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브렉시트와 사드, 한반도 안보의 지각변동 2016년 8월호
특집 좌담
브렉시트와 사드, 한반도 안보의 지각변동
“확고한 안보·국익 바탕 위에 대중국 외교 노력 긴요”
지난 6월 23일(현지시간)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의 탈퇴, 즉 ‘브렉시트’를 선택했고, 2주 후인 7월 8일 한·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최근 한 달 안에 유라시아 대륙의 좌우 양단에서 벌어진 이 두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향후 한반도 주변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잠재성을 지닌 변수라는 점, 주도면밀한 전략적 판단과 행동에 실패했을 시 한국의 안보 지형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거대한 도전이라는 점이다. 브렉시트 현실화에 맞춰 미국이 추진해 나갈 세계 안보전략 변화에 대한 대비와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으로 인한 대(對)중·러 외교 과정에서의 정교한 전략 구상 측면에서 결코 쉽지 않은 시험대에 오른 지금의 한국이 앞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외교적 전략과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본다(편집자주).
브렉시트, 어떻게 봐야?
“미국의 나토 핵심 동맹국인 영국의 이탈 상황”
“미국의 헤게모니와 세계적 영향력에 상당한 손상”
“러시아 영향력 확대 … 미국 ‘아시아 회귀’ 부정적 영향”
문성묵
오늘 브렉시트(Brexit)와 사드(THAAD), 두 가지 사안을 놓고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브렉시트와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지금까지 미국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었습니다만 이번 브렉시트를 계기로 이 전략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죠.
이수형
우선 브렉시트의 발생 배경은 세계화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봅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국가 내부의 빈부 격차, 국가 간의 격차, 그리고 지역 간의 격차라는 문제가 발생되었고요. 이것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2010년 유로존의 위기와 겹치면서 사실상 모든 국가가 긴축재정 시기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죠. 게다가 중동 정세의 불안정으로 인해 난민들이 유럽으로 이주하고 있는 복합적인 변수가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이번에 유럽에서 브렉시트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브렉시트가 미국의 안보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NATO)의 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010년까지 미국의 전략적 초점은 언제나 유럽이었죠. 그런데 그 이후 아시아 지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특히 중국의 강대국화로 인해 미국의 전략적 초점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전환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를 결정함으로써 미국은 다시 유럽쪽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동안 미국이 대유럽 전략을 펴는 데 있어서 나토 핵심 동맹국인 영국의 역할이 컸어요.
그런데 영국이 EU에서 빠지는 상황은 지금처럼 미국의 입장이 반영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물론 영국이 나토의 회원국으로 남아 있겠지만, EU로부터 소위 ‘명예로운 탈퇴’를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나토에 대한 재정적 또는 군사적 기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브렉시트로 촉발되는 일련의 상황을 봤을 때 과연 미국이 ‘아시아 회귀’에서 ‘유럽 회귀’로 전략적 초점을 다시 전환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사건일까요? 저는 그 정도까지 보지는 않아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지속될 것이고요. 다만 나토의 존재 위상과 관련해 영국의 힘이 빠지면서 발생하는 공백에 대해 미국이 대안을 찾으려고 할 것입니다. 아마도 그 방향은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지원으로 나타날 수 있겠죠.
김흥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던 두 가지 큰 축이 있습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유럽에서의 나토 체제와 아시아·태평양에서 동맹체제입니다. 경제 측면에서는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기제를 통해 유지해 왔습니다. 브렉시트는 유럽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맹방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이 나토 안에서 상대적인 위상 및 발언권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영·미동맹 체제, 즉 미국 헤게모니 유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건이 약화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영국의 이탈 이후 나토를 구성하고 있는 대륙 중심의 체제가 결코 미국에 순응하거나 협조적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미국의 헤게모니 유지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고요. 경제적 측면에서도 2020년대 중후반이 되면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역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중국은 현재 신개발은행(NDB)이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통해 사실상 미국 중심의 금융체제에 대한 도전적 성격의 기제들을 계속 제안하면서 미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시기에 브렉시트로 촉발되는 상황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 오던 헤게모니와 세계적 영향력에 상당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사건입니다. 향후 미국이 세계 전략을 다시 구상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박창희
당장은 아니더라도 브렉시트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차질을 불러올 수 있는 사건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전략은 동맹 중심이었거든요. 특히 미국은 대내적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외적으로 상당 부분을 동맹국에 의존하는 전략으로 선회했습니다. 결국 유럽에서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영·미동맹 체제,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 미·일동맹 체제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전략으로 나아갔죠.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전략을 내놓았는데, 이는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전제는 곧 동맹체제의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영·미동맹이 온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 자체가 유럽 및 중동의 안정을 전제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 브렉시트의 결과는 이러한 미국의 구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미국의 세계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괴력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EU와 나토의 역할입니다. 지금까지 EU와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가 벌어졌을 때 러시아를 견제하는 주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만, 브렉시트 이후 유럽 국가들의 결속력이 약화된다면 러시아의 세력 확대를 저지할 수 없을 것이고, 이는 앞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유럽에서 보다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합니다. 그 결과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겠죠.
