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6월 1일

만나고 싶었어요 | “우리가 통일입니다” 2017년 6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가 통일입니다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Q. 평소 탈북민에 대한 사회의 따뜻한 시선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셨죠. 우리 사회가 탈북민을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탈북민이 남한 생활 중 느끼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시선입니다. 탈북민,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자유민 등 탈북하여 남한으로 이주해 온 그들을 부르는 용어는 너무나 다양하죠. 호칭 자체로 이미 특정한 사람처럼 구별 짓고 있습니다. 남한에 입국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인데 말이죠. 탈북민에 대한 우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해요. 저는 탈북민으로 구별 짓는 것보다는 고향이 북쪽인 윗동네에서 온 사람들로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윗동네 사람, 아랫동네 사람, 이렇게 말이죠.

통일은 거대담론이 아닙니다. 우리 곁에 와 있는 윗동네 출신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북한에 두고 온 고향과 가족 생각에 숱한 날을 눈물로 지새우는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미약합니다. 탈북민에 대한 지원은 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먼 훗날 언젠가 다가올 통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로부터 시작하는 통일이 필요합니다.

Q. 얼마 전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지난 정부와는 기조나 정책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새정부를 맞는 지금 우리 사회의 통일논의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A.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는 상대 체제에 대한 갈등을 넘어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깊이 내면화되었습니다. 70여 년의 분단 상태가 만들어 낸 남북한 사람들의 문화·정서적 차이를 극복하고 사람 간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알아가기’가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통일 논의는 주로 경제적 부분의 통일편익이 강조되었습니다. 통일한국이 되면 ‘남한의 경제력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되어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논리였죠. 물론 통일편익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무한하며 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경제적 수치화로 말하는 통일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잘 와 닿지 않는 것 같아요.

이제는 경제적 수치로써의 통일편익뿐만 아니라 정서적·인식적 차원에서 체감할 수 있는 통일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화적·정서적·인식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람의 통일’이 중요합니다. 통일이 그저 하나의 국정과제가 아니라 분단의 아픔을 끝내고자 하는 숙명으로서 인식되기를 기대합니다.

Q. 얼마 전 <통일의 눈으로 부산을 다시 보다>라는 책을 발간하셨죠. 통일이라는 틀로 지역단위를 조명한 시도에 매우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어떻게 집필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일상의 통일, 통일의 일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생활과 멀리 떨어진 개념으로서의 통일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환경에서 직접 인지할 수 있는 통일 공감대말이죠. 분단이 우리 삶에 깊이 자리하고 있어 통일이 일상에 스며들지 못했습니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는 우리 주변 곳곳에 분단과 전쟁의 흔적을 남겨 놓았죠. 전쟁의 기억과 상처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산재해 있었습니다. 전쟁 관련 유적과 흔적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고요. 어쩌다 지역 문화관광 상품으로 재구성되기도 하지만 통일과 전혀 관련 없는 상업적 상품으로 이내 변질되고 말죠. 북한과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방적 주입과 설득이 아닌 재미와 흥미를 통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통일을 사유하고 실천하는 문화적 접근이 중요해요.

책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분단과 관련한 문화유적을 발굴·구성하여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닌 통일과 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자는 취지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통일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지금의 자리를 통일의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일상을 통일의 눈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전국적으로 계속 이어갈 계획이에요. 그 첫 출발점이 바로 부산이었고요. 피난으로 떠밀려온 그곳에서부터 다시 위를 향해 올라가는 통일의 교두보로 부산을 생각했습니다. 전쟁의 마지막 방어선이 아닌 새로운 통일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담았죠. 이 책에서 소개된 곳을 직접 찾아가겠다며 책을 한 권 들고 찾아온 학생이 기억납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다며 책에 사인을 해달라는데 얼마나 대견했는지 몰라요. 제가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네주었죠. 역사는 한 사람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말처럼, 그렇게 젊은 학생들이 통일에 관심을 갖고 비전을 찾는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책 내용 중에 국숫집 한 곳을 소개했는데요, 전쟁 당시 가난한 피란민들이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국수로 끼니를 때우던 곳입니다. 대부분 문을 닫고 지금은 겨우 몇 군데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죠. 식당을 운영하는 분은 3대째 그 맛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그 때 그 시절의 맛을 기억하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맛은 곧 기억’이라 했다죠. 죽기 전에 꼭 한번 피난 시절의 기억을 찾아 국수 한 그릇 먹기 위해 찾아온다는 말이 참 슬펐습니다. 국수 하나에도 분단이 담겼죠. 왜 이 분단을 끝내지 못하는가 생각도 들고, 고향 북한을 떠나온 분들은 얼마나 그곳이 그리울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또 책에 소개된 곳 중에 이바구길이라는 곳이 있는데요, 피난시절 산을 깎아서 만든 집들의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피난생활 당시 부산항에서 막일을 하며 지내던 사람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집으로 향하던 곳이지요. 지금은 모노레일도 설치되어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통일 여행을 한 번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Q. 통일을 주제로 한 식당 겸 카페를 오픈하셨죠.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지요

