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8월 1일

기획 | 중국, 추가 압박 통한 북·중관계 악화 원치 않아 2016년 8월호

기획 | [제4차 통일한국포럼] 북한 핵문제 과연 돌파구는 있는가?

중국, 추가 압박 통한 ·중관계 악화 원치 않아

지난 3월 8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에서 북한 주민들이 유람선을 타고 중국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3월 8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에서 북한 주민들이 유람선을 타고 중국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최근 중국 지도부는 ‘한 국가의 안보에 대한 우려는 다른 국가의 안보적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고 있다. 미·중관계의 변화, 특히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정책과 대(對)중국 견제 정책, 미·일동맹의 강화 요인이 이어질수록 이러한 인식도 함께 강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아태 지역에서 미·중의 제도 및 규범 경쟁, 동북아에서의 부정적 상호작용, 한반도에서 남북관계가 원점으로 회귀한 상태 등 역내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는 현재 상황의 핵심적 요인을 “미국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서 찾고 있다. 또한 북핵문제에 대해 주변국들이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 역시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지역동맹을 강화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 “북핵 해결 관건은 미국에 있다

중국은 북핵문제의 해결과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냉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세 악화 및 평화·안정을 방해하는 것은 각 당사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대북제재에 대해선 북한의 행동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국면이 악성순환에 돌입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핵무기를 발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해결의 관건은 미국의 손에 있지만 지금까지 미국은 그 어떠한 효과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올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진행된 긴장국면에서 중국은 대화를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북한과의 대화에는 단기적 측면에서 볼 때 그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것이 경제원조보다는 안전보장의 문제, 특히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관건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진전된 북·미대화의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에 대해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대북제재 국면에서 지금보다 더 강한 대북압박 수단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미 중국은 북한에 대해 소위 ‘연성자원(soft resource)’을 사용했지만, 북·중 간 정치적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이러한 방식의 효과를 고려할 때 다시 사용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적인 요인도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중국 내 여론주도층과 네티즌 등 정책결정 과정에 새롭게 영향을 미치는 집단 사이의 의견 불일치가 중국의 행위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북한이 문화적으로 매우 완고한 국가임을 지적하며 과거 중·소 분쟁 시 소련의 대(對)중국 압박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반추하는 가운데 중국의 대북압박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수용 방중 이후 북핵문제 변화 양상은?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북·중관계의 미묘한 움직임을 살펴보고 향후 양상을 전망해보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 될 수 있다. 지난 5월 말 북한의 이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이 양자 사이에서 주목되는 이슈다. 이수용 부위원장의 방중은 ‘당 대 당’ 관계의 일환으로, 북한의 지난 제7차 노동당 대회 결과를 중국 공산당에 설명하는 통상적 교류의 성격을 지닌다. 북한으로서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아 고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시켜 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김정은의 방중 타진 성격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수용이 김정은의 구두 친서를 전달한 점과 높은 수준에서 북·중 우호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은 물론이고 시진핑과 만났다는 자체가 북한으로선 새로운 북·중관계의 돌파구를 찾는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수용의 방중이 확정되기 전에 양국 사이에는 외교적 실무 협상이 있었을 것이고 이에 따른 북·중 간의 물밑 대화가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이수용의 방중과 관련, 자국 매체에 대해 북한 비판을 금지하는 취지의 지침을 내리고 북·중 우호를 강조하는 한편 북핵문제에 관해 선정적으로 다루지 말라는 지시도 있었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하고, 북한은 중국과의 대화를 추후 대미 대화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수용이 비핵화와 관련된 모종의 언급을 중국 측에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중 대립이 동북아 대립으로 발전하는 함정을 피해야 한다.”는 이수용의 발언에 비춰 향후 북한은 중국을 매개로 북·미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역시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북한의 부분적 변화를 계기로 제재의 목표가 대화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대화를 제의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일정 부분 한·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중국은 대북제재에 대한 엄격한 집행을 대외적으로 강조해 왔고 이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발신하고자 하는 의도다. 이수용의 방중 이후에도 중국이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러한 외교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북·중 간 신뢰가 약화된 현재 상황에서 더 이상의 압박조치로 북·중관계가 깨지는 것은 원치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희옥 /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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