이수형
앞선 논의에서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브렉시트로 인해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이 ‘유럽 회귀’로 재조정 될 것이라 보지는 않습니다만, 앞서 두 분께서 말씀하셨듯 현재 및 향후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브렉시트는 앞으로 국제정세가 보다 다양하고 복잡하며 분절화되는 경향이 심화되도록 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고요. 특히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다극화의 첫 발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부터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헤게모니에 대해서 세계 질서가 다극화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던 것을 반추해 본다면 역시 이번 브렉시트로 인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국가는 당연히 중국·러시아가 되겠죠. 이런 측면에서 미국은 ‘과연 어떻게 선택적으로 관여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중동 문제는 사실 오바마 정부 때에는 관리의 차원이었지 관여는 거의 하지 않는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유럽은 브렉시트 이후 유로존의 위기, 즉 유럽통합의 지속과 관련한 근본적 문제에 대해 논의를 이어오면서 향후 상당 기간은 내부적 지향성을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대외적 문제에 대해선 가급적 관심을 가질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신고립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거든요. 따라서 앞으로 중동 문제에서는 힘의 공백이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고요. 반대로 러시아의 영향력은 증대될 것이라고 봅니다. 중동과 아시아에 이어 브렉시트로 유럽 문제까지 떠안은 현재의 미국이 관여 정책 측면에서 우선순위를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매우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성묵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이 결국 유럽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사실 중국의 부상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습니까. 중국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증대하고 있고, 또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이러한 점들이 각각의 분쟁 지역 및 이슈에서 미국과 갈등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죠. 이런 차원에서 봤을 때 미국이 ‘아시아 중시’를 기조로 하는 근본 노선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히려 영국의 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가 시행된 직후에는 굉장히 복잡하고 마치 유럽이 당장에 뒤집어 질 것처럼 뜨거웠지만 조금씩 잠잠해지고 있잖습니까. 향후 EU 탈퇴를 위한 협상의 기간도 2년 정도 남았고요. 브렉시트 투표 이후에 영국 내에서 재투표하자는 여론도 거세게 일었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다른 EU국들에 미치는 영향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봐요. 결국 미국으로선 ‘아시아 회귀’라는 현재 전략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는, 즉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EU와의 관계를 상당히 밀접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나토 내에서도 영국의 역할과 영·미동맹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다음 주제로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미국 내 분위기의 변화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한·미동맹의 미래?
“美 국민, 기존 대외정책에 상당한 피로감 가지고 있어”
“美, 정세 따라 역할 측면에서 많은 것 요구할 수 있어”
“‘최소 억지’ 강화 … 美 대북정책, 韓 기대와 다를 수도”
박창희
미국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색깔이 많이 다르다 보니 우리 내부에서도 시나리오별로 한·미관계를 어떻게 끌어가야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 같아요. 일단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우에는 기존 미국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입안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중동 문제에 대한 지나친 개입보다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데 주안점을 두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결국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동맹의 역할은 큰 변화 없이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과 성향을 비교할 때 차이는 좀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앞서 논의되었지만 동맹에 많이 의존하는 가운데 국제 문제에는 그렇게 크게 개입하지 않았거든요. 예를 들어 시리아 사태나 우크라이나 문제에도 사실상 개입을 하지 않았고요. 이슬람국가(IS) 세력이 확대되어 공화당에서도 강력히 지상군 파병을 요청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죠. 이라크에 일부 훈련지원 요원들만 파병하는 것으로 그쳤거든요.
이렇게 볼 때 오바마 정부는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세계 문제에 관여했던 과거의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이었어요. 그러나 클린턴의 경우 오바마의 접근과 조금 다른, 예를 들어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당시의 기조가 바뀔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오바마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선후보의 경우에는 고립주의적이고 보수주의적인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무역체제나 국제규범, 제도적 협력 등이 탈냉전기에 미국이 구축해 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라고 한다면, 트럼프 후보는 이러한 미국의 접근에 수정을 요구하는 입장에 서 있는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반(反)이민 정서를 부채질 한다든가,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한다든가, 중국과 새로운 관계 정립을 표방하는 주장을 통해 ‘이제 더 이상 미국이 세계경찰 국가 또는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국가라는 임무를 위해 모든 것을 걸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이를 토대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한·미동맹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간 트럼프 후보는 한국에 대한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만 이야기했지만 그 기저에는 ‘자국의 안보는 자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거든요. 따라서 여기에 우리가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 국민들은 지금까지 미국이 추구해 온 대외정책에 대해 피로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힐러리든 트럼프든 누가 되더라도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봐요.