A. ‘당신이 통일입니다’를 카페의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통일을 생각하고 상상하며 즐길 수 있는 통일 놀이공간이죠. 북한 화장품과 담배, 생필품, 추억의 과자 등 북한 관련 다양한 상품도 전시했고요. 뜨거울 물을 부으면 분단선이 사라지는 일명 ‘통일컵’과 병도 판매하고 있어요. ‘미래에 보내는 편지’ 코너에서는 지정한 날짜에 엽서가 도착하도록 배달도 해드리죠. 한마디로 카페라는 공간에서 통일에 대해 직접 느끼고 생각하며 놀자는 취지입니다. 국내 최초라 이름 짓는 것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통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로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 사는 윗동네 분들이 편하게 와서 쉴 수 있는 상담실도 겸하고 있고요. 윗동네 분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수익금은 중국 내 탈북 여성과 그 자녀를 위한 공익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아직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간판만 보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분은 불쑥 들어와서는 ‘이 가게는 진보예요? 보수예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이죠. 그래서 “여기는 통일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 통일이 되는 공간입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통일을 주제로 한 식당 겸 카페일 뿐인데 이미 진보와 보수를 가르고 정치적인 이념을 덧씌우는 모습에 씁쓸함을 느꼈죠. 우리 사회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던 것 같아요. 윗동네에서 오신 분이 직원으로 일한다고 하니, ‘북한 사람’이 일한다며 깜짝 놀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오히려 이런 반응 때문에 ‘의미 있는 일이 시작되었구나.’ 하며 위안을 삼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생활에서 통일을 이야기하며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차 한 잔 마시러 와서 북한 관련 상품을 구경하며 북한 사람에 대해 알아가고, 윗동네 분과 이야기 나누면서 통일시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얼마 전에는 통일부의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원장님과 ‘북한이탈주민이 함께 하는 통일밥상’이라는 주제로 이곳에서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윗동네에서 온 분들이 손수 밥을 지어 원장님과 함께 식사를 나눈 자리였죠. 마치 시집보낸 여동생을 찾아온 오빠 같은 마음으로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식사하는 모습이 작은 통일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Q. 어떤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인가요?

A. ‘문화로 여는 통일’이라는 주제로 연구와 집필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며, 하반기에는 중국 거주 탈북 여성의 삶과 일상이라는 주제로 책을 발간할 예정이에요.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 여성들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고통과 슬픔입니다.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중국으로 팔려가 꿈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꼭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중국에서 한 명 한 명 직접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담아냈어요. 통일을 설득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볼 때 그녀들에게 참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녀들은 통일되는 그 날, 고향에 두고 온 엄마를 만나러 가는 유일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북·중 접경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책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수 년 동안 북·중 접경지역을 다니며 찍은 사진자료와 함께 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해요. 압록강과 두만강을 지척에 두고 한 발짝만 뛰면 건널 것 같은 조국의 반쪽 땅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모두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통일에 쉽게 접근하며 공감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합니다.

아울러 연구와 함께 현장에서 통일을 전하는 전도사로 일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 부산하나센터에서 센터장을 맡으면서 연구대상이 아닌 실제로 윗동네 분들의 삶에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값진 기회를 갖게 되었죠. 하나센터는 윗동네에서 오신 분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가장 낮은 자리에서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일터입니다. 부산하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명함에는 모두 통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for Unification)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죠. 통일의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창조해 내고자 하는 사명이 담겨 있습니다. 현장과 접목된 실질적인 연구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통일을 위한 살아있는 연구와 활동을 이어가고픈 바람입니다. 통일의 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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