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마당 인사이드 | 요술주머니 ‘SD카드’ 2017년 9월호
북한 장마당 인사이드 8
요술주머니 ‘SD카드’
최근 북한에 국경을 초월한 정보화·국제화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상품이 바로 시장에 등장하는가 하면 중국에서 분 한류 열풍이 동시에 일고 있다. 남한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여태껏 북한 주민에게 남한은 ‘굶주리고 헐벗은 가난한 국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이나 중국을 가보지 못한 주민도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남한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이 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시장의 효율성에 있다. 주민들은 남한에 대한 정보를 영상매체를 비롯해 남한 또는 개성공단 상품, 인도적 지원품, 중국의 친척이나 남한 내 탈북자 가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들로부터 접촉하고 있다. 이때 시장은 상품을 포함하여 남한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유입되는 기능을 하며 이는 북한 주민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지속적으로 확산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소비문화를 모방 및 창조하도록 해 기업의 생산 활동을 자극함과 동시에 자국산 제품의 생산을 증대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최근 북한의 국영 회사조차 히트 상품을 개발할 때 암암리에 남한 상품을 샘플로 활용하기도 한다.
영화·드라마? USB에 담아 보던 시절도 한물 갔다!
이와 같이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단속을 피해 다양하고 신속하게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이유는 정보전달 매체가 기술적으로 더욱 발전했고 특히 기기들이 소형화되며 시장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 주민들은 1980년대에는 라디오를 통해, 1990년대와 2000년대는 TV와 CDR, DVD, 나아가 USB 등을 통해 정보를 획득했다면 2010년 이후에는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외부 세계와 접촉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전화기는 이제 더 이상 장사 등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거나 특정 연령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더 많이 필요로 한다. 필요한 정보가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과제나 리포트 작성을 위해 활용하고 중·고등학생은 주로 게임을 위해 많이 사용한다. 게임의 종류도 평양, 아리랑, 진달래 등 3개 회사가 앞을 다투어 새로운 것을 선보일 정도로 경쟁적이다. 사회인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 같이 <노동신문>을 보기도 한다.
물론 모두 유료이기는 하지만 어플리케이션만 깔면 바깥 세계와 소통이 가능하다. 세계명작 소설 작품부터 최근에는 빵 공장의 위치나 가격까지도 나온다. 일종의 광고 형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기존 ‘막대폰’은 통화와 카메라 기능에 그쳤다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주민 간 정보가 공유되고 네트워크 기능도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물론 북한 당국은 한정된 내부 정보망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외부와 소통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많다. 그러나 외장메모리 ‘SD카드’를 사용하면 정보는 빠르게 확산된다. SD카드는 기존의 USB와 비교해 작은데다 더 많은 정보를 쉽게 담을 수 있는 ‘요술주머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 PC, 컴퓨터, 카메라 등 다양한 기기에 호환도 가능하다. 따라서 USB는 갈수록 존재를 감추고 있는 반면 SD카드는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산 SD카드(4~8G), 1개당 5~6달러 선에 거래
전술한 바와 같이 SD카드가 북한에서 히트 상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당국이 정보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SD카드는 부피가 아주 작기 때문에 감시망을 피하기 쉬워 오히려 통제가 심하면 심할수록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는 스마트폰 자체가 통제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은 밤이 되면 스마트폰에 SD카드를 끼워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한다. SD카드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시작한 2013년경부터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규모는 스마트폰의 보급량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SD카드는 국경을 통해 밀수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장마당 매대에서 공식적으로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SD카드 자체가 통제품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 같은 콘텐츠를 담아 팔기 때문에 상인들은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은밀하게 거래하고 있다. 가격 역시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원산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현재 주로 4~8G 용량의 SD카드가 시장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데 한국산 SD카드를 보면 개당 약 5~6달러(북한돈 약 5만원)이고 중국산은 인민폐 5위안 정도로 1달러가 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산 SD카드는 금방 뜨거워져 오래 쓸 수 없다는 전언이다. 특히 SD카드 안에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내장되어 있으면 고가에 팔 수 있어 SD카드 판매상들은 가능한 밀수되어 오는 과정에서 한국산 콘텐츠가 내장된 SD카드를 선호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에서 당국이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통제하고 있지만 통제를 강화할수록 외부세계의 정보는 너무도 쉽게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제 북한도 더 많은 정보와 더 새로운 정보를 빨리 얻기 위해 이에 상응한 가치를 시장에 지불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부유층이나 젊은층에서 더욱 민감하다. 바꿔 말하면 북한도 이제는 정보 부문에서 빈부와 세대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은이 /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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