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협상가’ 트럼프 … 힘에 기반, 아시아 개입 강화한다 2017년 2월호
특집 | 스트롱 맨, 동북아를 흔들다!
‘협상가’ 트럼프 … 힘에 기반, 아시아 개입 강화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은 매우 특이하다. 192cm의 키와 107kg의 몸무게를 가진 그는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성격을 지닌 냉정한 협상가이며, 강경함과 대범함을 지녔고, 직설적이다. 영국 필적학자협회는 트럼프의 서명필체가 “권력에 굶주린 인간”을 표현해 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어린 시절 담임선생님의 얼굴을 가격하여 눈을 시퍼렇게 멍들게 만든 적이 있을 만큼 좌충우돌적이고 감정적인 성격을 지녔는데, 트럼프의 부모는 이러한 그의 성격을 길들이기 위해 그를 뉴욕군사학교에 보냈다. 트럼프는 1964년 군사학교를 졸업한 이후 포담대학교에 입학한지 2년 후 펜실베니아 대학교로 편입하였으며 부동산학과를 전공했다. 이후 그는 사업적 수완을 발휘해왔고 현재 약 4조2천억 원에 해당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지금 완전히 예측가능 상태 … 잘못된 것”
이 같은 그의 스타일은 대외정책에도 잘 나타난다.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고 있으며, 강한 군사력에 기반하여 미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정책적 기조를 가지고 있다. 즉,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다. 트럼프는 지난해 4월 27일 워싱턴에서 행한 외교정책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제시하였다. 첫째로, 급진적인 이슬람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ISIS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을 좀 더 예측불가능한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협상가적 관점에서 외교정책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가 주장하는 정책의 특징 중 하나가 예측불가성이다. 즉,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와 개방이라는 전통적 가치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행동을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언급하고, 남중국해 내 중국의 군사시설 확장을 어떻게 견제하겠냐는 질문에도 “예측불가능해야 한다.”고 답변하면서, “미국은 지금 완전히 예측가능한 상태인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두 번째로, 미국의 국익에 중심을 두는 외교정책을 강조한다. 그는 러시아와는 반(反)이슬람 테러 협력을 통해, 중국과는 무역적자 해소를 통해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는 외교정책을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들로 실용주의 외교팀을 꾸릴 것이며, 서구 가치와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동맹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보였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 강화인데, 미국의 우위를 이용하여 유리한 지위를 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의회와 협의하여 국방 시퀘스터를 폐기하고 미국의 군대를 재건하기 위한 새로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밝힌다. 미군을 49만 명에서 54만 명으로 늘리고, 군함을 270척에서 350척으로 재건하여 해군력을 증강 시키는 한편, 전투기를 1,100대에서 1,200대로 늘려 공군력을 재무장하고, 해병대를 23대대에서 36대대로 증강시킬 것을 제안한다. 또한 이란과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방어 체계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결정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인사들은 주로 강경한 정책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주로 군인출신 인사들이 많은데, 초대 국방장관으로 강경파인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이 내정됐으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이, 부보좌관에는 여성 매파 캐슬린 T. 맥파런드,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이 임명되었다. 추후 강경한 대외정책이 예상되는 라인업이다.
동시에 트럼프는 미국의 군사동맹에 대해 매우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이 국제사회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는 있으나, 동맹국들에 방위비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즉, 1987년도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공개서한에서 “미국은 일본을 방어해주는 것에 대해 세계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가장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주는 대가로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제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마무리하고 일본과 다른 국가들이 자국 방어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 신호탄 울려 … 아시아 군사력 강화 전망
한편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아시아재균형 정책에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국방, 외교, 경제 3개의 정책으로 추진되던 아시아재균형 정책에서 경제 정책의 주요 축이었던 TPP는 이미 폐기되었다. 따라서 TPP 이후 정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의 과제가 남아있다. 또한, 외교정책 면에서도 트럼프의 다자외교 가능성이 얼마나 높을지는 미지수다. 한 가지 확실해 보이는 것은 군사 정책인데, 아시아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해·공군력 파병을 완성하여 미국의 군사적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트럼프가 강조하는 부분은 경제 정책 중심의 대(對)중국 정책이다. 중국이 경제적 위협이 된다는 점과 위안화 평가절하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있으며, 중국이 기후변화 문제를 이용해 미국 제조업에 대한 비교우위를 점하려고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도둑질하는 행위를 진압하며, 수출보조금 행위를 폭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울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높이겠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 역시 중국과의 거래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함이라고 직접 언급하였다.
