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8월 1일

기획 | 우선 북핵 고도화를 막아야 한다 2016년 8월호

기획 | [제4차 통일한국포럼] 북한 핵문제 과연 돌파구는 있는가?

우선 북핵 고도화를 막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회장단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며 평화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미사일까지 시험발사하며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의 인식과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어떤 만남과 합의도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회장단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며 평화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미사일까지 시험발사하며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의 인식과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어떤 만남과 합의도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

1990년대 초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이후 북핵문제는 한반도 문제를 이해하는 관문처럼 되었다. 북핵문제는 관련 국가들의 정책에 영향을 주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 중국 등 관련 국가들이 북핵 해결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북한의 핵능력은 향상되고 있다. 한국의 역대 정부 모두 북핵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었음에도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북한이 생존전략 차원에서 핵개발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 인도·파키스탄 모델로 핵보유국 인정받길 원해

북한은 핵개발의 동기를 북·미 적대관계에서 찾고 있다.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 등 체제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전제되지 않으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세계가 북핵폐기 모델로 제시했던 ‘리비아 모델’과 ‘우크라이나 모델’의 유효성이 사라지고, 북한이 경제와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고수함으로써 북핵 해결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제 북한은 ‘인도·파키스탄 모델’을 염두에 두고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지속하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올해 초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 정세가 소위 ‘끝장 게임(end game)’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김정은 정권을 ‘인민을 착취하는 폭정’으로 규정하고 북한 지도부 제거를 겨냥한 ‘참수 작전’을 언급하는 등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이자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고도화와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위한 실험을 지속하면서 청와대와 백악관을 겨냥한 핵 선제공격 위협을 가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축적하는 실험과 고체연료 연소 실험을 연이어 공개하고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수소탄 시험에 이어 핵미사일의 실전배치가 멀지 않았다는 점을 공언하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 대우 받기를 바라는 것 같다.

북한 핵능력의 고도화를 막지 못한 데는 미국이 북핵문제를 ‘통제 가능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북한위협론을 대(對)중국 전략으로 활용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이른바 ‘금지선’을 분명히 하지 않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론(CVID)’을 펴면서 전략적 인내로 일관하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 된 것이 사실이다.

제4차 핵실험을 통해서 “수소탄 시험에 완전 성공했다.”고 주장한 북한은 미국이 자국을 ‘통제 불가능한 위협’으로 인식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북한은 제3차 핵실험 이후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대남 전쟁불사 위협을 가하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것처럼, 제4차 핵실험 이후 소형화·정밀화·다종화 된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핵 선제타격을 공언하고 있다. 북한이 핵능력을 과장하는 것은 당장 있을지 모를 선제공격을 막아내는 억제력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제재 국면을 협상 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위기조성 전술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제3차 핵실험 이전만 하더라도 방어 차원의 핵억제력 확보를 강조했다. 그러나 제4차 핵실험 이후 한·미 군사연습이 방어형에서 공격형으로 바뀌고 참수 작전까지 나오자 북한은 ‘핵 선제타격권이 그들에게도 있다’고 하면서 미국과 ‘힘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북한은 ‘세계비핵화와 핵군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비핵화는 없다’고 하면서 ‘선(先) 평화협정 체결, 후(後) 비핵화 논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4차 핵실험 이후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은 북한이 금지선을 넘은 것으로 간주하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유엔안보리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북한은 제재와 압박에 맞서 ‘자강력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자력자강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 김정은 정권은 수십년 장기집권을 내다보고, 먼저 핵억제력을 갖춰놓은 다음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에는 응할 수 없다고 하면서 한·미 군사연습 중단과 평화협정 문제를 의제로 하는 회담이면 참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우선적인 비핵화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미가 ‘선(先) 핵폐기론’에서 ‘선(先) 고도화 방지, 후(後) 폐기’로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북핵 능력은 더욱 고도화 될 것이다. 북핵 고도화의 한 요인은 북한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로 규정하고 급변사태를 기다리며 전략적 인내로 일관한 무시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 의도를 무시하고 CVID 방식의 ‘선(先) 핵폐기론’만으로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북핵 고도화 방지와 종전선언 추진 연계한 협상 시작해야

지난 경험에 의하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즉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이 보일 때 북한은 협상에 나오고 핵개발 동결 합의에도 적극성을 보였다. 북한은 2015년 말 추가 핵실험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미국에 한·미 군사연습 중단, 평화협정 체결 등과 관련한 협상을 제의한 바 있다. 지금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채찍을 가해야 하지만 북핵 고도화를 막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해법을 만드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미·중 양국은 대북제재에 대해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핵 해결의 수단이란 공통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 북핵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의 요구 사항인 평화협정 문제와 외부 세계의 우려사항인 비핵화를 동시행동 원칙에서 교환하는 북핵 해법으로 다시 돌아가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북핵 해법은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최종목표로 두고 중간 단계를 설정하여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선 시급한 북핵 고도화를 막는 조치와 평화협정의 전 단계로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문제를 연계하여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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