이수형
그간 민주당은 대외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꺼려하거나 신중하고, 공화당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었잖아요. 그런데 지금 힐러리나 트럼프가 내세우는 것을 보면 오히려 반대가 되었죠.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신고립주의를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누가 당선이 되든 한·미동맹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어요. 우선 힐러리가 당선되더라도 트럼프가 대선과정 중에 이야기한 공약에 대해선 일정 부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미국이 한·미동맹에 요구할 수 있는 부분, 특히 한국에 방위비 분담을 증액하라는 요구는 제가 봤을 때는 그리 큰 이슈는 아닐 것 같아요. 이미 주한미군의 방위비 관련 협상은 지나갔고 앞으로 2018년이 되어야 재협상이 가능한 상황이잖아요.
반면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이겁니다. 현재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은 한·미동맹이 전략적 동맹의 성격이고 이는 지역동맹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한·미동맹이 지역동맹으로서 비국가나 초국가 단위, 또 비대칭적 안보 위협 등에 대응하는 것에 한국이 일정한 수준에서 관여하고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지금보다 아시아 정세가 불투명하게 진행될 경우 미국이 한·미동맹의 임무와 역할의 확대 측면에서 우리에게 보다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요. 이렇게 되면 우리 정부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겠죠.
두 번째는 최근에 미국 국방부에서 나오고 있는 ‘연방적 방위’라는 개념이 있어요. 나토는 2011년 하반기부터 ‘스마트 방위’라는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긴축재정 위기에 들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대외적으로 투사할 역량에 한계가 있고, 따라서 동맹국 간에 군사력을 분업하자는 논리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연방적 방위’라는 개념이 아·태 지역에서 투사된다면 저는 결국 나토에서 나왔던 ‘스마트 방위’의 개념이 아닐까 생각되고요. 그렇다면 미국이 아·태 지역에 있는 동맹국들에게 군사력의 차별화와 분업화를 중장기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2008년 미국발 국제금융위기를 계기로 적어도 2015년까지는 국제정치학계에서 소위 ‘패권축소론’이라는 논의가 있었잖습니까. 미국의 패권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따라서 이제 미국이 기존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정한 수준의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죠.
1970년대 닉슨 독트린과 비슷한 논리였는데요. 지금의 미국 국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느냐, 아니면 유지 또는 상승하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중요한 것은 지금이 미국의 국력 조정기라고 파악된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으로서는 우방국과 동맹국의 필요성이 과거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미동맹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하겠지만 우리가 수용하기에 부담스러울 정도의 요구를 갑작스레 받을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세워 놓고 면밀하게 대응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흥규
한·미동맹의 미래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고려할 때 현재 미국의 경제적 역량과 자신감이 많이 약화되고 있는 측면을 봐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여전히 ‘팍스 아메리카나 3.0’을 이야기합니다. 가장 젊은 인구 구성, 생산력, 창의력에서의 우위는 물론, 에너지 측면에서도 셰일가스 혁명으로 중동 등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경제적으로 건실하고, 앞으로도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스스로는 그런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분석을 해보면 젊고 건강하긴 하지만 노동력의 질적 부분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또 다인종 문화 속에서 백인 중심으로부터 라틴계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치적 비용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계산해보면 미국의 경제도 중장기적으로는 2% 이상의 성장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미국은 경제적으로도 향후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 직면할 것이고, 여기서 중산층 약화라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회 내부적 갈등도 심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 분석해보면 미국이 대외적으로 자국의 이상을 투영하는 행위라든지 기존 냉전적인 동맹에 의한 개입은 점점 더 소극적으로 이뤄질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따라서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네 가지 측면에서 해석을 해봐야죠.
