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法 통일LAW | 북한도 부동산 붐? 2017년 7월호
북한法 통일LAW
북한도 부동산 붐?

지난 2013년 10월 9일 준공한 북한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 교육자 살림집 ⓒ연합
북한은 지난 2009년 1월 21일 「살림집법」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051호로 처음 채택했다. 이후 현재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수정·보충된 이 법은 총 6장 63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입법 목적을 “살림집의 건설, 이관, 인수 및 등록, 배정, 리용(이용), 관리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인민들에게 안정되고 문화적인 생활조건을 보장하는 데 이바지 함”으로 규정했다. 최근 들어 주택과 관련한 북한의 발 빠른 ㅁ입법 개정은 이른바 ‘부동산 붐(?)’에 대한 당국 차원의 법적 관리와 지도통제를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1~2년 간격으로 법 개정을 한 양상은 그만큼 북한의 음성적인 주택시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살림집법」 5년간 4차 수정·보충 … 음성적 주택시장 방증
2014년 7월 개정된 현행 「살림집법」은 여느 때 법 개정과 달리 북한 당국의 엄중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당시 개정된 법조항은 모두 5개 조문인데, 건설승인 절차 준수(제10조), 살림집 건설설계(제11조), 하부구조건설 선행(제13조), 시공(제14조), 준공검사(제18조 2항)가 주된 내용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이 법 개정은 2개월 전인 5월 13일 평양시 평천구역 살림집 건설장에서 발생한 살림집 붕괴로 인한 인명 사고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살림집 붕괴 사고 이후 살림집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법적 개선책 마련의 일환으로 개정,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살림집은 북한에서 주택을 일컫는 공식용어다. 북한은 이른바 ‘주체 100년’이 되는 2012년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 원년이 될 것이라고 주창하며 평양에 살림집 주택 10만 세대를 지었다. 평양 낙랑구역에 5만 세대, 만경대 구역에
3만 세대, 대성 구역에 2만 세대 등 총 10만 세대로 이는 분당 신도시에 버금가는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건축은 1990년대 중반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인해 모두 중단되었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 2009년 완공된 만수대 거리의 살림집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10여 년 만에 평양에 공급된 첫 번째 대규모 신축 살림집이다. 근자에 일명 ‘평해튼’으로 불리는 평양의 고급 아파트는 고위층 인사들이 주택시장에 매매하고 상속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에서 발간된 ‘대중용 법전’과 ‘증보판’을 보면 살림집 관련된 내용이 「민법」 상 국가소유재산의 살림집 이용권(제50조), 개인소유권의 대상(제59조)에 대해 규정되어 있으며, 「살림집법」 상에서는 살림집 이용 신청(제33조), 살림집 이용 허가(제34조), 살림집 이용 허가증의 반환(제37조) 등이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평양시관리법」에서도 평양시에 공공건물과 살림집의 이용 허가와 관리는 ‘평양시인민위원회’가 하지만, 특별히 정한 공공건물과 살림집의 이용 허가 및 관리는 해당 기관이 할 수 있도록 법규화했다(제19조). 그래서 주택 입주를 위해서는 ‘입사증’이 필요하다.
북한에서 살림집 및 아파트와 같은 주택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용권만 인정되고 처분권(매매, 매각 등)은 행사할 수 없다. 여기서 처분권이 없다는 것은 개인소유권의 공식적 매매가 법률상으로 안 된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비법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상인계층 및 돈주들의 등장으로 신분상승을 위한 주택거래가 등장했으며, 개별적 주택건설
(선분양 방식)도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살림집법」에서는 개인소유권의 대상 범위를 “살림집과 가정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가정용품, 문화용품, 그 밖의 생활용품과 승용차 같은 기재를 소유할 수 있다.”(제59조)고 명시하고 있으며, 만일 가정 재산이 있다면 가정 구성원은 “가정의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공동으로 가진다”(제61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 「민법」과 「살림집법」이 개인의 살림집 소유권과 관련해 유기적인 정합성을 갖추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평양시관리법」은 평양시민에게 살림집 이용허가권을 부여하기 위해 아파트와 같은 살림집에 대한 이용 허가 및 관리에 대한 내용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평양시민을 제외한 일반 주민과 농민들은 북한 「민법」 상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반적 거래(살림집 이용권)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즉 일반 주민과 농민들은 「평양시관리법」의 적용 대상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북한의 아파트 같은 주택시장의 거래는 ‘교환’ 형태로 매매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개인의 진정한 소유권 이전이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당국 차원에서 시혜적으로 살림집을 제공한 경우나 외국인 및 재일동포에게는 개인소유권이 인정되며, 이 경우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양시관리법」이 1998년 처음 제정되었고, 「살림집법」은 그보다 10년 후인 2009년 제정되었다. 이로써 평양시민을 제외한 북한 주민들에게 시혜적인 차원에서 뒤늦게나마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115㎡ 아파트, 약 4천만 원 선에서 거래
북한에서는 1990년대 초반 평양 인구가 300만 명으로 늘면서 신규 주택 공급이 중단된 1990년대 중반에 주택난이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혼부부들은 결혼한 지 3~4년이 지나야 방 한 칸에 부엌이 달린 집을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주민들은 은밀하게 주택 사용권을 거래하기 시작했고 북한 당국도 이를 어느 정도는 묵인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매매되는 것은 아니지만 암시장 거래로 115㎡(35평) 아파트가 실제로 미화 3만 달러, 원화로 약 4천만 원 가량에 거래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북한은 주택 보급률이 100%라고 선전해 왔고, 우리보다 20년이나 앞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에서 추진하는 주택은 ‘속도전’으로 지어 부실공사가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주택에 대한 개인소유권의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주택시장 자체가 소멸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러나 이미 주택시장도 보조적 거래에서 주거래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로 회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파트 평형이 30평형대라고 하니 선호도는 남과 북이 서로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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