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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온다, 극동으로 간다! | 에너지 자원의 보고(寶庫), 장점 위주 교차투자로 협력고리 만들어야 2017년 9월호

러시아가 온다, 극동으로 간다! 6 |  에너지

에너지 자원의 보고(寶庫), 장점 위주 교차투자로 협력고리 만들어야

지난 2014년 9월 2일 러시아 극동 야쿠츠크에서 건설 근로자들이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용접하 고 있다.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와 야쿠티야 공화국의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태평양 연안의 극동 지역까지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이다. ⓒ연합

지난 2014년 9월 2일 러시아 극동 야쿠츠크에서 건설 근로자들이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용접하고 있다.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와 야쿠티야 공화국의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태평양 연안의 극동 지역까지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이다. ⓒ연합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에너지 수출의존도 탈피와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증가에 대비하여 에너지 전략의 중심축을 서(west)에서 동(east)으로 전환하고 아태 지역과의 협력 확대 전략을 기본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극동 지역은 러시아의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寶庫)로 알려질 정도의 풍부한 자원 매장지다. 영토의 36%를 차지하는 광활한 지역에 러시아 전체 원유 매장량의 16%, 천연가스 매장량의 21% 가량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동북아 에너지 공급국으로 아시아 품는다

러시아의 극동 개발 관련 4개 분야 가운데, 에너지는 극동 개발의 전체 흐름을 결정하고 연결하는 대동맥이라 할 정도로 중추적인 핵심 계획이다. 에너지 가공 산업의 확산과 판로 다변화를 위한 물류 인프라 확충, 그리고 아태 지역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이른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전략 과제다. 동북아의 에너지 공급국으로써 아시아를 품겠다는 비전이다.

물론 극동에 장기간 묻혀 있는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개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러시아는 이 지역의 에너지 산업과 관련해 주변국과 협력을 기초로 전방위적이며 신속한 개발에 나선다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

우선 석유 산업을 보자. 기본적으로 극동에서 석유 시장은 그렇게 큰 편이 아니지만 동시베리아와 태평양을 잇는 송유관(ESPO)이 구축되어 있는 점과 이송된 석유를 수출할 수 있는 항만이 이 지역에 집중된 점은 에너지의 허브로써 충분한 잠재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극동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산업 육성의 중심적 역할을 하기 위해 동부석유화학공단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되며 막대한 금융조달에 장애를 빚어 사업이 지연되기도 했으나 최근 다시 프로젝트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과거 한국은 석유화학 제품이 전체 국가 수출액의 20~3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전통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다시 말해 한국은 석유화학 수출로써 국가 산업기반의 초석을 다졌을 정도로 석유화학 산업이 상당히 발전된 국가다. 관련 고도화 설비 및 그에 따르는 고도의 가공 기술을 갖고 있다.

문제는 지금 당장 극동 지역에 투자해서 수익을 제대로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높은 수준의 석유화학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사업성이 불확실한 해외시장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극동 지역에 다량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지만 사실 지역 자체의 석유 생산량을 보면 괄목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글로벌 시장 역시 공급 과잉에 처해 있어 당장의 투자 관심도가 높지 않은 점 역시 지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극동에 석유화학 공단을 조성하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좋은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호재로써 가치가 더 커 보인다는 측면에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생산·운영 노하우 전수 인프라 참여로 활로 열어야

다음으로 극동의 가스개발 사업 관련, 러시아 최초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인 ‘사할린-2’로 사할린 주 남단의 연간 960만t 규모의 LNG 플랜트에서 지난 2009년부터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한국은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 외에도 새로운 접근법으로 러시아와 양자 간 가스협력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먼저 양국 정부가 나서 관련 사업에 교차 투자를 진행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러시아가 한국에 에너지 장기공급 계약을 보장해주며, 인프라 측면에서 양국이 상호 투자를 통해 안정적이며 건실한 협력 고리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조만간 극동 지역의 연료 기반이 도시가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이 가스난방 인프라 구축 기술로 극동 전반의 도시가스 인프라 사업을 러시아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특히 가스보일러나 가스 미터 등 가스 활용 난방 자재들을 현지에서 조립·생산해 보급하는 활로를 열어야 한다. 이 경우 운용은 양국 정부가 출자한 합작기업 형태로 현지에 운영회사를 설립해 한국의 도시가스 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필요가 있고, 투자금 역시 매달 각 가정에서 부담하는 난방비로 회수한다면 사업 상 리스크도 크지 않을 것이다.

한편 현재 러시아에서는 바이오 자원의 활용률이 낮아 대부분의 대체 에너지원이 폐기되거나 활발하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물류와 원료 수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지리적으로 가깝고, 부산물이 풍부한 극동 지역의 러시아 항만 근처에 우드펠릿(wood pellet)1)을 현지 제조하여 국내로 공급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면 유망한 한·러 간 경협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에서 대체에너지 연료원으로 부상 중인 우드펠릿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극동 러시아에서의 우드펠릿 생산을 위한 아웃소싱 사업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자원과 한국의 생산 기술이 결합하여 부족한 국내자원을 대체할 수 있다면 양국 간 상호보완하며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전명수 / 러시아 주재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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