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6월 1일

특집 | 미국, 널뛰기 외교 전략 … 핵심은 G2 사이 ‘일관성’ 유지다 2017년 6월호

특집 | 문재인 정부, 4강외교 지렛대를 찾아라!

미국, 널뛰기 외교 전략 … 핵심은 G2 사이 일관성유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미·중·일·러 등 주요국 특사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인왕실로 향하고 있다. 사 진 왼쪽부터 송영길 러시아특사, 문희상 일본특사, 문 대통령, 이해찬 중국특사, 홍석현 미국특사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미·중·일·러 등 주요국 특사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인왕실로 향하고 있다. 사
진 왼쪽부터 송영길 러시아특사, 문희상 일본특사, 문 대통령, 이해찬 중국특사, 홍석현 미국특사 ⓒ연합

지난 9년 동안의 보수정권을 뒤로 하고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대외관계에서 많은 정책적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외교·안보 정책의 경우 여타의 국가 정책과는 달리 국민적 안보 불안감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외교·안보 방향성 설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동맹은 우리가 보유한 외교·안보 자산 중에서 가장 신뢰할만하면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중심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밝힌 공약에도 분명하게 언급되어 있듯이, 한·미동맹의 굳건한 기초를 전제로 하고 이 토대 위에서 새로운 외교·안보 좌표를 고민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한·미관계의 방향성, 주요 현안, 정책 추진 시 고려사항 등과 관련하여 어떠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한반도 외교·안보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동북아 안보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미·중 간 심각한 경쟁관계가 예견되었으나,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일종의 긴장감 속의 협력관계가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양국이 처한 경제 상황, 외교 기조 등을 고려할 때 기본적인 경쟁관계는 불가피하겠지만, 호혜적인 관점에서 협력의 접점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공감대 역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문제에 대한 일시적인 협력국면 역시 이러한 공감대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남중국해나 위안화 문제, 불공정무역 등 사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이슈별로 대결하기 보다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도적 차원에서 일종의 프레임 전쟁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갈등과 협력의 공존으로 특징되는 미·중관계 사이에서 한·미동맹이 어떤 외교적 방향성을 설정하여 즐비한 외교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대화 포함한 대북 옵션,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향후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미관계의 경우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안을 중심으로 외교적 협력 및 이해의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북한 문제와 관련한 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대북한 기조는 매우 완강한 상태이고, 지난해 이후 대북한 국제제재가 일정한 관성 위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한 지도자와의 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일종의 널뛰기 전략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 역시 미국을 상대로 회담 가능성을 포함하여 다양한 탐색을 전개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북한의 시간표에 의하면 핵개발 종료는 이미 9부 능선을 넘어섰고 한 두 번의 추가 핵실험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확실한 체제보장과 미국과의 완전한 외교정상화 정도의 카드가 아닌 한 핵을 포기할 리가 만무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해 원칙과 안보에 입각해서 단호하게 접근하겠지만, 동시에 대화를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고려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미국에게 어떤 논리로 설명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둘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자세를 어떻게 잡을지 역시 매우 중요한 외교 과제가 아닐 수 없다. 2010년을 전후로 소위 미·중 간 공동 리더십을 일컫는 G2 시대가 도래한 이후, 평화롭고 안정적인 한·미·중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우리 외교 정책의 핵심 어젠다가 되었다. 미국과 중국에 견주어 외교 정책에 투입할 자원이 현저히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남북관계 및 한반도적 맥락의 사안들이 미·중 간 파워게임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외교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여태껏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명확한 자세를 취하지 못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대중 외교 측면에서 현 상황을 얼마나 만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천착하게 만들었고, 한·중관계의 복원은 한·미동맹의 훼손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현실적으로 더욱 어려운 외교 난제를 계속 안고 가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의 문제에 정답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정치적 고려는 단순화하면서 사안에 따라 동북아 안정성의 유지를 전제로 우리의 국가이익이 극대화되는 선택을 ‘일관적’으로 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핵심 공약의 하나로 제시했던 ‘동북아책임공동체’는 의미 있는 시도인 것으로 평가된다.