우선 미국이 생각하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질 것 같습니다. 힐러리나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든,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축소지향적인 대한반도 정책이 예상됩니다. 이는 우리에게 상당한 도전적 과제로 다가오겠죠. 두 번째, 단기적으로 보면 동맹에 대한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가 이어질 것입니다. 한반도 중심의 한·미동맹 구조에서 지역동맹 중심의 한·미동맹을 보다 강하게 요구해 올 것이고요. 당장 중국과 직접적으로 무력 충돌을 할 생각은 없겠지만, 중국의 주변국들에 대해 자국의 힘과 영향력을 투사하려고 할 것이고, 최대한 자국의 힘을 아끼면서 중국의 힘과 영향력 투사를 억지하려는 전략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미·중 사이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들이 계속 벌어질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 조정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동북아에서의 동맹군 구조를 미국과 일본 중심의 구조로 개편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지정학적인 면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가용한 역량에 대한 냉정한 계산을 바탕으로 나오고 있는 제안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미국 내에서 한·미동맹을 유지할 의지와 비용 지불 의사가 약화되면서 일본 중심의 동맹 체제를 통해 ‘최소 억지’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시도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계산은 북핵문제에 대해선 근본적 해결보다는 동결, 여기에 미사일방어(MD) 강화가 현실적이라는 주장을 대안으로 들고 나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한·미동맹, 그리고 미국의 대북정책이 박근혜 정부의 희망대로 진행되지 않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아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외교 환경에 중대한 도전적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문성묵
지금 상황에서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든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든 대선결과에 따라 한·미동맹에 관련된 미국의 행보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우리는 이 부분을 우려하는 것이죠. 사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높아지고 있고, 또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현실화되고 있잖습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가지고 있는 역량에 비춰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옵션이라는 것이 상당히 제한되니 그만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미국 내에서 ‘동맹’이라는 가치보다 ‘국익’이라는 가치에 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힘이 실리면서 트럼프 후보가 부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동안의 한·미동맹이 북한이라고 하는 공동의 적을 대상으로 유지되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세월이 흘러 안보 환경도 많이 바뀌었고 우리의 위상도 달라졌죠.
물론 미국의 생각도 달라지면서 동맹의 성격이 근본부터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실제로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바로 전시작전통제권의 향배로,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동맹의 성격에도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동맹이 지향하는 대상과 분담해야 할 영역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도 달라지겠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한·미동맹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하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가운데 평화와 통일을 지향할 수 있을 것인지 지혜와 전략을 짜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최근 한·미가 즉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를 주한미군에 배치하는 것으로 공식 발표했습니다. 일단 배치가 결정된 것을 전제로 해서 여기에 대한 주변국의 반응, 주로 중국과 러시아가 되겠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올 것으로 예상되는지 등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 사안에 대해 지금 중국·러시아는 어떤 입장에 서 있으며 그들이 취하고 있는 동북아 안보 전략과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사드 주한미군 배치, 중국·러시아의 입장은?
“사드는 진화하는 무기 … 실제적 군사 위협 될 수 있어”
“현재의 전략적 균형과 안정성 깨는 조치로 인식”
“한·미·일 군사협력체제 강화 … 반중(反中) 연대 우려”
김흥규
중국과 러시아가 기대하고 추진하는 국제관계란 것은 결국 다극화 체제입니다. 중국은 최근 들어 미국이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미국이 자국을 계속 압박하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죠. 중·러는 전 세계 차원에서 미국이 자국 중심의 군사안보 질서를 당분간 유지하려는 데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의지의 연장선에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가 있다고 이해하고 있고요. 특히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기존의 한반도 그리고 북핵과 관련한 문제는 미·중이 서로 숙의하고 협력하는 주요 대상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기점으로 미국이 취한 행위를 보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제는 미국이 북핵문제도 미·중 전략의 갈등 차원에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중국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대해 세 가지 차원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군사적으로 실제 위협이라 보는 것이죠. 사드가 고정된 무기체계가 아닌, 계속 진화하고 발전하는 무기체계라는 사실 인식이 중요합니다. 당장 현실적으로는 ‘둥펑(東風)-21D’를 포함해 둥펑 계열의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는 백두산 바로 뒤 퉁화시 인근의 미사일 기지가 감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둥펑-21D의 기능과 효과인데요. 이것이 세계 최초의 중거리 지대함 미사일로, 만약 제대로 작동한다면 한반도나 대만해협, 혹은 일본으로 접근하는 미국의 항공모함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됩니다.
미국으로서도 대단히 치명적인 위협이고 중국으로서도 당연히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무기인데, 사드가 들어오면서 그 레이더에 노출될 수 있으니 현실적 위협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전략적인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 미국과 군사적 충돌을 겪을 때 주한미군을 공격할 수 있는 중국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역량을 장차 한국의 사드 체제가 갖출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현재 핵 역량과 미사일을 포함해 사실상 ‘최소 억지’ 전략으로 미국에 대응하고 있는데 유사시 사드 레이더의 기능 변경이나 확장된 능력을 통해 이를 탐지하거나 방어할 수 있다면 전략적으로 중대한 불안정성을 야기한다고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외교적으로는 세계 군사안보 질서 차원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노력을 진행해 나가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군사안보협력 체제에 편입되어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는 구도 속으로 들어간다고 인식합니다. 중국은 가급적 현 시점에서 한국에 위협을 주어서 이러한 편승 움직임에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수형
사드 배치의 배경을 조금 폭넓게 볼 필요가 있어요. 지난 2010년 2월 미국 국방부에서 ‘탄도미사일방위 심의 보고서(Ballistic Missile Defense Review Report)’를 공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유럽형 MD’, ‘중동형 MD’, ‘아시아형 MD’처럼 각 지역의 안보 위협 특성에 맞는 맞춤형 MD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어요. 이미 유럽에서는 ‘유럽형 단계·적응적 접근(EPAA)’이라고, 쉽게는 ‘유럽형 MD’ 구축 계획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토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거든요. 총 4단계인데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 4단계가 지난 2013년 3월 취소됐어요.
