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동네 리얼스토리 | “김 제곱이 말이야” 2017년 7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77
“김 제곱이 말이야”
북한에서 ‘서답’이라는 말은 함경도 사투리인데 ‘빨래’를 말한다. 빨랫감을 들고 강으로 가면 “너 서답 씻으러 가는구나.”라고 말한다. 항간에서는 똑 부러지지 못한 사람을 가리켜 ‘서답 같은 녀석’이라 놀리기도 한다. 말하자면 빨래처럼 깨끗이 씻어 한 물 벗겨내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로 친하거나 허물없는 사이에 흔하게 하는 말이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하면 심하게 욕하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선대 수령들을 똑같이 빼닮아 그렇게 위대하다는 김정은을 가리켜 북한 주민들은 뒤에서 저들끼리 서슴없이 ‘서답 같은 놈’이라고 욕한다.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웬만해서는 사람들 모인 장소에서 공식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김정일이 말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김정은도 권력의 정점에 서면서 선대와 똑같이 요란한 공식 존칭어가 붙었다. 북·중 접경지대에서 필자도 보았지만 북한 지역의 곳곳에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 등등의 표어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돼지, 서답, 유치원생, 전간환자”
과연 옛 시절처럼 사람들이 일상에서도 김정은을 위대한 영도자로 부르는지 궁금했다. 탈북하여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은 필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콧방귀를 꼈다. 그가 전한 말에 의하면 이름 앞에 수식어를 붙이는 순간 이상한 놈으로 취급받는 게 요즘 북한 민심이란다. 수식어는 고사하고 “김정은이 말이야.”라고 이름만 부르는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대체로 별명을 부른다고 한다.
돼지, 서답 같은 놈, 유치원생, 전간환자라고 많이 부른다고 했다. ‘전간’이라는 병은 남한의 간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알다시피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쓰러져 거품을 물고 부들부들 떨며 쓰러지는 증상인데 곁에 사람이 없으면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다. 왜 그렇게 부르냐고 물어보니 실실 웃으며 기분 좋아 하다가도 갑자기 돌변해 주변 사람을 마구 죽여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하긴 기분 나쁘다고 최측근인 인민무력부장이나 심지어 고모부까지 서슴없이 척살해버리는 정도니 그렇게 부를 만도 하다.
인파로 북적이는 장마당에서도 김정은을 노골적으로 비웃는다고 한다. 흰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를 보면 “어이구 이거 지도자급 돼지님을 잡았네. 한 근에 얼마요?”라고 빈정대는 식이다. 최근 그럴듯한 별칭이 김정은에게 또 붙었다고 한다. 물론 주민들이 붙여놓은 것이지만 그 출처를 보면 분명 군에서부터 생겨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을 가리켜 ‘김 제곱’ 또는 영문 식으로 ‘제곱 김’이라 부른다는데 왜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도 유행에는 매우 민감하다. 유행을 모르면 촌놈, 때물을 벗지 못한 녀석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조어가 생겼는데 그게 무엇을 빗대어 하는 말인지 모르면 몸살을 앓을 정도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합친 것보다도 더한…
김 제곱이라는 말은 정적을 없애는 데 인정사정 보지 않았던 김일성, 김정일 두 인물이 저지른 악독한 짓을 하나로 합쳐도 그 포악성을 훨씬 더 능가한다는 의미로 김정은에게 붙여놓은 별칭이다. 북한군 병사들 속에서 마치 유행어처럼 김정은에 대한 비난이 일자 그것이 총정치국까지 보고돼 한바탕 조사가 일었다고 한다. 북한 현지소식통에 따르면 요즘 김정은을 유치원생에 비유하거나 포악한 김 제곱으로 부르는 일이 군 병사들 사이에서 은밀히 확산된다고 한다.
병사들의 군기가 해이해지고 목숨으로 보위해야 할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은 커녕 툭하면 비아냥대거나 심지어 저주를 퍼붓는 병사들이 날로 늘어나 문제가 발생하는 등 부대지휘 간부들이 군단보위부와 협력해 불평불만을 해소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치학습 시간을 늘리고 병사들이 가진 학습노트를 재정리해 거듭 담화 사업을 하며 있을 수 있는 집중검열에 대처하도록 강구하고 있다는데, 사실 사소한 끄트머리라도 잡히는 날이면 김 제곱이 또 어떤 요절복통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했다. 자신을 비방하는 사소한 흔적이라도 잡히기만 한다면 모래사막의 전갈처럼 상대를 마구 물어뜯어 모조리 숙청하는 지도자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한 북한군의 앞날은 참담하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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