경제보다 우선순위에 놓여있지는 않지만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 때리기’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무역이나 에너지 분야 등에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면 이에 대해 강하게 군사적으로 맞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하는 점이나 중국의 군사력 투사능력 발전이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점 등은 점차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유지시키기 위해 한·미·일 3자 협력이라는 기제를 적극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대외정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힘을 통한 평화’와 ‘협상력’이다. 이는 아시아 정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데, 한편으로 군사력을 통해 중국을 위협하고, 동시에 중국의 약점을 파고들어 미국에게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대만과의 전화통화가 ‘하나의 중국’ 정책 자체의 변경을 의미한다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따라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이 자국 중심의 경제질서와 체제를 구축하고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팽창하려 할 경우, 트럼프는 이를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전개된 아시아재균형 정책에 비해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중국은 대외경제 의존도를 계속해서 줄여 나가는 추세이며, 이 같은 경제구조는 미·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약화시켜 양국 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미국은 중국의 경제력에 타격을 줄 과감한 대중국 압박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오바마의 아시아 정책 기본 틀인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기조보다는 자국 이익을 중시하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력 강화 및 증강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해·공군력을 지속적으로 증파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미국의 지역적 이익 및 리더십과 직결되는 군사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중국의 태도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18기 6중 전회’에서 ‘핵심’ 칭호를 받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내정치 문제의 불안정을 안정화 해나가는 상황이며, 향후 중국의 대미 태도는 타협적 현실주의로 갈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내정치 문제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점이나 시진핑 개인의 성향, 중국 민족주의 성향 등을 고려하면 미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나올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미국 트럼프의 대중 견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이에 대해 어느 정도 타협점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트럼프가 실제 미국의 이익과 관련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부분, 예를 들어 남중국해, 동중국해 이슈와 관련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준다면, 이와 같은 이슈에 있어서는 중국과 거래를 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안보 제공에 의지해온 동맹국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점으로 부상할 것이다. 경제적 이익 이외의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 저하는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 영토분쟁 상태에 있는 일본을 매우 큰 안보불안감에 빠뜨릴 수 있으며, 일본은 이에 대비해 자체 군비강화, 우경화, 핵무장 등을 통해 안보 구멍을 메워나가려 할 수 있다. 또한 미·중 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서로 협력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북한의 핵 능력과 미사일 능력이 미국의 안보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거나 북한 문제가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경우 트럼프의 미국은 이와 관련한 불필요한 소모를 원치 않을 것이다.
‘힘을 통한 평화’ … 동맹국에 더 많은 요구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궁극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자국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상황적 인식을 높여나가게 되면서, 아시아 개입 정책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까지 진행된 오바마 행정부의 역외균형 전략보다 더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주요 지역에 있어서는 미국의 해군력 증강을 바탕으로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고자 동맹국들의 강한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룰 것이라고 언급한 바,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강경한 입장이 예상된다. 물론 모든 정책적 옵션이 열려있어 섣불리 대북정책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외교·안보라인으로 내정된 인사들은 북한 정권이 변하거나 소멸해야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질 정도로 매우 강경하다.
따라서 미국은 우선적으로 경제제재를 통한 대북압박이라는 기존의 접근법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가운데 대화와 제재 가운데 대북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화를 선택할 경우 현실적으로 핵동결 중심의 대화가 진행되겠지만 그 댓가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할 것이며,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트럼프 외교·안보라인들은 제재의 빈틈을 막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그동안 미·중관계를 고려해 미뤄왔던 ‘세컨더리 보이콧’ 등 다양한 제재조치를 병행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대북제재 강화 및 ‘중국 때리기’를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욱 /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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