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9월 1일

화폐타고 세계여행 | 전설 속 인물이 살아숨쉰다 키르기스스탄 2017년 9월호

화폐타고 세계여행 6

전설 속 인물이 살아숨쉰다 키르기스스탄

각 나라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유명한 전설이 있듯이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에도 오래된 전설이 있다. 바로 마나스라는 키르기스 청년의 삶에 대한 전설이다. 거란족이 세운 서요와 카라한 카간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마나스가 자기 부족을 거란족으로부터 보호하는 과정에서 벌였던 용감한 일화가 담긴 이야기다.

웬만한 투르크계 신화들과 마찬가지로 마나스도 역시 태어나서 일주일 만에 일곱 살 아이만큼 키가 자랐고, 고기를 먹고 씨름을 했으며 말도 탈 수 있었다. 마나스의 전설은 오직 키르기스 족에만 있으며 키르기스 사람들의 민족 정체성 정립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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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솜

의외인 것은 마나스는 신화 속 인물이지만 실제로 존재했다는 점이다. 500솜 뒷면에 보이는 건물은 바로 마나스의 묘지다. 13세기 말 혹은 14세기 초에 만들어진 이 묘지는 자신이 죽으면 탈라스에 묻으라는 마나스의 유언대로 현재 탈라스 주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무덤 위에는 그에 대한 전설이 새겨져 있다. 마나스의 묘지를 화폐에 실은 것처럼 키르기스스탄도 다른 나라들과 같이 자국 화폐에 역사 유적지를 홍보하고 있다.

타쉬 라바트, 웅장한 산악 속 지어진 여행자 쉼터

1000솜

1000솜

1000솜의 뒷면에 보이는 산은 술레이만이다. 술레이만은 성경에 등장하는 ‘솔로몬’의 투르크족 언어이며, 실제 솔로몬의 묘지라고 소개된 사원도 이 산에 있다. 술레이만 산은 중국의 유명한 톈산 산맥 중 일부분이며, 현재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장소다.

술레이만은 중앙아시아에 있는 산 중에서도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종교적인 의미가 많아 성지로 여겨진다. 일부 키르기스 여성들은 건강하고 용감한 아이를 낳기 위해 출산 전 이 산에 오르곤 한다. 무굴 제국 시대의 수많은 이슬람 사원들도 아직 이곳에 산재해 있으며, 역사적인 유적지가 많아서인지 구소련 시대에는 이 산에 술레이만 국립역사고고학박물관을 세우기도 했다.

20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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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솜 뒷면에 소개된 타쉬 라바트는 키르기스스탄의 중요한 다섯 가지 역사 유적지 중에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중국의 이웃 국가인 키르기스스탄은 오래전부터 동서양 무역의 중심이었던 실크로드의 주요 지역 중 하나였다. 특히 지리적으로 산이 많다 보니 겨울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눈도 많이 내린다. 때문에 실크로드를 통해 동양의 비단을 중동이나 서양에 팔기 위해 서쪽으로 이동하는 상인들이 쉴 수 있도록 한 캐러밴서라이가 많이 운집해 있다. 타쉬 라바트는 캐러밴서라이 중 하나다.

타쉬 라바트를 매력적으로 만든 것은 숨겨진 역사다. 해발 3,530m에 위치한 캐러밴서라이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다가 카자흐스탄 출신 학자이자 탐험가인 친기소위치 왈리하노브에 의해 발견되어 유명해졌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타쉬 라바트는 15세기에 캐러밴서라이 목적으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친기소위치 왈리하노브의 발견 이후에 이루어진 연구들을 통해 이 건물의 새로운 역사가 더 드러나게 되었는데, 타쉬 라바트는 8~9세기에 불교 수도원으로 만들어졌다가 이후에 네스토리안 교회 수도원으로 쓰였다고 한다. 네스토리안 교회 신자들이 이 지역을 떠난 12세기 이후부터는 캐러밴서라이로 사용된 것이다.

예전에 키르기스스탄에 있었던 수많은 캐러밴서라이 중에 오늘날 타쉬 라바트처럼 남아 있는 것은 얼마 없다. 타쉬 라바트가 고지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든든하게 보존되어온 비밀은 바로 이름에 담겨 있다. ‘돌’이라는 의미의 타쉬, ‘성’ 혹은 ‘요새’라는 의미의 라바트, 즉 ‘돌로 된 성’을 뜻하는 타쉬 라바트는 돌로 만든 건물이라 강한 눈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고 천년의 시간 동안 꿋꿋이 잘 견뎠던 것이다.

눈이 와도 얼지 않는 따뜻한 호수 이식쿨 호

50솜

50솜

50솜의 뒷면에는 앞면에 초상화가 실린 쿠르만잔 다트카의 고향인 오시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 50솜의 앞면과 뒷면에는 탑이 있는데, 키르기스스탄 인구 중 86퍼센트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50솜의 뒷면의 탑과 그 옆에 있는 건물을 이슬람 모스크로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이 건축물은 오시의 우즈겐이라는 작은 군에 있는 영묘다. 이 영묘에는 역대 카라한 카간국 군주들의 무덤이 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이러한 탑들이 여럿 존재한다.

200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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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솜의 뒷면에 보이는 곳은 이식쿨 호(湖)이다. 이 호수는 강폭이 넓고 고지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남미의 티티카카 호 다음으로 유명하다. 톈산 산맥 기슭에 있는 호수이다 보니 해발이 높아 가끔씩 호숫가에 눈이 쌓여있을 때도 있지만 절대로 얼지 않는 ‘따뜻한 호수’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한다. 이식쿨 호는 구소련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다.

시나씨 알파고(Şinasi Alpago) / <하베르코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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