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7월 1일

Uni – Movie | 두고 온 연인과 다가온 연인 … 경계에서 남자는 울었다 2017년 7월호

Uni – Movie | <국경의 남쪽>

두고 온 연인과 다가온 연인 … 경계에서 남자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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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은 이산가족상봉 행사의 조건으로 탈북한 식당 종업원들을 돌려보낼 것을 요구하면서 기선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가족 단위의 탈북이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그동안은 대체적으로 가족 중 일부가 먼저 남한에 입국한 후 남은 가족들을 데리고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탈북을 강력히 단속하면서 북한에 남은 가족을 데리고 오는 일이 힘들어졌고, 탈북으로 인해 또 다른 이산가족의 아픔이 재현되고 있다. 영화 〈국경의 남쪽〉은 이산과 사랑, 그리고 이별을 가슴 먹먹하게 그려내고 있다.

스토리

<국경의 남쪽>은 분단 관련 영화들이 한창 제작되던 시점인 2006년에 상영됐다. 영화는 여타 탈북민을 다루고 있는 분단 영화들과는 결이 다른데, 기본적으로 탈북민 관련 영화는 인권영화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하면 최초로 로맨스 장르를 개척한 영화다. 출연진도 차승원, 조이진, 심혜진, 송재호 등 비교적 중량급의 배우들이다. 북한에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홀로 남한으로 온 북한 청년의 가슴시린 사랑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김선호(차승원 분)는 1975년 조선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 태어난 인물이다. 그는 예술적 재능이 있어 북한에서 최고 실력자들이 모인다는 만수대예술단에서 호른 연주자로 활동한다. 실상 만수대예술단에 근무하는 예술인이면 북한에서 상위 클래스에 속한다. 그의 옆에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인 혁명역사박물관 안내원 연화(조이진 분)가 있다. 여기까지 보면 선호와 연화는 북한에서 상당히 좋은 직업을 갖고 있으며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선호의 할아버지가 남한에 생존해 있었고, 북한에 있는 가족과 몰래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북한 당국에 발각되면서 영화는 급반전을 맞이한다. 이내 선호의 탈북행이 이루어지면서 선화와의 기약 없는 이별을 맞게 된다.

이후 선호의 삶은 다분히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분투와 북한에 남겨둔 선화를 데려오기 위한 노력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남한에서 갖가지 역경을 겪으며 그러한 기대와 희망은 이내 좌절되고, 새로운 삶에 적응하던 선호가 남한 여인 경주(심혜진 분)를 만나면서 슬픔의 서막이 시작된다. 옛 사랑을 잊지 못했지만 결국 새로운 인연을 만난 선호와 떠나간 연인을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건 탈북을 시도한 선화, 참으로 애꿎은 설정이다.

이 영화는 1970~1980년대의 순애보를 떠올리게 할 만큼 신파적이지만 가슴을 울리는 강도가 만만치 않다. 분단 영화이면서도 그러한 냄새가 거의 나지 않을 만큼 연출이 자연스럽다. 주인공인 선호의 삶에 감정이입을 하다보면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물론 이 영화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연기변신을 시도한 차승원의 열연과 제44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과 여우조연상을 받은 조이진, 심혜진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감상포인트

이 영화는 원래 평양 현지 촬영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그나마 순탄했던 시기인 2000년대 초반이라도 ‘탈북’이라는 주제로 촬영하는 것을 북한 당국이 용인할리 만무했다. 결국 2000년대 평양 시가지와 북한 5대 혁명가극인 ‘당의 참된 딸’ 공연을 자체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해 내면서 찬사를 받았다. 사실상 이 영화의 제작비 상당 부분이 이러한 세트 구현과 엑스트라 출연에 들어갔다. 평양의 대성산 놀이공원, 옥류관, 보통강유원지 등도 경남, 여의도 등지에서 매우 흡사하게 구현해냈다.

멜로 영화이기 때문에 도드라지지는 않았지만 여타 분단 영화의 부진한 완성도를 감안한다면 이 영화의 탄탄한 고증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여기에 더해진 배우들의 명연기는 이 영화가 전달하는 애잔함을 더욱 고조시켰다. 주연배우인 차승원은 이 영화를 촬영한 이후 한동안 불면증과 소화장애에 시달릴 정도로 영화에 몰입했다고 한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지난해에는 서울예술단이 동명의 창작가무극 <국경의 남쪽>을 선보였다. 멜로물로서 영화 <국경의 남쪽>의 가치가 드러난 셈이고 분단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준 것이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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