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중국, 사드 관련 새로운 입장 기대 … 북핵·안보 타협불가 원칙 견지해야 2017년 6월호
특집 | 문재인 정부, 4강외교 지렛대를 찾아라!
중국, 사드 관련 새로운 입장 기대 … 북핵·안보 타협불가 원칙 견지해야
이른바 ‘장미대선’으로 불리던 지난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새정부는 대한민국 제6공화국의 일곱 번째 정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라 조기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함으로써 최고지도자의 외교공백 상태를 끝내고 안정적인 정국운영에 접어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당선의 기쁨도 잠시, 새정부는 외교, 안보, 경제 등 산적한 과제 앞에 놓였고 그 해결 역시 녹록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사드나 북핵 문제,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을 놓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계국과 해결할 외교 문제도 ‘발등의 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중관계의 개선은 새정부의 중요한 대외관계 과제 중 하나다.
최근 한·중관계, 기회와 도전 그리고 변수 요인은?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중관계 개선과 대중정책 추진 여건을 고려하면 기회 요인과 도전 요인이 공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기회 요인의 측면에서 보자면 한·중관계는 사드배치 문제로 갈등국면이 유지되고 있지만 양국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는 바, 이는 새정부 등장을 계기로 새로운 한·중관계를 열어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올해는 한·중수교 25주년으로 양국이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하였다는 점에서 새정부의 대중정책 추진 여건에도 기회의 측면을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중국 지도부는 이번 대선에서 한국에 진보정권이 등장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이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한·중관계 개선 및 대중정책 추진에 있어서 초기여건은 상당히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다음과 같은 점은 한·중관계 개선과 대중정책 추진에 있어 도전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사드 배치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최종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새정부가 들어선다는 것은 분명 피해갈 수 없는 과제를 안고 출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중국이 기대하던 진보정권이 들어서기는 했지만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양국관계 개선과 대중정책 추진의 도전 요인이 상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갈수록 위중해지고 미국의 대북압박 정책이 훨씬 강경해지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 역시 새정부의 대중정책 수립에 도전 과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새정부는 대중정책 추진의 도전요인을 최대한 관리하고 기회요인을 최대화함으로써 한·중관계의 난맥상 해소와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새정부의 대중정책 추진에 있어서 기회 요인 및 도전 요인과 더불어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변수 요인이라 할 것이다. 현재 미·중관계를 보면 대립은 피하면서도 전략적 불신은 지속되는 상황으로 대립의 잠재성이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 이슈와 영역에 따라 긴장과 대립이 재연될 수 있으며 이는 한·중관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북한이 새정부 집권 초기 핵실험 또는 장거리로켓 발사 등을 강행하게 되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성안 과정에서 한·중 및 미·중 간 이견이 장기화될 경우 이 역시 대중정책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중국 어선의 우리 해역 불법조업 문제로 파생되는 예기치 못한 사고 등과 같이 비정상적인 사건·사고에 따른 돌발 상황은 언제든지 새정부의 대중정책 추진 여건에 불확실성을 자극할 수 있다.
중국, 사드 배치 관련 한국 대선 전후 수위조절 들어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재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과제는 사드 배치 문제다. 2016년 7월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한·중관계는 수교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고도의 ‘여론전’, ‘심리전’을 펼치면서 ‘스트레스 테스트’ 전략으로 압박하였고, 한국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라는 이름으로 관광 중단, 비관세 장벽 등을 이용한 보복조치를 실시하였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강력한 압박은 단기, 중장기적으로 사드 배치 철회, 사드 배치 연기, 한국의 미국 주도 MD체제 편입 억제, 한국의 일방적 미국 경사 방지 등의 목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점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올해 안으로 사드 배치를 완료하겠다고 수차례 천명하였으며, 이미 성주의 사드 배치 부지를 주한미군에 공여하고 사드 장비를 전격 진입시킨 상태다.