왜냐하면 4단계의 마지막이 ‘SM-3 IIB’ 미사일, 즉 SM 계열의 가장 첨단화 된 미사일을 배치하는 계획인데,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로 취소됐고 현재는 3단계를 추진하고 있거든요.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아시아에서도 4단계의 MD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1단계는 이미 완성됐죠. 일본의 X밴드 레이더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2단계가 아·태 지역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 요격 미사일을 적절히 배분하여 배치하는 것인데요. 한국의 사드가 요격용 미사일이니까 2단계의 첫 조치가 바로 한국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다음 3단계는 해양, 즉 동맹국들에 MD형 이지스함을 증대·배치해 나간다는 것이고요. 마지막 4단계는 역시 최첨단식의 SM-3 요격 미사일을 배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왜 중국과 러시아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이토록 반대를 할까요. 우선 앞서 김흥규 교수님께서도 지적하셨지만, 사드의 능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나온 최신 자료를 보면 사드Ⅰ이 있고 사드Ⅱ가 있다는 것인데요. 사드Ⅱ는 사드Ⅰ보다 개량화 된 모델이고 탐지거리가 보다 확대되며 요격거리도 길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드Ⅱ가 다른 MD 체계와 통합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그러니 통합정보네트워킹 구축이 완전하게 이뤄진다면 MD 체계가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중국을 속속 탐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중국의 강한 우려감이 있는 것이죠.
또 하나, 사드는 분명히 방어형 무기입니다. 창과 방패로 비유하자면 방패 개념이죠. 만일 중국이 사드에 대해 군사적 위협이라고 인식한다면 사드에 대항할 무기를 배치하고 보다 진전된 모델을 연구개발해 나가면 되는 것인데 이러한 방패형 무기에 대한 획득 및 발전 과정이 전무한 상황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발하는 핵심은 사드가 비록 방어용 무기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전략적 균형과 안정성을 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고요. 반대로 러시아의 경우 역설적으로 공격형 무기, 즉 미국의 MD를 뚫어낼 수 있는 무기를 증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창희
중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반대하는 명확한 이유는 이것이 당연히 중국의 안보에 위협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겠죠. 하지만 사드 주한미군 배치가 실제로 동북아 안보전략에서 갖는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중국이 반대하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사드의 고성능 X밴드 레이더 때문인데요. 이것이 전진배치 모드일 경우 2,000km까지 탐지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의 속을 완전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물론 우리는 종말레이더 모드, 즉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용도이기 때문에 탐지 레이더 반경은 600~800km로 제한된다고 설명하지만 중국은 이를 미군이 운용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모드를 전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실제로 이것이 중국에 그렇게 큰 위협을 ‘새롭게’ 안긴 문제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미 미국은 중국을 전부 다 들여다보고 있거든요. 그렇게 반발하는 중국 역시 5,000km 이상 탐지되는 레이더를 지금 헤이룽장성에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 않습니까. 비록 한반도가 아니더라도 미국은 다양한 정찰 및 감시 위성과 일본에 배치된 다른 레이더를 통해서 중국의 웬만한 곳은 다 보고 있고요. 따라서 중국이 제기하는 이런 문제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고 판단합니다.
두 번째는 동아시아 군사전략 차원에서 불균형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논리인데요. 앞서 김흥규 교수님께서도 중국의 둥펑21-D 미사일을 말씀하셨지만, 중국은 지역방어 전략으로 ‘반(反)접근 및 지역거부(A2AD : Anti-Access and Area Denial)’를 추구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다양한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 바로 둥펑21-D 미사일이고 이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가 요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한반도에 날아오는 미사일이지 않습니까. 일본과 영유권 마찰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과는 관련 없거든요. 또 앞서 이수형 위원님께서 설명하셨지만 일본은 가장 최신화 된 미사일 SM-3를 가지고 있고요. 따라서 중국의 ‘A2AD’ 전략 측면을 들면서 중국의 반대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자체로 일리는 있겠으나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요.
