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1월 1일

포커스 | “위기일수록 신뢰구축 위한 접촉 이어나가야” 2017년 11월호

포커스

위기일수록 신뢰구축 위한 접촉 이어나가야

 이동훈 / 본지기자

평화문제연구소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공동주최의 2017 한·독워크숍이 “위기의 한반도, 통일 독일의 조언을 듣는다”를 대주제로 지난 10월 2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됐다.

평화문제연구소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공동주최의 2017 한·독워크숍이 “위기의 한반도, 통일 독일의 조언을 듣는다”를 대주제로 지난 10월 2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됐다.

평화문제연구소(이사장 신영석)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서울사무소 대표 베른하르트 젤리거)이 주최하는 2017 한·독워크숍이 “위기의 한반도, 통일 독일의 조언을 듣는다”를 대주제로 지난 10월 2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됐다. 한·독워크숍은 평화문제연구소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연례 프로그램으로 독일 통일 원년인 지난 1990년에 시작해 올해로 28차를 맞고 있다.

이날 신진 평화문제연구소장은 개회사에서 “평화문제연구소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과 협력한지 30년이 지났다”면서 “연구소는 재단의 숭고한 뜻, 즉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도모해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역할을 본받아 전 세계 곳곳에 지부를 두고 활동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신 소장은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의 사례는 통일을 앞둔 우리에게 큰 의미”라면서 “앞으로도 한국과 독일, 연구소와 재단이 좋은 협력자로써 동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수잔네 루터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국제협력원장이 환영사를 했다. 루터 원장은 “현재 한반도 상황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심각한 긴장 상태에 놓여있다”면서 “이러한 긴장이 과거와 다른 국면인 것은 바로 미국과 북한 수뇌부의 거친 언쟁이 상황을 어디로 몰고 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사적 옵션은 한반도 위기 극복의 근본적 방안 아냐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향한 질주와 이를 근절하기 위한 군사적 옵션 등은 지금 한반도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면서 “과거 독일이 분단되었을 당시 내독 간 대화를 나눴던 경험의 역사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경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은 축사에서 “독일의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서독과 공산주의 동독이 이룬 것이 아니라 서독과 자유선거로 선출된 동독 측 정부 간의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지금 북한 정권의 특수성을 충분히 유념한 뒤 독일 통일의 경험을 현재 한반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도 축사를 통해 “지금의 북한처럼 국제적 협약을 쉽게 어기는 국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우어 대사는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지속적인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한 대응은 필요한 것이지만 서로 이해를 시도하려는 노력 또한 멈춰서는 안 되기에 어떤 방법으로든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개회식이 끝나고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을 좌장으로 본회의가 이어졌다. 제1회의 첫 번째 발표에서는 독일 구사회주의통일당(SED) 독재청산재단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페터 코입 정치교육 활동가가 “독일 통일과 공산독재청산 작업”을 주제로 의견을 개진했다.

코입 활동가는 “지난 1995년에 ‘독일 통일 과정의 구사회주의통일당 독재가 남긴 잔재의 극복’을 주제로 한 위원회가 출범함으로써 통일에 따른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다루었고, 1998년에는 독일연방 구사회주의통일당 독재청산재단이 설립되어 추모 및 박물관 관련 정책과 연계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구가 생겼다”면서 “이로써 인간을 존중하지 않았던 사회주의통일당 독재의 구조를 규명하고 청산하는 작업을 위한 길이 마련되었으며, 특히 교육 제도를 포함하여 모든 분야에서 동독 체제를 미화하거나 향수를 유발하려는 행동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20세기에 독일이 경험한 전체주의의 역사를 반추해 볼 때 안정적인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경우에도 전체주의의 미혹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도 통일 과정 또는 통일 이후에 독일이 경험했던 두 번에 걸친 독재청산 작업을 면밀히 살펴보고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의 우월성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비극은 반복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독일 통일 전후 베를린과 함부르크 등에서 외교 활동을 벌였고 외교부 본부대사를 역임한 손선홍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특임교수가 “독일 통일외교의 시사점과 우리의 통일외교 전략”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를 진행했다.

손 교수는 “현재 한반도가 당면한 통일 여건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 긴장이 계속되고 있고, 남북한 간 지속적인 대화 및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한반도 주변에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고 통일을 지지해 줄 다자안보기구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어려운 여건에서도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역량을 갖추는 가운데 북한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하면서 통일을 앞당길 외교적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 패싱방지 기조 속 주변국에 통일편익 강조해야

그는 “독일 통일이 한국에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주변국이 반대하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통일을 이룰 수 있으며, 여기에 가장 큰 무기가 바로 ‘외교’라는 점”이라며 “미국과 중국 등 관계국들이 한국의 참여 없이 한반도 문제를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외교적 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가운데 주변국, 특히 중국에게 통일한국이 자국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 이해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제2회의는 한·독의원친선협회의 양국 대표 의원이 발표에 나섰다. 첫 번째 발표는 독일 측 회장을 맡고 있는 하르트무트 코쉭 독일 연방의회 의원이 “한·독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 활동을 중심으로 본 한·독관계”를 주제로 진행했다.

코쉭 의원은 “유럽 대륙의 역사를 통해 살펴봤을 때 독일 분단의 평화로운 극복과 유럽 통합 과정의 핵심은 바로 대화와 신뢰의 구축이었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간 대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신뢰 구축을 위한 접촉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예전 동독에서 수학한 관계로 이들에게 독일은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면서 “지역 안보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핵 프로그램에 관한 새로운 협상에 북한이 응할 의사가 있는지 파악하는 경우 북한과 어떤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독일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코쉭 의원에 이어 한·독의원친선협회 한국 측 회장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한반도 정세와 위기 극복을 위한 한·독의 협력 방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 의원은 “한반도의 위기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이는 단순히 남북관계의 단절을 넘어 국제적 관계의 복잡성까지 더해져 심화되고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역할과 한·중의 전략적 협력 관계 지속, 일본과의 역사 문제 해결,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둘러싼 이해관계 등을 놓고 국내에서 다양한 입장을 가진 집단끼리 정치적·이념적 대립을 증폭시키는 국면에 처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시각과 분석을 기반으로 전 국민의 통합적 인식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반도 전쟁은 절대 불가하다는 국제적 인식 공유 절실

특히 최근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우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 공유가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오히려 비정치적인 교류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특히 정치·군사적으로 우리의 외교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국면일수록 이러한 접근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워크숍이 종료된 이후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서울사무소 개소 30주년을 기해 그간 이룬 성과를 축하하며 한·독의 관련 인사들이 교류하는 ‘바이에른의 밤’ 리셉션이 개최됐다. 이날 베른하르트 젤리거 대표의 개회사, 페터 비터라우프 한스자이델재단 사무총장의 환영사에 이어 박영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축사가 있었다.

특히 천 차관은 재단 서울사무소 개소 3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에 이어 “최근 남북관계 상황은 매우 어렵다”면서도 “대한민국은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대처할 수 있는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근원적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발전시켜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이 선순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천 차관은 지난 10여 년간 남북을 오가며 한반도 통일을 위한 노고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재단 본부에서 방한한 페터 비터라우프 사무총장과 수잔네 루터 국제협력원장, 베른하르트 젤리거 서울사무소 대표에게 통일부 장관 명의의 감사패 및 표창장을 각각 수여했다. 이상민 의원 역시 그간 한·독 양국 간 교류협력과 친선도모를 위해 노력한 코쉭 독일 연방의원에게 한·독의원친선협회 한국 측 회장 자격으로 감사패를 증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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