미룬다거나 한국 기업들에 투자나 서비스 시장 진출과 관련한 장벽 조치를 취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준비를 하고 있던 관련 기업들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죠. 혹시 최근의 외교적 사안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중국이 한국에 대한 ‘보복성’ 경제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개별 기업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거든요. 범부처가 노력해서 피해 사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할 수 있는 본부를 설치할 필요가 있고요. 실제로 중국에 나가 있는 기업들은 현지에서 직접적인 입찰이나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 등을 거쳐야 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으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현지에 있는 기업들에 대해 세무나 법률, 금융 분야의 컨설팅을 지원하고 전문가들을 매칭해 주는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대체시장을 찾는 부분까지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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