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2월 1일

특집 | ‘일관된 실리주의’ 아베 … 북·중 위협, ‘적극적 평화주의’로 맞선다 2017년 2월호

특집 | 스트롱 맨, 동북아를 흔들다!

일관된 실리주의아베 … ·중 위협, ‘적극적 평화주의로 맞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23일 도쿄 사이타마 현 아사카 주둔지에서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23일 도쿄 사이타마 현 아사카 주둔지에서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

지난 2012년 12월에 재집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임기가 올해로 5년을 맞게 되었다. 1, 2차를 합한 재직 기간만으로 그는 1960년대 중반의 사토 에이사쿠, 1946년에 취임한 요시다 시게루, 그리고 2001년 취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 이어 전후 일본에서 4번째로 장기간 집권한 일본 총리가 되었다. 더욱이 올해 3월, 자민당 당대회에서 종전의 규정을 개정하여 총재의 3선 연임이 가능해지면, 그는 오는 2021년까지 자민당 총재 및 총리직을 수행할 수도 있게 되었다.

사실 2012년 재집권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아베 총리가 이토록 장기간 집권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06년 제1차 집권 시에 그는 지인들만 중용한 내각 구성과 편협한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 그리고 건강 문제 등이 겹쳐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총리직을 사직한 바가 있었다. 그러한 전력 때문에 2012년 재선될 때에만 해도 자민당 내에서는 아베 신조 보다도 오히려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컸다. 또한 그가 평소 보여준 역사 문제에 대한 강경보수적 경향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동맹국인 미국에서도 그의 재집권을 우려하는 여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베 리더십 근간은 강력하고 일관된 핵심정책 방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신조 총리가 그동안 일본 국내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도를 바탕으로 롱런해오고, 국제사회에서도 강력한 지도자로 활동해 온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경제, 방위, 외교 등 국가핵심정책 분야에 관한 그의 강력하면서도 일관된 방침을 꼽을 수 있다. 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 2013년 1월, 그는 일본의 대표적인 저널인 <문예춘추>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아베노믹스의 경제정책 방침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방위와 외교정책의 방침도 밝혔다. 이 글에서 그는 경제정책의 중요 목표는 ‘디프레이션 탈피’라고 밝히면서, 이를 위해 공격적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펼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울러 방위정책에 관련해서는 관련 부문 예산 증액, 집단적 자위권 해석의 변경, 헌법 제9조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국방군으로의 변경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하였고, 외교정책과 관련해서는 대등한 미·일동맹 구축, 중국과의 전략적 호혜관계 견지 등을 제창하였다.

이러한 정책방침들은 지난 5년간 여러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비교적 일관되게 추진되면서 상당한 성과도 거두었다. 지난 2014년 7월, 그동안 일본 내에서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집단적 자위권 용인이 정부 방침으로 결정되었고,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4월, 미·일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보다 공고한 미·일동맹 관계가 구축되었다. 아베노믹스에 관해서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지만, 청년실업 문제의 해소라는 점에서 한국과 달리 분명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정책들을 추진하는데 있어 아베 총리가 국내외적인 반발과 도전에 직면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집단적 자위권 용인과 그를 반영한 안보법제 제·개정 동향에 대해서는 도쿄를 비롯한 일본 전역에서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또한 전후 70주년 담화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아베 총리 자신의 수정주의적 역사인식에 반발하는 일본 내외 지식인들의 항의 성명이 연달아 발표된 바도 있다.

아베 총리는 이러한 도전과 위기들을 국내적으로는 포용적 인사정책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소위 ‘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를 통해 극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직후 핵심 정책들인 아베노믹스와 국가안보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을 참여(參與) 등의 형태로 정부에 기용하였다. 예일대학 하마다 고이치 교수를 내각에 참여시켜 아베노믹스의 실행에 관해 수시로 조언하게 하였고, 국가안보전략서와 방위계획대강 등의 전략문서 책정과 주요 안보정책 결정과정에는 동경대학 교수였던 기타오카 신이치 교수 등을 중용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경우에 따라 이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의 정책 방향에 대한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 예컨대 지난 2015년 8월, 전후 70년 담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과거 일본 군국주의 하에서 수행된 전쟁에 대한 반성의사 표명에 주저하는 반응을 보이자, 대표적인 일본 정치외교사 분야 연구자인 기타오카 교수는 관저 회의나 대외 세미나 등을 통해 아베 총리가 군국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는 직언을 거듭하여 제기하였다. 아베 총리는 결국 이러한 직언들을 수용하였고, 이로 인해 2015년 8월에 공표된 전후 70년 담화에 군국주의 역사에 대한 나름의 반성이 담기게 되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들도 자민당과 내각에 중용하는 등 탕평적 인사정책을 구사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이시바 시게루를 자민당 간사장으로 중용하였고, 2014년 9월에는 내각의 지방창생(地方創生) 대신으로 기용하였다. 이를 통해 자민당 내 잠재적 반대파를 포용하면서 정치적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었다. 또한 자민당과 연립을 맺은 공명당의 정책이나 입장도 고려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수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명당은 종교단체인 창가학회를 모태로 하는 정당으로서, 안보정책에 관해서는 평화주의적 성향을 띠면서 집단적자위권 용인 움직임에 대해 반발해왔다. 아베 총리는 공명당의 입장을 수용하여, 일본에 급박한 안보위험이 발생한 경우 등 몇 가지 조건 하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제약을 부과하였다. 이 같은 타협을 통해 공명당을 계속 자민당과의 연립 테두리에 묶어놓고, 중참 양원에서의 여당 우위를 확보해낸 것이다.