셋째, 한·미관계에서 예상되는 마지막 핵심 어젠다는 안보 분야를 포함하여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매우 포괄적인 차원에서 요구할 경제적 압력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사드 비용 전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고,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하여 한·미동맹 비용 확대 요구, 한·미FTA 내용 개정, 무역 압박 등 전 방위에 걸친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선거 기간 동안 미국 국민을 상대로 4% 경제성장을 굳게 약속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미 의회 중간선거를 치르기 전까지 어떤 형태로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조만간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에게 경제적 압박을 시도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이럴 경우 문재인 정부는 결국 국제자유주의의 준수를 기치로 국가이기주의의 확산을 적극 반대하는 독일 등과 연대하여 외교 정책에서 일관된 모습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G20, APEC 등은 이와 관련하여 유용한 다자주의 무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한·미관계에서 예상되는 핵심 어젠다 세 가지를 짚어보았고, 이어서 과거 우리 정부가 보였던 외교·정책 추진에서의 한계를 토대로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문재인 행정부가 대미관계에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외교 정책 콘텐츠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충실한 외교 전략의 콘텐츠 없이 레토릭과 임기응변에 의존하는 외교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해야 한다. 역량과 내용이 전제되지 않는 외교 전략에 트럼프 행정부가 귀를 기울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압박과 제재만으로 북한의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없다면 왜 그러한지, 대화와 관여가 궁극적으로 북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면 그러한 믿음의 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특성으로 한·미·중 3국 관계의 상호의존적이고 평화지향적인 발전이 왜 중요한지 납득시켜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외교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북한 문제와 외교, 국내정치용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또 하나의 교훈은 내치와 외교 사이의 무리한 연결 고리는 절대 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북한 문제와 외교를 ‘정치화’ 속에서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 국내정치적 관점에서 혹은 외교 영역 고유의 접근법으로 외교를 다루지 않으면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북한을 상대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옳은 것이었기에 북한의 방해와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추진할 신뢰프로세스의 정치적 의지와 콘텐츠가 필요했다.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소위 ‘망루 외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절한 외교적 입장을 취하면서 우리의 실리를 챙길 해법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지난 25년 가까이 어렵게 쌓아 올린 한·중관계의 기반이 최근 불거진 여러 문제로 침식당하는 상황을 보면 결국 미·중 사이에서 이익의 균형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려면 역시 충실한 외교적 콘텐츠가 동반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물론 외교 정책 추진에서 국내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정치를 위한 외교정책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한·미관계 정책 추진 상황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정치적 상황 변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정치적 기반 붕괴를 필요 이상으로 과장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일단 미국의 국내정치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007년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과 북한 사이의 일시적인 외교적 타결이 있었고,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는 등 미국의 과감한 접근에 북한 역시 적극적으로 반응했던 전례가 있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당시 북·미 간 타결에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변수는 2006년 부시 행정부의 중간선거 실패와 이라크 전쟁의 결과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과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의 국내정치가 몇 단계의 국면을 거쳐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홍석현 미국특사는 지난 5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가운데)과 홍석현 미국특사(왼쪽 두번째)와 안호영 주미대사(오른쪽 두번째),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첫번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왼쪽 첫번째)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연합

홍석현 미국특사는 지난 5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가운데)과 홍석현 미국특사(왼쪽 두번째)와 안호영 주미대사(오른쪽 두번째),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첫번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왼쪽 첫번째)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연합

미국 국내정치 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 예의주시 해야

무엇보다도 사드 문제는 당분간 계속해서 ‘뜨거운 감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가 사드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단순한 실수인지 혹은 고도의 계산된 복선인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드 문제가 아무리 ‘뜨거운 감자’라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그것을 해결해야만 한다. 현재로서는 사드 배치 문제 관련하여 국내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가 있었다는 선에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국민들이 알아듣기 쉽게 상황을 설명하고, 미국에게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국민 역시 북핵문제에 관한 한 매우 보수화되어 쉽게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중국의 이해를 구하거나 북한의 입장변화 유도를 전제로 한 전면적인 전략 재검토 등을 적극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미관계에서 유념해야 할 또 하나의 고려사항은 바로 북한의 일탈이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견해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올해 안에 북한의 제6차 핵실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말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다양한 정책 옵션들로 국민을 안심시킴과 동시에, 미국과 함께 한반도 안정을 위해 또 다른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집권 초기 80%가 넘는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모습은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 행사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셈이고, 이러한 한국 국내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미국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로 전달될 것이다. 또한 취임 직후 신속하게 추진한 대미 특사외교도 일단은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홍석현 외교안보특보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 및 지속적이고 변함없는 한·미공조 확인은 문재인 정부의 출발을 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하지만 외교만큼 어려운 분야는 없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 등 어디 하나 우리의 의도대로 따라 줄 외교 대상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발굴하지 않았던 다양한 인적·물적 외교자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니, 풍부해진 외교 자산을 발판으로 한·미동맹이 한반도 문제는 물론 글로벌 이슈에도 동반자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집권 초기 시점인 지금 과거 우리 정부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차원에서 문재인 식의 외교 정체성을 정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평화, 정의, 원칙, 공존 등의 가치를 외교 정책에 접목시켜 우리의 역할과 국가역량이 반영될 수 있으면서도 미국이 필요로 하는 이슈를 선점하고, 글로벌 차원에서 한·미 간 공동협력 체제를 본격적으로 다져나가는 기회로 삼아 보자는 제안을 한다.

박인휘 /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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