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인터뷰 | “사랑 받은 만큼 자랍니다” 2017년 7월호
통통 인터뷰 | 윤동주 우리들학교장
“사랑 받은 만큼 자랍니다”
Q. 언제부터 북한과 탈북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활동들을 해오셨나요?
A . 대학생 때 처음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탈북민을 직접 구출하거나 쉬어갈 수 있는 쉼터와 약을 제공하는 활동을 하는 남한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북한에 대한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자각을 하고 활동을 시작했죠. 대한민국에 많은 탈북민들이 입국해있다는 사실부터 제3국에서 신분이 발각되면 강제 북송을 당하는 현실까지 여러 내용들을 알리려는 캠페인을 벌였어요. 탈북민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서명운동을 하고 자료를 세계 정상들에 보내는 일도 했습니다.
또한 국내에 들어와 있는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초를 쌓아주는 일들을 했습니다. 탈북민을 구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그 이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에 언어와 역사, 기본적인 학력을 만들어주고자 봉사단을 만들고 공부방을 꾸렸어요. 그때 처음 통일교육을 시작하여 관련 기관에서도 일을 하고, 북한 관련 기자로도 활동했습니다.
2000년대 초의 우리 사회는 곧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요, 만약 통일이 된다면 그 이후에 북한과 국경을 접한 중국과의 마찰이 예상되더라고요. 미리 중국 학생들을 상대로 통일교육을 하기 위해 2005년부터는 중국으로 건너갔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007년에 잠깐 한국에 나왔는데 그때 탈북민들의 실상을 다시 마주하게 됐어요. 탈북 청년이나 인신매매로 중국으로 끌려간 탈북 여성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국내 교육이 전무한 상황이더라고요. 관심을 가진 제가 먼저 시작하자고 해서 대학생 시절 공부방을 열었던 것처럼 대안학교를 열었고, 2010년 우리들학교를 설립했습니다.
Q. 우리들학교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A . 우리들학교는 탈북 과정에서 학업시기를 놓친 청소년, 청년 및 다문화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2010년도에 설립된 전일제 대안학교로 통일부 산하의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학생들이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초·중등학습교육(초·중·고)을 실시하고 있어요. 외부의 재정 지원 없이 시작한 학교이다 보니 재정의 어려움은 많지만, 사교육은 물론 공교육조차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자원교사 분들의 열정과 사랑,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의로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입학에는 나이, 국적, 학력, 언어 제약이 없고요. 학생은 연중 수시 모집합니다. 학비는 무료고요.
우리나라 현행법으로 만 24세가 넘으면 국가가 제공하는 중등교육을 받을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요. 탈북민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죠. 문제는 이들이 한국으로 입국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기 때문에 정부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나이를 훌쩍 지나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에요. 우리들학교가 정부 인가를 받고 지원을 받는다면 지금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만 24세 이상의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30대가 되도록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타국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배회하다가 사선을 건너 한국으로 온 사람들이죠. 여기가 그들이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기 때문에 재정상황이 어려워도 비인가 학교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Q. 학교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우리들학교만의 특별한 모습이 있다면?
A .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학생들의 연령대는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합니다. 수업은 개개인의 학업 수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나이별이 아닌 수준별로 진행되고 있어요. 한글부터 배우는 반만 4개 반이 개설되어 있고요, 초·중·고반에서 개개인의 필요에 맞는 수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정규수업이 진행되며 이후 6시까지는 댄스, 기타, 피아노 등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특별활동 시간이 이어집니다.
학교만의 특별한 교육 활동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저희는 특별수업이 아닌 기본적인 수업을 강조합니다. 나이 많은 학생들에게 직업교육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데요,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것은 물론 구구단도 못 외우는 이들에게 직업교육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한국에 와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적응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체득해야 할 언어와 문화, 기본예절, 초·중등교육을 가르치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또한 매년 소록도에 가서 한센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고, 가까이 있는 요양원을 찾거나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모자를 떠서 보내는 등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봉사활동은 수업의 일환입니다. 한 명의 열외 없이 모두가 다 참여합니다. 이 외에도 체육대회, 소풍, 수학여행, 역사탐방 등 일반학교와 똑같은 활동을 하지만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죠.