저는 마지막 세 번째 이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선 이유보다는 전략적 견지에서 보는 시각인데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결국 한·미·일 군사협력체제가 강화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전문가들과 만나서 이야기 하다 보면 과거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에 대해서 굉장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전례가 있거든요. 어떤 학자들은 이를 한·일 간의 군사동맹으로 오해할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중국은 한국이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한 중국 견제 체제에 편입되어 한·미·일이라는 반중(反中) 연대가 결성되는 것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예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중·일 전쟁도 사실은 인도가 소련 및 미국과 반중 연대를 해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도를 먼저 공격한 것이고요. 중·베트남 전쟁도 마찬가지죠. 베트남과 소련, 라오스 등의 국가들이 반중 연대를 강화할 것에 대비해서 중국이 1979년 베트남을 선제 공격했죠. 그런데 과연 한국이 한·미·일 반중 연대에 편입되어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할 의도를 가지고 있을까요?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중국의 기우(杞憂)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요.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해 중국에 적극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중국이 지금처럼 예민한 반응을 지속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성묵
외교적 측면과 군사적 측면 두 가지로 봤을 때 아마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최대한 끌어들여서 한·중관계를 발전시키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함으로써 한·미동맹이 더 발전하고 미국의 영향력이 보다 커지며 상대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요인들이 예상되면서 아마도 중국은 외교적 측면에서는 잃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 같고요.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말씀하셨지만 사실 사드 1개 포대가 한국에 배치된다고 해서 그것이 중국에 거대한 군사적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중국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또 X밴드 레이더 역시 지금 한국에 배치되는 것은 요격용 종말모드이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전진모드로 전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것이고요. 이를 중국이 알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어떻게든 한국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대외적으로 압력을 넣어서 한국이 이 결정을 스스로 철회하도록 만드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지금은 이미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는 발표를 했기 때문에 중국도 나름대로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면 이제 중국 또는 러시아가 향후 어떻게 대응해 나올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논의해 볼까요?
중국·러시아의 향후 대응을 통한 정세 전망?
“동아시아 차원에서 갈등 수위 올라갈 가능성 높아”
“관계 악화나 신냉전 도래 상황 미리 우려할 필요는 없어”
“중국의 맞대응,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타격 될 수도”
이수형
저는 동아시아 차원에서 갈등의 수위는 현재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지금 어차피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이라는 것은 70년 동안 지속되어 온,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한 질서에 대해 세력전이를 하겠다는 의미가 있거든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미국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위상을 유지한 채 미래를 맞이하겠다는 것이고, 중국은 자국의 부상에 걸맞은 지위와 역할,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결국 지금의 현상을 변경하겠다는 것이잖아요. 이런 측면에서는 사드 배치를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동아시아 차원에서 갈등의 수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요. 이것이 가장 크게 나타난 것은 사실 남중국해 문제라고 할 수 있죠. 남중국해 문제는 하루이틀 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그 강도도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어쨌든 이런 거시적인 틀을 우리가 염두에 둘 필요가 있고요. 역설적으로 지금 사드 배치로 인해서 동북아 안보 정세에 영향을 미칠 행위자는 오히려 중국보다는 북한이라고 봅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명분으로 향후 북한이 전개할 무력 시위라든가 도발, 혹은 역으로 평화적 공세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박창희
중국이 한·미의 사드 주한미군 배치 발표 이후 강경한 반응을 보였고, 러시아도 중국과 같은 입장에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지옥문이 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식의 과격한 표현까지 써서 분위기를 굉장히 격앙되게 몰고 가고 있는데요. 다만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설 것인지, 또는 동북아에서 신냉전 구도가 도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저는 동북아에서 신냉전 구도가 올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드 때문에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봐요. 다른 요인, 즉 미·중 간의 남중국해 문제라든가, 중·일 간의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 등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보다 높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요인으로 촉발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만일 한국이 북핵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허용했다면 이것은 한·중 간에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겠죠. 그런데 지금은 엄연히 북한의 안보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고 중국도 이런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북한의 핵실험이 계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1월 초에 신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또 지난 6월 22일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북한명 화성-10), 즉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그전까지는 계속 실패하다가 이번에는 어느 정도 부분적으로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사드 도입을 더 이상 연기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중국도 미리 알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쑤하오 중국외교학원 교수가 국내의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했던 발언을 주의 깊게 봐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사드 운용을 한국이 아닌 미국이 하기 때문에 못 믿겠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저는 이것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말을 역으로 뒤집어 보면 결국 사드를 한국이 북한 미사일 요격용으로만 운용한다면 인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거든요. 그런데 미국이 이것을 언제든지 바꿔 운용할 수 있는 부분, 예를 들면 프로그램을 바꿔 탐지 2,000km 모드로 전환하는 것 등이 우려되어서 못 믿겠다는 의미잖습니까. 실제로 저는 조심스럽지만 향후 중국의 대응이 지금처럼 강경하고 높은 수준에서 지속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을 해봅니다. 특히 경제 보복 측면에서도 중국은 이미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수용하고 있고 국제경제의 질서와 규범을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우려하는 것처럼 터무니없는 경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고요. 사드 문제 때문에 한·중관계 악화나 동북아 신냉전과 같은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미리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김흥규
