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마당 인사이드 | 도둑 막아라! 도난방지기 인기폭발 2017년 11월호
북한 장마당 인사이드 10
도둑 막아라! 도난방지기 인기폭발
정은이 /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중국산 도난경보기 ⓒ정은이
도난방지기는 지난 1960년대 남한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다. 당시 “3백억 원 시장 겨냥 … 중소기업 이어 대형업체 가세(1966년 4월, <매일경제>)”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릴 정도로 붐이 일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북한에서 도난방지지가 인기 상품 1순위에 랭킹되고 있다. 무려 50년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경제 상황과 주민 정서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에서 도둑이 성행한 것은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초부터다. 당장 하루 한 끼 먹을 것이 없어 사람들이 대량으로 아사하던 때 생존을 위한 도둑질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때부터 북한에서는 ‘3일 굶은 사람 중 도둑질 안 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유행했다. 당시 도둑질의 표적은 당연 먹을 것이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북한 정부가 주민들의 식량 배급을 책임지지 못하면서 시장을 통한 장사와 뙈기밭과 텃밭 농사가 유행하였다. 옥수수가 익을 즈음에는 집안 식구들이 산에 심어놓은 옥수수밭에 경비막을 지어놓고 교대로 지키곤 하였다. 농장들에서 도난을 방지한다면서 옥수수 탈곡장에 고압전선을 투입시켜 사람이 감전되어 사망하는 일도 빈번하였다. 먹을 것이 없어 협동농장의 옥수수 세 이삭을 땄다고 하여 공개처형 당하기도 했다.
베란다에서 돼지 키우고, 자전거 메고 20층 아파트 오른다
곡물 다음으로 도둑질의 표적이 되었던 것은 돼지나, 개, 닭, 토끼와 같은 집짐승이었다. 주민들은 집짐승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돼지우리 문을 철근으로 만들거나 돼지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기르기도 했다. 개 도둑이 성행하면서 개를 집안에 매어 두거나 바깥에 쇠사슬로 묶어 두고는 했다. 도적들은 개를 잡기 위해 꿩사냥에 사용한다는 ‘싸이나’라는 일종의 마취제를 고깃덩어리에 넣고 던져 먹이거나, 고기에 낚싯바늘을 넣고 개가 삼키면 끌고 가는 식으로 도둑질하고는 했다.
농민시장이 장마당으로 변화하면서 주민들의 도둑질도 진화하였다. 도둑질의 대상은 먹을 것에서부터 점차 돈이 되는 물건으로 바뀌었다. 당시 제일 많이 도난당하는 물건은 자전거, 색텔레비전(칼라TV)이었다. 최근 북한에는 도난으로 말미암은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자전거를 밖에 놔두는 집이 없다.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20층 아파트를 올라가는 것이 일상이 된지 오래다.
장마당이 발전하면서 장사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갈리고 빈부격차가 생겼다. 권력과 손잡고 시장 장사에 성공한 사람들을 두고 ‘돈주’라 부르는데, 이들의 집은 도둑질의 1차 대상이다.
대다수 주민들은 돈을 집에 직접 보관하고 있다. 은행에 적금해도 돈을 제때에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집안의 돈과 물건이 도둑맞지 않게 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100달러짜리 문이었다. 주로 중국을 통해 들여왔는데, 경제적으로 잘 사는 집들이 주요 소비층이었다. 이들은 아예 집안에 벽돌로 칸을 따로 막고 그 안에 금고를 넣어두곤 하지만 그것도 안전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밀수로 들여온 마취제를 창문 틈으로 살포하고 드릴로 문을 뚫고 들어와 금고를 가져가는 일도 생긴 것이다. 시장에서 100달러짜리, 심지어 1천 달러짜리 마취약이 밀매되기도 했다.
도둑과의 말 없는 전쟁 … 중국산 도난방지기 대유행
도적하려는 자와 도적을 방지하려는 사람 사이에 말 없는 전쟁이 2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도난방지기다. 도적이 접근하거나 울타리에 타인이 접근하는 경우 불이 들어오거나 경고음이 들리는 형태다. 북한 가전제품 수리공들이 자체 제작하여 팔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중국산 도난방지기가 유행하고 있다. 주로 승용차가 집중된 평양에서는 자동차 도난사고가 빈번하여 한국산 300달러짜리 ‘다본다’ 제품이 유입되기도 했다.
요즘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태양전지판(햇빛판)은 지붕에 설치하면 하룻밤에 도난당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햇빛판을 설치한 집이 잘 사는 집으로 통하기에 도둑들의 1차 목표가 되고 있다. 도둑 맞지 않기 위해 햇빛판을 높은 굴뚝에 설치하거나 접근하면 신호음이 울리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용 도난방지기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북한의 부패지수는 소말리아, 남수단에 이어 세계 최하위 국가로 지목되었다. 뇌물과 도난이 성행하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일하는 직장에서도 도난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데,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현장에 도시락을 싸 들고 가서 밥을 먹고는 그 안에 시멘트를 넣어가지고 오거나 못 등을 도둑질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룻밤에 전화통신선이 잘리고 살아있는 전기선이 잘리기도 하는 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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