조금 특별한 모습이 있다면 선생님들이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는 거예요. 수업 준비에 밥 준비까지 선생님들이 담당하시는 몫이 참 크죠. 그래도 지칠 줄을 모르십니다. 얼마 전부터는 익명 후원자의 도움으로 건물 지하에 식당과 도서실, 탁구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교육 환경이 좀 더 좋아졌습니다.
Q. 제3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의 경우에는 언어는 물론이고 문화에 적응하는 것, 정체성 문제 등에 있어 일반 탈북 청소년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떤가요?
A . 많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머니가 탈북하는 과정에서 인신매매로 팔려가 중국 시골 오지의 불우한 환경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가 폭력에 노출된 환경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다 보고 자랐어요. 또한 아이들이 자신의 어머니가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자랍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지내다가 어머니가 자식을 중국에 놔두고 한국으로 입국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죠.
아이가 받게 되는 상처는 우리의 상상을 넘습니다. 그 중에는 호적이 없어 학교에도 가지 않고 놀기만 했던 학생들이 많은데, 그런 아이들이 한국에 오면 언어부터 교육, 어머니와의 관계 문제 등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환경에 처하는 것이죠. 아이들의 이런 심리상태는 학교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됩니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주는 법을 몰라요.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한국 아이들 중에도 꿈이 없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 학생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교에 오면 공부시켜주고, 밥도 주고, 친구들도 있으니 잘 나옵니다. 저희 학교에 한국말이 안 되는 제3국 출생 학생들만 30명이 넘어요. 공부의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심심해서 나오는 것이라도 일단 학교에 출석하면 삶 자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생각입니다.
Q. 우리들학교의 과정을 마치고 일반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나요?
A . 본교에서 기초 교육을 마치고 해당 교육과정 검정고시에 합격한 학생들은 일반학교로 진학합니다. 저희는 디딤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죠. 일반학교에 돌아간 친구들 중에 적응이 어려워 다시 돌아온 경우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학생들은 사랑을 받은 만큼 자랍니다. 사랑을 준만큼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실력이 있는 만큼 당당해지는데 탈북 후 일반학교에 바로 들어간 학생들은 둘 다 안 됩니다. 나이에 맞는 학력과 실력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 사람이라는 출신은 숨기고 싶은 치부지만, 나이에 맞는 실력을 갖춘 뒤에는 당당해집니다. 우리들학교를 거쳐 일반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반장도 하고 학생회장도 하고 있어요. 또한 본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남한 학생들과 자주 교류하는데요,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학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미술수업이나 봉사활동, 학생교류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Q. 탈북민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정책은 어떻게 보세요?
A . 정부가 탈북민이나 그들을 돕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모사업이라든가 지원을 하고 있는 점은 감사해요. 그러나 개선되어야할 점을 한 가지 느끼는데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일반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면 좋겠어요. 그들에게 경제적으로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보다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주고 경쟁력을 갖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시대를 바라보고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집과 지원금, 특례입학 전형을 제공하는 현행 정책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최소 10년 안에 통일이 된다는 가정 하에 모든 것이 재정비 되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교육부문에 대해 투자가 필요하죠. 모든 학교에 탈북민 교육이 가능한 교사를 배치하고 학교 공간을 확보하며 남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언어와 초·중·고 교육을 비롯한 직업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탈북민 중 상당수가 다시 탈남해 해외에 나가거나 한국사회에 적응을 못해 자살하는 사건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런 일들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사랑과 이해,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동등한 대우입니다.
특별전형으로 기초실력 없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실력이 안 돼서 졸업을 못하고, 역시 같은 전형으로 기업에 취업한 탈북민들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끊기는 순간 다시 회사 밖으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전형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기초적인 교육과 편견 없는 관심과 사랑입니다.
Q. 우리들학교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A . 우리들학교의 교육 목표는 학생들을 각자의 자리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에요. 단순히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학력에 맞는 실력과 사회성을 기르고 인성을 고양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인원은 소수이지만 대표성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하는 우리들학교는 통일된 한국이에요.
학교의 비전은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 그 아이들을 사랑으로 교육한 선생님들과 함께 해외로 나가서 또 다른 학교를 만드는 것이에요. 빵을 주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각자의 실력을 갖추도록 돕고 싶습니다.
성시현/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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