중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진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대선을 전후로 중국의 태도는 이미 다소간 수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대선에서 사드 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였다. 궁극적으로는 사드 문제로 인해 한·중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한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당선 확정 다음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축하 전화를 걸어 왔으며, 한·중 양국 정상은 전화회담을 통해 양국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사드 제재 조치와 관련, “사드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과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제재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한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한 특사파견 의사를 전달했으며, 시진핑은 “한·중 정상이 지속적인 소통을 유지하는 데 동의하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하면서 한·중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양국 정상의 전화회담과 더불어 특사파견 그리고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실현되면 이를 통해 한·중관계가 복원되고, 수교 25주년에 걸맞은 성숙한 관계로 도약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새정부가 사드 갈등을 극복하고 향후 바람직한 한·중관계의 발전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 방향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새정부 임기 내내 대중 정책에서 당당하고 원칙 있는 자세를 견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새정부가 사드 문제에 관한 새로운 입장을 견지하기를 기대하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이 자칫 중국의 니즈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거나 국내 정책방향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지속적인 중국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이 양보와 타협 불가의 ‘핵심 이익’을 강조하듯이 한국도 ‘북핵 문제’와 ‘안보 이익’에 관해서는 양보와 타협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당당하고 원칙 있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새정부 5년 임기 중에도 한·중 간에는 예기치 못한 다양한 긴장과 대립 상황이 표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부터 당당하고 원칙 있는 자세를 견지해 나가는 것이 외교적 부담을 덜고 건전한 한·중관계를 수립하는 데 유리하다.
둘째, 한국의 대중국 전략적 가치를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압박 조치들을 겪으면서 우리가 중국에 맞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많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 따라서 우리의 새로운 전략과 대응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 직면한 한국의 선택은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 뚜렷한 대안이 부재했다. 이는 결국 한국이 미·중 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북핵과 통일 문제 이외에도 중국이 한국과 협력의 동기를 갖게 하는 새로운 전략적 협력의제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에 집중된 한국 외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중견국으로서 역할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고, 동남아를 비롯한 제3세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도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한·중관계에 대한 고정관념 및 선입견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중국을 한·미관계 및 미국의 ‘종속’ 혹은 ‘하위’ 변수로 상정하는 시각이 존재하는데, 이는 중국과 진정한 신뢰구축 및 관계발전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미동맹 관계가 한·중전략적 동반자관계보다 중요하며,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시대변화에 뒤떨어진 선입관이며, 중국의 협조를 제한하게 만드는 고정관념이다. 중국 역시 국제사회의 ‘문제아’로 낙인찍힌 북한이 언제까지나 중국에게 ‘전략적 자산’으로 존재할 것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은 자국의 책임대국 이미지 구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한·중 양국은 서로를 ‘독립 변수’로 바라보아야 하며, 북한 문제에 발목이 잡혀 양국관계 발전과 협력의 공간을 축소시키지 않도록 인식의 변환을 추구해야만 한다.
정상 간 우호관계 따라 ‘일희일비’? 다양한 대화기제 긴요
넷째, 한반도 위기관리에 대한 ‘한·중 공조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새정부 집권기간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 및 북한의 불안정성은 더욱 증대될 가능성이 크므로 한반도 위기관리에 대한 양국의 공조체제 구축을 시도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북한 불안정 사태를 거론하는 데 대해 상당히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이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하며 거친 모습으로 변하자 한반도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 새정부는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정부기관이 직접 참여하거나 정부 산하 유관 싱크탱크들 사이에 한반도 위기관리에 대한 공동대응과 협력을 논하는 대화기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한·중 안보협력의 분명한 전략목표를 공유함으로써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신뢰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새정부는 한·중관계 개선과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대화기제의 제도화’에 전념해야 한다. 돌아보면 한·중관계는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개인적 친밀도와 관계발전에 따라 양국관계가 최상의 단계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으나 지난해부터는 급속히 냉각상태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가 불발되고 중국이 대북제재 결의안 성안 과정에서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한·중 정상의 관계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사드 배치를 계기로 양국관계에 존재하던 많은 대화기제들은 중단되거나 연기됐다. 한·중관계가 빠른 발전과 팽창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성숙’이나 ‘내실화’ 또는 ‘제도화’의 단계에 접어들지 못하고, 단지 양국 정상 개인의 우호관계에 따라서 ‘일희일비’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이러한 교훈을 기억한다면 새 정부는 한·중 양국 간에 새로운 대화채널을 만드는 데 치중하기보다도 기존에 수립된 대화기제들이 양국관계의 부침에 상관없이 안정된 대화를 이어감으로써 진정한 난제관리 및 관계복원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박병광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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