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새정부 통일정책, 유념해야 할 것은? 2017년 6월호
시론
새정부 통일정책, 유념해야 할 것은?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출범했다. 전 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 저항의 결과로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그 자체가 헌정질서에 따른 민주적 과정이었으며, 한국의 민주공화 정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이어진 국가의 난맥상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전에도 그러했듯이 새정부의 출범은 항상 벅찬 일이고 정부는 언제나 잘 해나가야 한다는 결의를 가지고 국정에 임한다. 많은 국민들은 정부가 잘 해주기를 기대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엄중한 현실과 쉽지 않은 과제들은 여전하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다. 따라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분단국가의 대통령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직무에 임한다. 이를 대통령의 취임선서에서 분명히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분단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것은 통일을 이룩하여 우리나라를 온전한 나라로 만들어 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금 우리는 비록 분단국가로서 반쪽이 된 작은 나라이지만 장차 통일을 이룩하여 더 큰 나라, 더 강한 나라,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임을 예정하고 있다. 이를 우리 민족 스스로와 국제사회에 인식시켜 나감으로써 다가올 통일한국을 상정하여 계획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북핵문제 목표는 동결이 아닌 비핵화
분단국가는 숙명적으로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통일을 이룩하여야 한다는 과제와 안보를 지키고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다. 현실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안전보장일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심각한 안보위기에 빠져있다. 북한은 대남 핵공격 위협을 하면서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초 소련과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전환을 하고 국제냉전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체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핵개발을 결심했다. 북한은 국력을 쏟아 부어 지속적으로 악착스럽게 핵개발을 이어갔고 이제 완성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제적 유인이나 제재,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고자 했던 우리와 국제사회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핵포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정면으로 맞서서 결기를 가지고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책무를 지게 됐다. 지금 상황에서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 우리의 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도왔다거나 또는 방치했다는 식의 책임공방은 무익하고 사실에도 맞지 않다. 그리고 북핵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핵폐기가 아닌 핵동결을 목표로 해야 한다거나 미국의 전술핵을 재도입하고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절한 것은 아니다. 분단된 상황에서 한반도에 핵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민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민생을 침해하며 통일을 저해하는 반민족적인 것이다.
북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군비경쟁이 심하며 남한도 북한도 안보위협을 더 많이 받고 있다. 북한은 고립되어 있고 경제 또한 어렵다. 북한 핵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현재까지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체제안정을 위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이 북한 체제에 더 안전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 해결에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을 기회로 활용하여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 북한 핵포기를 목표로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동결을 목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핵의 현상동결과 비확산은 주변 강대국들의 이익에는 부합할지 모르나 우리의 국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 정책을 포기하면 다른 나라들도 북한 핵의 동결과 비확산 정도에서 미봉해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남한은 안보·외교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장래에 매우 치명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가장 집중해야 할 안보정책은 북한 비핵화의 목표를 유지하고 이를 국제사회가 꾸준히 강력하게 추진하도록 하여 성과를 이룩하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때 한반도 평화체제가 공고해지고 남북한의 공동번영과 아시아·태평양 협력의 동력을 얻을 수 있으며 한반도의 통일도 가시화될 수 있다.
겉치레 아닌 실질적인 통일과제 집중해야
문재인 정부는 또한 통일을 추구해야 할 책무가 있다. 통일은 미래에 완성될 일이지만 지금부터 만들어나가야 할 일이다. 한반도가 통일되기 위해서는 남북한 주민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민족동질성을 확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공동번영을 추구하면서 주민들이 자유롭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하나의 국가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주변국들의 지지와 협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북핵 문제와 남북한 간 불신으로 통일을 추진해가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 통일을 이루려 한다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민족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말과 글이 통하고 역사를 공유하며 정서가 통하는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개방조치들을 해나가야 한다. 언어와 역사 연구를 동시에 추진하거나 방송통신 개방을 추진하는 것, 문화·체육·예술 분야의 교류나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핵 문제와 별도로 추진할 수 있고 우리 내부의 갈등도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겉치레에 치우치거나 떠들썩한 사업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고 실질적인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렵더라도 현실을 직시하여 안보와 통일문제의 핵심적인 일에서 실질적으로 진전을 보기 위해 강력하고 일관되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천식 / 통일공감포럼 공동대표(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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