저는 중국이 사드 문제로 인해서 한국에 대해 보복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중국의 보복을 더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복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야만 오히려 결과적으로 그 가능성을 서로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일단 모든 정책, 특히 상대방의 국가 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채택할 때는 반드시 그것에 대한 반작용이 들어온다는 것을 전제해야 합니다. 외교·안보 영역에서는 어떤 사소한 사안이라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행동은 신중해야 하고, 쉽게 단언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의 인식은 심각할 수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의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추진은 중·러의 전략적 안전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연합
첫 번째, 이 문제가 시진핑의 위신과 대단히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시진핑은 사실 대한반도 정책에 있어 엄청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과거 정권에 비해 친한(親韓)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고요. 그런데 사드 배치로 인해 중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시진핑 자신이 직접 나서서 수 차례 사드 배치에 대한 양해도 구했고, 때로는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경고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표되어 시진핑의 국내외적 체면 및 위신이 큰 손상을 입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중국의 외교 차원에서 보면 시진핑 정권 들어 중시하고 있는 개념이 바로 국가 이익입니다. 그래서 ‘핵심 이익’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죠. 시진핑은 대북정책도 국가 이익의 차원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이른바 ‘정상적인 국가관계’로 가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도 분명하게 중국의 국익에 손상을 입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응한다는 논리로 채택한 것이지요. 중국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어떤 의미에서든 자국의 국익에 손상을 입힌 행위로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보복을 하는 것은 논리의 연장선 상에서 당연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중국의 무력 개입의 행태를 보면 승리의 결과에 대한 확신을 갖고 나섰다기보다는 기존의 위신을 지키려고 개입한 사례가 훨씬 더 많아요. 이것이 중국 외교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측면이고요. 우리는 논리적으로 중국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대해 보복에 나선다면 중국 역시 잃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한국에 어떤 형태든 응징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하게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긍정적인 부분은 중국도 새로운 냉전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또한 중국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세계의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자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북한에 의해 연루되는 상황은 미국이 현재 중국을 압박하려는 틀에 오히려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북한 카드를 활용하는 것 역시 대단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경제 보복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세계적인 시장국가이며 특히 WTO 체제에 들어간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 많습니다. 굳이 보복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비무역 장벽이라든가 거래 관행이나 내부 표준 적용의 변화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대응에 나설 수 있죠. 아마도 중국과 무역하는 경제 현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겁니다. 사드 배치 결정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통상 과정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지체되는 현상이든 여러 절차적 측면에서 적대적인 태도로 변했든 불편함을 느끼고 있겠죠. 이런 상황이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국의 국력, 특히 경제적 상황과 역량이 상승하는 국면에 있다면 이러한 점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로 하강하는 어려운 국면이고, 여기에 중국과 경제 관계가 점점 분업구조의 해체를 맞는 과정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로서는 생각보다 훨씬 타격이 클 수도 있습니다. 너무 낙관적으로, 혹은 중국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신중함을 견지하면서 최선을 다해 우리의 외교적 성의를 보여주는 노력을 하는 것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보리 대북제재 공조에 변화 주나?
“중국, 양자 차원에서 북한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 할 수도”
“북핵, 우선순위 높지 않아 … 공조 틈 지속적 벌어질 것”
“사드로 인한 한·중악화 북·중회복 국면 북한이 노릴 수도”
문성묵
현재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2270호에 따른 대북제재 국면에 있는데 일각에선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로 인해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체제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박창희
일단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사드 배치는 전략적으로 큰 타격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공을 들여서 핵·미사일 개발을 해왔는데 사드가 모든 핵·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전략적 방어력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이 기존에 쌓아놓았던 전략적 핵능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죠. 두 번째는 반대로 북한이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측면인데요. 한·중관계 악화와 북·중관계의 회복이라는 점을 토대로 만일 한국이 중국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잘 풀어내지 못했을 경우에는 결국 북·중관계의 회복으로 국면이 넘어갈 수가 있고요. 그 와중에 북한이 예를 들어 국지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무력 도발에 나선다고 했을 때 중국 입장에서는 책임을 한·미의 사드 배치로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한국과 미국의 무모한 조치로 인해서 북한을 자극했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러한 전략적인 부분에서 북·중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면 이것이 결국 지금의 안보리 대북제재 국면에서 국제공조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흥규
