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7월 1일

박계리의 스케치 北 | 네덜란드에서 만난 윗동네 포스터 2017년 7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67

네덜란드에서 만난 윗동네 포스터

지난 6월 16~17일 네덜란드의 레이덴 대학교에서 “포스터를 통해 본 북한(The DPRK Through Its Posters)”라는 주제로 국제 워크숍이 개최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관련 작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지난 6월 16~17일 네덜란드의 레이덴 대학교에서 “포스터를 통해 본 북한(The DPRK Through Its Posters)”라는 주제로 국제 워크숍이 개최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관련 작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지난 6월 16~17일 네덜란드의 레이덴 대학교에서 “포스터를 통해 본 북한(The DPRK Through Its Posters)”이라는 주제로 국제 워크숍이 개최됐다. 이틀에 걸쳐 열한 명의 발표자와 세 명의 토론자가 함께 했던 뜨거운 시간이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이스라엘, 한국 등 7개 국가의 대학교와 박물관에서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이 6월 15일 레이덴에 도착해 3일간 함께 열띤 토론을 펼쳤다.

워크숍에 참여한 연구자로서 이번 모임이 흥미로웠던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이번 워크숍을 주관했던 쿤 데 쾨스테르(Koen De Ceuster) 교수가 자신이 초대한 학자들에게 제공한 1천 여 점의 북한 포스터였다. 레이덴 대학교 도서관에 구축된 이미지를 공개하고 발표자들이 이를 접하여 연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네덜란데 레이덴 대학교가 구축한 방대한 북한 포스터

네덜란드의 컬렉터가 레이덴 대학교에 포스터를 제공하여 이미지 컬렉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한다. 이 훌륭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연구자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였고, 결과물에 대해 다른 연구자들과 토론하고자 기꺼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웠던 요소는 이번 워크숍의 진행 방식이었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었는데, 열한 명의 발표자와 세 명의 토론자가 상호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각 발표에 대해 지정 토론자가 한 명씩 배정되어 있었지만, 발표 논문이 미리 공유된 상태였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나머지 열두 명의 연구자들도 적극적으로 토론에 합류하면서 활발한 회의가 진행되었다.

아침 아홉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의 공식적인 토론을 마치고도 저녁 늦게까지 비공식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이렇게 이틀 넘게 이어진 토론으로 연구자들 간의 친분이 쌓여가면서 더욱 깊은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워크숍이든 학회든 대부분 지정 토론자의 토론에 대한 짧은 답변으로 발표가 마무리되기 마련인데, 이번 레이덴 NK 포스터 워크숍은 연구자들이 토론의 전 과정에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북한 포스터를 바라보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토론해봄으로써 북한을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논하고자 했던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역사학, 인류학, 문학, 미술사학, 여성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이번 워크숍에 초대되었다. 이들은 각자의 방법론을 소개하면서 토론을 이어갔다. 북한, 한국학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중국미술사, 러시아미술사, 중국학, 일본학 전공자들이 함께 토론에 참가했다. 젠더, 노동, 레저, 선과 악 등 다양한 주제로 북한 포스터에 대한 분석이 시도되었고, 논의가 심화될수록 포스터를 통해 북한을 더 깊이 들여다 보게 되었다.

미리 워크숍에 참여 신청을 한 사람들도 토론을 지켜보며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들 중에는 영국 대영박물관 큐레이터, 라크마 미술관 큐레이터, 러시아 극동 학술과학원 연구원, 레이덴 대학교에서 아시아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이번에 연구되는 포스터의 컬렉터 등이 참여했다.

이번 워크숍의 참여를 통해서 얻게 된 가장 큰 행복은 3일 동안의 토론을 통해 친구가 된 좋은 학자들과의 만남이었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일 수 없기 때문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학자들과의 토론은 연구를 보다 치밀하게 만들고 끊임없이 성찰하게 한다. 워크숍을 통해 토론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많이 얻게 된 것은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었다.

북한 포스터, 선전선동을 넘어 새로운 정보를 주목하라

다른 한편으로는 레이덴 대학교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북한 포스터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보면서 묘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포스터의 제작시기, 제작 지역, 작가뿐만 아니라 구호 및 도상을 일일이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광범위한 작업을 우리나라가 했더라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 포스터에 드러난 선전선동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포스터 안에는 북한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것들을 개인이 모으기도 어렵지만 수집이 가능한 기관에서조차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포스터가 가진 정보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혹 수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레이덴 대학교의 도서관처럼 치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네덜란드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평온한 학술도시 레이덴에서 마주한 이들의 체계적 노력을 보면서 이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우리 학계를 다시금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박계리 / 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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