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인터뷰 | “탈북민, 단순지원 넘어 역량강화가 중요하죠” 2017년 12월호
통통인터뷰 | 박영철 푸드스마일즈 우양 프로그램1팀장
“탈북민, 단순지원 넘어 역량강화가 중요하죠”
성시현 / 본지기자

박영철 푸드스마일즈 우양 프로그램1팀장
Q. 푸드스마일즈 우양재단은 언제부터 활동을 시작했나요? 재단의 초기 활동과 주요 사업이 궁금합니다.
A. 우양재단은 지난 1988년도에 설립되었어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학 사업으로 시작해 매달 독거노인분들께 음식을 지원해 드리는 일로 사업이 점차 확대되었고, 2004년부터는 탈북청소년 장학지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탈북청소년 지원 사업은 장학 사업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도 함께 병행하고 있어요. 탈북 학생들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들어보니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학업이나 생활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교육이나 문화 사업에 대한 재단 차원의 지원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재단명에서 알 수 있듯이 저희 재단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음식 지원 사업입니다. 주요 대상은 독거노인분들과 탈북민 계층이고요. 독거노인의 경우 매달 400~500분께 음식을 지원하고 있어요. 사업 1년 예산이 3억 가까이 소요되고 있죠. 국외에서도 필리핀의 취약 아동을 돕는 사업도 진행 중에 있는데요. 역시 음식을 제공하고 학업을 지원하는 장학 사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재단에서는 탈북민의 학업, 생활, 음식 지원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지원도 하고 있는데, 탈북민에 특화된 사업을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신다면?
A.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역시 장학 사업입니다. 초기에는 초·중·고교생과 대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대학생 지원에 집중하게 됐어요. 북한 출신 대학생들은 정부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에 학비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활이 여유로울 만큼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재단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1년에 200만 원씩 70~80명, 많게는 100명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탈북 청년들을 직접 만나 남한 생활에서 겪는 고충을 들으니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더라고요. 음식 제공뿐만 아니라 학업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도울 수 있는 영역들이 보였어요.
먼저 북한 학생들은 남한 학생들과 다른 환경에서 다른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남한의 교육 시스템을 따라가기 벅찬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영어나 컴퓨터 등의 과목은 더욱 그렇죠. 재단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고자 파고다어학원과 MOU를 체결해 탈북민인 경우(만 18세 이상 성인 대상) 수강료의 7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향이 개성인 박경실 파고다어학원 회장님께서 저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처음엔 수강료를 전액 면제해주시겠다고 하셨는데요. 교육 수요자가 소정의 부담을 져야만 더욱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는 판단 아래 30%는 본인이 부담하는 방안으로 합의했어요. 파고다어학원 전국 체인에서 1인당 2과목까지 할인율이 적용되고, 매월 100명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 교육에 대해서는 한국정책연구원에서 충분히 지원을 하고 있어 저희 재단에서는 영어 교육 지원에 주력하고 있어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으로는 모자(母子) 가정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북한에서 엄마와 아이만 넘어와서 함께 살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들에게는 음식 지원뿐만 아니라 모자 관계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어요. 모자 가정의 경우는 엄마가 돈벌이로 바빠 아이와 함께 지낼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관계가 소원해진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이들을 위해 재단 차원에서 나들이 행사나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생활적인 면에 도움을 드리고자 하고 있어요. 이렇게 지원하는 가정이 약 100가정 정도 됩니다.
결혼 지원이라는 것이 조금 의아할 수 있지만, 커플을 매칭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은 아니고요. 결혼을 앞둔 탈북민 커플을 대상으로 결혼식 비용을 지원하고 있어요. 남한 분들도 결혼 비용이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많이 겪잖아요? 이 부분에 있어 탈북민들은 더욱 고충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전액 지원은 아니지만 본인 부담은 많이 줄어들어 대상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2017년 우양배 통일축구대회
Q. 탈북청년 영어 말하기 대회, 통일 축구 대회 등 자체 행사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는데, 어떻게 운용되고 있나요?
A. 영어 말하기 대회는 재단과 MOU를 체결하고 있는 파고다어학원에서 주최하고 있어요. 탈북민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처음에는 학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어 100% 영어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세워두고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학생들이 부담 없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학원 측에서도 인정할 만큼 실력이 많이 향상됐죠.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학생들도 점점 늘고 있고요. 성적이 뛰어난 학생에게는 시상을 통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역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무박 또는 1박2일간의 영어워크숍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통일 축구 대회는 재단의 문화 사업에 포함됩니다. 처음에는 ‘탈북 청년’에 집중하던 사업이 ‘탈북민 전체’로 범위가 확대된 사례죠. ‘축구’라는 매개체가 이를 가능하게 했어요. 매년 1회씩 개최하여 올해 9년째고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습니다. 탈북민 가운데 여성 비율이 70%가 넘어요. 그러다보니 여성들은 만나서 대화를 하거나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는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가 있는데, 남성의 경우 교류 자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죠. 저희가 이에 대한 필요성을 2009년에 느끼고, 2010년부터 참가팀을 모집해 3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경기를 열고 있어요. 축구팀에 대한 반응은 정말 뜨거워요. 탈북민뿐만 아니라 남한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Q. 안정적인 탈북민 정착을 위해 지금 우리의 시스템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지’인 것 같아요. 한민족이라고는 하지만 남한 내에는 여전히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죠. 이것은 정부와 언론의 역할도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일반인들이 북한에 대한 인식이 생기거나 바뀔 수 있는 통로가 정부의 발표나 언론에 비친 북한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탈북민은 취업을 해도 일도 못하고 적응도 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일부를 전체로 인식하게 하는 사회적 구조가 우선 개선되어야 한다고 봐요. 이러한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는 취업이나 결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시급한 문제라고 볼 수 있죠.
저 역시 탈북민인데요. 지난 2001년에 한국에 도착해서 2002년 하나원 교육 과정을 수료한 뒤 본격적으로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시작했죠.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 첫 직장은 예상치 못하게 금융권으로 하게 되었어요. 어느 날 ‘원정화 간첩사건’이 화두에 오르자 함께 일하는 동료가 제게 “너도 간첩 아니야?”라며 장난을 쳤는데,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저도 모르게 항상 인식하고 지내서인지 그 말에 마음이 매우 불편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인데, 그 당시에는 이미지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도 많은 탈북민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살고 있을 거예요.
저희와 같은 민간단체에서 아무리 열심히 탈북민을 돕는다고 하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원 대상이 되는 일부의 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까지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사실 탈북민 계층이라는 전체를 놓고 본다면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죠.
Q. 탈북민 지원 사업에 대한 재단의 향후 비전은 무엇인가요?
A. 우선은 재단에서 서비스를 받았던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안정적으로 잘 정착했으면 좋겠어요.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본인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저희가 계속적으로 지원하고 싶습니다. 향후 통일시대가 도래했을 때는 저희가 가진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북한 사회에 바로 진출해서 복지 관련 사업을 펼치고 싶어요. 고립되고 통제된 사회인 북한과 그와는 정 반대인 남한 사회가 만나게 되면 각 분야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잖아요. 음식부터 시작하여 교육, 문화 분야의 서비스 지원 사업에 대한 재단의 노하우가 꼭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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