사드 문제 때문에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거부하거나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주목할 점은 대북제재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북·중 양자 차원에서 전개되는, 정확하게 말하면 중국이 유엔의 제재를 넘어서는 수준의 제재를 북한에 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부분입니다. 사드 문제로 인해 중국은 상당한 유연성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유엔 대북제재에서도 민생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제재 밖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잖아요. 여기서 민생이라는 것은 사실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관련국의 입장마다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고 중국 역시 이 부분에서 운용할 수 있는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 사드를 둘러싼 한국과의 갈등과 긴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중국이 이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관계가 계속 악화된다면 제가 보기에 중국은 유엔이 정한 안보리 대북제재의 선은 지키려고 하겠지만 양자 차원에서 북한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는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훨씬 더 유연하게 대응함으로써 한국이 기대하는 모습과는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이수형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면 굳이 사드 배치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금 시점은 관련국들이 대북제재를 진행해 나감에 있어서 공조의 틈이 지속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국내외적으로 큰 사건들, 초반에 논의했던 브렉시트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런 변수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결국 관련국들은 외교적 자원을 투사하는 데 우선순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북핵문제가 높은 순위에 오를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거든요. 뒤집어보면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공조의 틈이 벌어져서 단기적으로는 여유의 공간이 생겼다는 측면을 지적할 수 있고요. 물론 사드 배치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한·중관계에 냉각과 불화 등이 발생할 소지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에 따른 국제 공조의 결속력은 이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제재가 지속된다고 하더라고 실효성은 적고 형식적으로 관성에 의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혹시 지금보다 더 강력한 수준의 제재가 발생하기 위해선 지금의 한반도 정세를 위협하는 또 다른 변수, 즉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정도의 변수가 발생해야 하는데 이러한 북한의 무력 시도가 나타나지 않으면 제가 보기엔 미국이나 중국은 현재 산적한 국내외적 문제로 인해 북한을 그렇게 중요한 이슈로 다루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봐요.
한국의 향후 외교 방향, 어떻게 설정해야?
“이익에 기반한 한·중 경제협력 프로젝트 적극 추진해야”
“KAMD와 사드 상호운용성 높여 北 핵·미사일 철저히 대비”
“필수 안보 이익 매뉴얼 갖고 중국과 회담서 의제화 해야”
문성묵
마지막으로 결국 우리의 외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텐데요. 한국의 향후 외교 전략,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흥규
현재 우리 정부의 외교적 스탠스 중에 잘한 것이 있어요. 사드 도입 문제를 철저하게 ‘북한용’이라는 틀 안에서 견지해 왔다는 겁니다. 일단 1개 포대만 들여오고, 목적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는 용도라는 것, 또한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것 등이죠. 저는 이 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틀을 유지하면서 중국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설득을 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죠. 향후 북·중 간의 전략적 결합을 막는 것에도 외교적 노력을 견지해야 합니다. 한·중관계가 외교적으로 냉랭할 때는 이익에 기반한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상호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고, 이를 동북아 쪽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 왔습니다. 해상 실크로드를 동북아로 확대하는 등의 공동 인식을 통해서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연계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창희
세 가지 포인트로 나눠야 할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한·중이 사실 이만큼 좋았던 시기가 없었다고 할 정도로 상호 관계 발전을 지속해오고 있었잖아요. 이런 점을 계속 부각시키면서 중국 쪽에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이번 기회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안보적 이익을 중국에 확실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서 느끼는 심각성을 중국에서도 다시 한 번 평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같고요. 세 번째는 미국에 대한 측면인데, 현재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를 보면 PAC-2 미사일이 이미 들어와 있고, PAC-3 미사일이 올해 도입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중거리 지대공미사일인 ‘M-SAM’은 일부 개발되어 지금 개량 작업에 들어가 있고, 장거리 지대공미사일인 ‘L-SAM’은 개발되고 있거든요. 오는 2023년이 되면 전부 갖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사실 그 전까지의 공백이 문제입니다. 이번에 사드도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일환으로 결정되었지만, 어쨌든 KAMD와 사드 간의 상호운용성을 통해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체제가 효율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이수형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봐요. 한국의 입장, 특히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최고의 외교적 성과가 바로 한·중관계의 내실화 아닙니까. 이것을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인데요. 한·중 간의 관계 발전과 관련하여 사드 배치 문제가 양국에 하나의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는 9월에 G20 정상회의가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데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비록 다자회의체지만 그 속에서 양자회담의 기회가 충분히 있을 수 있고요. 아마 지금부터 우리 정부 안에서는 중국과 양자 접촉, 그 안에서의 의제 설정을 포함해 기타 여러 준비를 위한 외교 라인이 가동될 것이라고 보는데요. 여기서 우리의 안보적 이익, 즉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매뉴얼을 정확하게 만들어서 중국과 양자회담이 성사되면 적극적으로 의제화하고 이를 피력하는 것에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문성묵
비록 사드 배치 결정을 중국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로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요. 한국이 중국과 만들어가고 있는 경제적 관계 역시 매우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중국의 불필요한 오해와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대화와 함께 외교적 노력을 견지해 간다면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되는 계기로 남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오늘 자리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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