 1년에 50회 넘는 해외순방, 광폭 전개 중인 글로벌 외교

또한 ‘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라는 슬로건이 보여주듯, 아베 총리는 1년에 50여 회가 넘는 해외순방과 정상외교를 실시해 왔다. 일본 정부는 현 내각 이전에도 동아시아와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 남태평양 14개 도서국가, 아프리카 50여 개 국가들을 포함한 글로벌 외교를 전개해 왔지만, 아베 총리는 어떤 전임자들보다 열정적으로 글로벌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로 인해 일본이 추진하는 안보 및 외교정책에 대한 국제사회 여타 국가들로부터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는 데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관성 있는 정책과 포용력 있는 정치·외교활동을 통해 일본 국내외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온 아베 총리는 2017년도의 대외 환경에 맞춘 새로운 전략을 전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아베 정부가 가입을 결정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할 것을 표명하였고, 주일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북방 4개 도서에 대한 반환 의지가 없음을 선언하였다. ‘중국의 꿈’을 표방하는 중국 시진핑 정부와도 아시아 지역에 대한 세력경쟁과 센가쿠 등에 대한 영유권 분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지난 2013년 12월에 공표한 ‘국가안보전략서’에서 아베 정부는 일본을 경제대국, 평화국가, 해양국가로 규정하면서 “국제협조주의에 기반한 적극적 평화주의”의 방침에 입각해 대외전략을 펼쳐나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문서는 특히 중국의 군사 활동 확대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일본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자신의 능력 강화, 미·일동맹의 억제태세 강화, 그리고 한국, 호주, 인도, 동남아 국가들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이 같은 안보전략의 기조는 올해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TPP 불참을 표명하고 주일미군 방위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활발한 양자외교를 통해 상호신뢰를 쌓고 이견을 좁히는 방식으로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아베 총리는 이례적으로 트럼프 당선자를 방문하여 양자 대화를 가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초기에 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양국 간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양자대화를 통해 미·일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TPP를 대체할 미·일 간 직접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써 양국 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틀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와는 당분간 북방도서 반환에 합의하기 어렵겠지만, 시베리아와 사할린 방면의 자원 개발과 관련하여 양국 간 경제협력 심화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 활동 확대에 대해서는 미·일동맹 강화, 호주,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의 안보협력 확대를 통해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중순, 아베 총리가 필리핀을 필두로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순방하면서 공통적으로 TPP의 계속 추진과 해양항행의 자유 등을 협의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주변국들과의 안보 및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불안요인을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아베 총리 특유의 실리외교가 엿보이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군사력은 미·일동맹 의존 경제력 기반한 외교 집중해

올해 아베 정부의 외교에 있어 한반도 문제도 중요한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군사적 동향에 대해서는 일본 자신의 방위태세 강화와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억제태세를 강화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이행 등을 통해 국제사회 차원에서의 대북 압박에 동참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개설해온 대북 대화 채널은 대북 압박 기조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탄핵정국에 처한 박근혜 정부의 종전 정책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지난 2015년 12월 체결한 한·일 간 ‘위안부’ 합의나 지난해 11월 합의한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폐기 혹은 재협상 여론이 거세지는 것은 일본에게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에 대해 한·일 간 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시키고, 주한 대사를 소환하는 등 필요 이상의 강경 대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중국 및 북한에 대응해야 하는 일본 안보전략의 기조 상 일본 정부로서도 한국의 국내 정세를 보아가며 관계 정상화의 수준을 밟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은 경제적으로는 세계 3위 수준의 대국이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에 비교해보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도 아니고 핵무기도 보유하지 않은 나라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처럼 세계 최강 수준의 국력을 바탕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미약한 군사력은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하면서 강점으로 갖고 있는 경제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아울러 외교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일본 안보정책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이 되어 왔다. 지금까지 취해온 경제나 외교·안보정책을 볼 때, 이 점을 아베 총리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향후 상당기간 아베 총리가 주도하게 될 일본의 동북아 전략도 이러한 기조 위에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준 /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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